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은 임금체불, 최저임금 위반, 폭행·폭언 등의 부당한 대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23일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장전(권리장전)’을 선포하고 사업장 모니터링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서울시의 행보가 전반적인 청년 노동권 향상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가 하면 아직 개선할 점이 많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노동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지난 1월 서울시는 편의점,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주유소 등 청년 아르바이트생들이 많은 9개 업종 1,789개소를 조사해 근로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법 개정으로 근로계약서 작성이 의무화 됐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644개(36%)에 달했으며 특히 편의점과 일반음식점의 경우 50% 이상의 사업장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알바연대 용혜인 대학생사업부팀장은 “근로계약서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노동법 위반과, 수당 미지급 등으로 분쟁이 일어났을 때 자신의 노동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라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유령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청년 아르바이트생들은 많은 사업장에서 저임금과 휴식 없는 장시간 노동 등으로 혹사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인 시급 4,580원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은 아르바이트생의 비율이 전체의 12.2%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월에는 박승철헤어스튜디오, 준오헤어, 이철헤어커커 등의 프랜차이즈 미용실 아르바이트생들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혹사당한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실태조사 결과 미용업계 아르바이트생들의 평균 시급은 2013년 최저시급인 4,860원에 턱없이 모자란 2,971원에 불과했고 주당 평균 근로시간 또한 64.9시간에 달했다.

한편 마땅히 받아야 할 주휴수당, 야간수당 등을 받지 못하거나 법으로 정해진 휴식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알바연대의 「대학가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와 수도권의 아르바이트생들 중 주휴수당과 야간수당을 받지 못하는 비율은 각각 75%, 57%에 달했으며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휴식시간(4시간에 30분, 8시간에 1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비율 역시 60%로 나타났다.

이와 별개로 고용주들의 여러 횡포 또한 문제시 되고 있다. 의류 업체 유니클로는 아르바이트생이 매장 안에서 모두 자사의 옷을 입어야 하는데, 아르바이트생들에게 그 옷을 자비로 구입하도록 했다는 사실이 최근에 드러나 논란이 됐다. 지난해 맥도날드에서도 60초 내에 주문한 메뉴가 나오지 않으면 감자튀김 무료 쿠폰을 주는 ‘60초 서비스’ 이벤트를 실시해 아르바이트생들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 그래픽: 최지수 기자 orgol222@snu.kr

◇서울시의 권리장전, 청년 노동권 향상의 발판 될까?=이와 같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한 청년 아르바이트생들을 위해 서울시가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나섰다. 서울시 청년일자리팀 이남숙 사무관은 “그동안 국민권익위원회와 청년 단체들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왔다”며 “이에 서울시는 청년 단체와 노동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권리장전 등의 사업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권리장전은 ‘청년의 권리’(8개), ‘사용자 의무’(12개), ‘서울시의 책무’(6개) 등 총 26개 조문으로 구성된다. ‘청년의 권리’로는 △최저임금 보장 △휴식에 관한 권리 △야간, 연장, 휴일근무수당을 받을 수 있는 권리 △부당한 대우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사용자의 의무’로는 △근로계약서 작성 △인격적이고 정당한 대우 보장 △임금지급의 원칙 등을 명시했다. 마지막으로 ‘서울시의 책무’도 명시돼 있는데 △권리보호 협의체 구성 및 운영 △공정하고 합리적인 근로환경 조성 등이 그에 해당한다. 한편 서울시는 권리장전의 효과적인 실행을 위해 지난달 23일 롯데리아, 카페베네 등 총 10개의 프랜차이즈기업과 청년 단체 및 관련 사용자협회와 공동선언을 하고 상호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아울러 서울시는 권리장전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질 수 있게 임금 및 유급휴일 등이 명시된 ‘서울형 표준근로계약서’를 청년과 사용자에게 배포하고 사용자와 청년을 대상으로 노동법교육 및 사업장 모니터링도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갖고 있는 권한이 청년 아르바이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청년유니온 양호경 정책팀장은 “서울시는 자신의 권한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다”며 “예를 들어 민간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권한은 고용노동부에 있기 때문에 서울시가 사업장 모니터링을 하려 해도 사업주가 거절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용노동부 차원에서 청년 아르바이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법 개정을 통해 지자체에 자신들의 권한을 위임해 줘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이번 노력에 대해 청년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 원인을 살피지 않은 정책이라는 지적을 제기한다. 알바연대는 논평을 통해 “서울시가 열거한 수많은 조항들은 이미 법으로도 제정된 사항들”이라며 “법으로 제정된 사항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법을 다시 나열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일이 왜 벌어지는지 따져보고 실질적인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바연대 권유리 회원팀장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불공정 거래 관행 해결이 실질적 개선책의 일환이 될 수 있다”며 “프렌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와의 수익률 배분 조정 등을 통해 영세자영업자들이 법을 준수할 만큼의 여유가 있는 사회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팀장은 “이번 서울시의 권리장전과 여러 추가적인 계획들은 아직 초기단계이다 보니 개선해야 할 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관 주도에서 벗어나 여러 단체의 목소리를 들었고 지자체 차원에서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이번 서울시의 행보가 전국적인 청년 노동권리 향상의 초석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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