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인권운동사랑방 창립 20주년 기념행사 ‘회동’

지난달 28일 덕수궁 대한문 앞마당에서 인권운동사랑방 창립 20돌 기념행사 ‘회동(會動)’이 열렸다. 이날 행사엔 인권운동사랑방의 활동가뿐만 아니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인 ‘친구사이’, 쌍용차 범국민 대책위원회 등 다양한 시민들이 모였다.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와중에도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우비를 입고 인권운동에 대한 뜨거운 이야기를 나눴다.

인권운동사랑방은 1993년 서준식 전 대표가 다른 인권활동가와 함께 설립한 단체로 정부, 기업의 후원 없이 오직 시민 후원금만으로 운영된다. 창립 당시 인권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문턱 없이 찾아올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라며 사랑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행사는 인권운동사랑방이 20년 동안 걸어온 길을 보여주는 영상으로 문을 열었다. 국내 최초 인권 전문 팩스신문인 「인권하루소식」 창간, 인권영화제 개최 등의 주요활동이 소개됐다. 또 불심검문 거부 캠페인,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촉구,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 등의 활동도 돌아봤다.

사랑방의 활동가들은 한국에서 인권운동을 한다는 것의 의미를 진솔한 경험담을 통해 풀어냈다. 미류 활동가는 본론에 앞서 “대한문은 과거의 투쟁부터 현재의 쌍용자동차 투쟁까지 인권을 위한 싸움을 이어가는 장소”라며 행사장인 대한문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노동운동을 통해 달라진 해고노동자의 ‘몸’에 대해 이야기했다. “4년만에 복직한 해고노동자 한 분이 ‘내가 고작 이걸 하려고 그렇게 돌아가려 했던 것일까, 내 몸은 이미 달라졌는데?’라고 한탄했다”며 “해고 전에 공장이 그분께 요구했던 노동과 다시 돌아간 공장에서 그분이 하고 싶은 노동은 이미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미류 씨는 쌍용차 노동자의 싸움은 단순히 복직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몸에 맞지 않는 노동을 강요하고 손쉽게 노동자를 해고하는 세상에 대한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무대에 오른 랑 활동가는 인권운동을 “삶을 전력 다해 살아가도 힘겨운 세상에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 그것도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기 위해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또 랑 씨는 “장애인 동지들을 만나면서, 보통의 집회보다 두 배나 걸려야 하는 시간을 통해서 각자의 삶의 속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타고 집회에 참가한 박금영 씨는 “인권운동사랑방은 나에게 장애인 인권 문제에 대한 관점을 가지게 해줬고, 장애인 이동권과 복지에 대한 사회운동을 하며 차별에 대해 싸우도록 격려했다”며 자신에게 인권운동이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사랑방 활동가 6인이 직접 부른 민중가요 ‘불나비’로 행사는 일단락됐다. ‘회동’은 ‘모여서 움직인다’라는 뜻이다. 10년마다 기념행사를 연다는 인권운동사랑방의 30주년 기념 ‘모임’에서 선보일 그들의 ‘움직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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