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한국언론정보학회-한국PD연합회 공동 세미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표적심의 의혹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방심위는 지난 8월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안철수편(2009년 6월 17일 방영)에 대해 방영 4년만에 권고조치를 내렸다. 안철수 교수가 말한 ‘입대 당시 가족에게 군대 간다는 이야기도 안 하고 나왔다’ 등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어 방심위는 KBS 「추적 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무죄판결의 전말’편(2013년 9월 7일 방영)의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 등의 위반 여부를 두고 심의 중이다. 이를 두고 방송계는 방심위가 공정성이라는 이름 아래 정치심의를 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지난 2일(수) 프레스센터에서 ‘방송심의, 표적과 과잉으로 얼룩지다’를 주제로 한국언론정보학회와 한국PD연합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세미나가 열렸다. 김서중 한국언론정보학회장은 개회사에서 “그동안은 심의의 필요 여부에 대해 논의했지만 현재는 심의가 법에 근거해 광범위하게 실시되는 만큼 올바른 심의절차를 위한 사회적 논의 역시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며 이날 세미나의 취지를 밝혔다.

첫 번째 발제자인 윤성옥 교수(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는 방심위의 정치적 표현물에 대한 편파적, 부분적인 심의를 지적했다. 그는 “방심위가 예능 프로그램인 무릎팍도사 안철수편을 현 시점에서 심의한 것은 출연자 안철수만을 고려해 이를 정치적 표현물로 분류했기 때문”이라며 “만약 연예인이 과거를 회상하는 과정에서 다소 과장된 내용을 소개했어도 이렇게 엄격히 적용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법원도 진실성을 판단할 때 다소 과장된 표현에 대해 허용하고 있다”며 “프로그램의 지엽말단적 내용만을 따로 떼어서 진실성을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방심위를 비판했다.

방심위의 심의절차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윤 교수는 “정치적 독립성이 핵심이어야 하는 방송심의제도가 늘상 정치적 단체로부터 휘둘리고 있다”며 “시청자 의견을 명분으로 정치적 민원 제기를 받아들이고 이에 대해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는 방송심의를 과연 누가 정당하다며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심의 대상을 채택하는 절차에 관해 제도적 개선을 촉구했다.

공공미디어연구소 정미정 연구팀장은 방심위 심의위원의 편향된 구성을 지적했다. 현재 방심위 심의위원은 여당추천의원 6명과 야당추천의원 3명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방심위는 법률에 따라 독립성을 보장받는 위원회인데 현재 구성은 중앙행정기구와 다를 것이 없다”며 “언론이 수행해야 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 견제 기능을 행정기구에게 관리, 감독하도록 맡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방심위 박경신 심의위원은 정 팀장의 지적에 동의하며 “장기적으로는 자율규제의 방향으로 방송심의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두 번째 발제자인 MBC 박건식 PD는 방송심의규정 9조(공정성)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는 방송심의규정 9조에 대해 “상위법인 방송법의 위임권한을 벗어난 부당한 규정”이라고 비판했다. 방송법 제33조 2항 9목에서는 공정성·공공성에 관한 심의를 보도·논평의 경우로 한정하고 있지만 방송심의규정 9조는 공정성에 대한 심의를 방송 일반에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이중 검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보도 프로그램의 경우 9조의 심의만을 받고 사내 사전검열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현재 「PD수첩」, 「추적60분」은 모두 사내 사전검열을 받고 있다”며 “상호 모순된 이중검열 장치가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족쇄로 작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토론회에는 논란의 당사자인 「추적 60분」의 KBS 김효진 PD가 참석해 현장에서 벌어지는 공정성 제약의 실태를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추적 60분」 제작팀은 KBS에 의해 보도국으로 소속이 옮겨지면서 방송심의규정 9조의 적용대상이 됐으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무죄판결의 전말’편의 경우 사내 심의부서로부터 방송불가 판정을 전화로 전달받았다고 한다. 그는 “언론이 국가기관의 체면까지 고려해가며 방송해야 하는 처지”라며 “합리적이지 못한 지적에 합리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것이 현재 제작진의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해 세미나 참석자의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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