세상에는 다양한 술버릇이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여러 술버릇 중 주위 사람을 가장 피곤하게 하는 유형은 같은 말을 계속하여 반복하는 술버릇인 것 같다. 이는 육체적 고통이 아닌 정신적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너 그거 아냐?’로 시작한 친구의 말이 약 한 시간동안 반복되고 반복되고 또 반복되었던 적이 있었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 옳은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같은 이야기를 끝없이 들으면 귀에는 딱지가, 머리에는 피로감이 쌓이기 마련이다.

좋은 이야기도 반복되면 피로한데,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반복된다면 그것은 또 얼마나 짜증날 것인가. ‘여론 피로감’ 혹은 ‘기사 피로감’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중대한 사건이라고 할지라도 관련된 기사가 계속하여 제공된다면 사람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그 사안을 곧 외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요새 사회를 돌아보면 언론의 가장 큰 적 중 하나는 바로 이 ‘피로감’이지 않나 싶다. 너무나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그 사건들은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장기화된다.

몇 주째 대학신문에 빠짐없이 출석체크를 하고 있는 국정원 선거개입 사안도 이에 해당하고, 요사이에 다시 언론에 얼굴을 들이미는 4대강 사안도 벌써 해를 넘긴 사안이다. 교내를 살펴보아도 법인화 관련 사안은 아직도 수많은 갈등 속에 놓여있고, 시흥캠퍼스 문제도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관심을 갖고 다루어야 하지만, 신문에 매주 비슷한 기사가 실리는 것을 달가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고 기존의 사안들 말고도 새로운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나는 판국이다.

아무리 중대한 사안이라도 사람들은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새로운 뉴스를 원하기 마련이다. 결국 이 문제는 언론이 안고가야 할 것이다. 여전히 관심이 필요하지만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기사들. 이 기사들을 어떻게 외면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피로하지도 않게 내보낼 것인가. 해결방안은 요원해 보이지만, 그리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 호 기사에서 대학원 총협 관련 사설을 읽었다. 기사의 내용은 회장 선출이 무산되고 난관에 봉착하였다는 부정적인 내용이었지만, 나는 그 기사 속에서 긍정적인 면을 보았다. 대학원생의 처우 개선 역시 전형적인 오래된 사안 중 하나이다. 이 문제는 오랜 기간 동안 존재하였지만 기사화되어 공론화되기까지도 오래 걸렸고,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잡아가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현재 난관에 부딪히기는 하였지만 구체적인 개선점을 찾는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 여기에는 한 사안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환기시켜온『대학신문』의 공로가 분명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이미 해나가고 있는 일이다. 『대학신문』은 앞으로도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들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단지 피로하다는 이유로 중요한 사안을 잊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많은 노력을 해주었으면 한다. 『대학신문』이 독자들의 피로회복제가 되길 바란다.


천윤수
미학과·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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