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성 강사
국악과

필자의 작품 「진혼산야」는 일본 최고의 사쿠하치(일본의 전통악기) 연주자 키푸 미츠하시와의 만남을 통해 탄생한 곡이다. 2008년 그는 한국에서 필자의 작품 대금협주곡 「풀꽃」을 듣고 만나기를 원했고 후에 지속적인 음악적인 교류를 약속했다. 이후 그와 함께 도쿄 츠다홀에서 대금과 사쿠하치를 위한 「한노가」를 2009년에 초연하게 됐고 두 번째로 함께 작업하게 된 곡이 사쿠하치 협주곡 「진혼산야」다.

이 곡은 미츠하시의 사쿠하치 솔로와 100인의 사쿠하치 연주자를 위한 협주곡 형태로 구성돼있다. 이는 처음 있는 시도였기에 실로 큰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끝없이 일본 음악을 탐구했으며 사쿠하치의 연주법을 연구하였다. 약 3개월 동안 미추하시와의 지속적인 보완작업을 했고 2010년 10월 10일 초연을 하게 되었다. 일본 최고의 연주홀인 토루 타케미추 메모리얼 홀에서 진행된 초연은 성공적이었다. 박수는 약 15분 정도 지속되었고 필자는 무대에 6번 정도 올라갔다. 결국은 박수가 끊어지지 않아 사회자가 인터뷰를 할 정도였다.

간략히 이 곡에 대해 설명하면 「산야」는 한국의 토속민요 중 하나로 전라북도 지역에서 발견되는데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곡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에 대한 아픔과 전란으로 인해 이별한 수많은 사람들의 한을 표현하고자 했다. 특히 이 곡은 20세기 초 한국이 겪었던 아픔에서 비롯된 농민들의 노래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주제로 삼고 있다.

이 슬픈 노래는 여러 형태로 반복 변주되면서 잊혀진 영혼들을 위로한다. 사쿠하치 독주자는 무당처럼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며 깊은 한의 영혼들을 불러내어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역할을 한다. 독주자와 100명의 사쿠하치 연주자들은 진정한 화(和)를 위해 음악적으로 긴 대화를 한다. 결국, 모든 사쿠하치 연주자들은 그들이 쉴 수 있는 좋은 곳으로 인도한다. 후반부에 나타나는 3분박의 리듬은 한민족의 깊은 원형을 담고 있는 리듬으로 주로 어머니의 자장가에서 나타난다.

「진혼산야」를 통해 역사적으로 일본인들에 의해 희생된 동학군들의 영혼을 일본의 대표적인 악기인 사쿠하치로 위로하고 그들에게 사죄하게 했다. 일본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그들도 어느 정도 이해했을 것이다.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 일본인이 우리의 역사에 대해 음악으로 사죄를 한 순간이었다. 이에 이 작업을 계기로 현재는 지속적인 한일교류 음악회를 추진하고 있다.

26세부터 시작된 일본 음악에 대한 학습은 오랜 시간의 편견을 넘어 그들의 장점을 알게 하였고 그들의 장점을 나의 음악에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게 하였다. 이런 노력과 역사인식이 그들을 감동시킨 것 같다. 결국 「진혼산야」는 민요 채집과 국악기의 학습처럼 나의 것을 알기 위한 작업과 남의 것을 알기 위한 작업의 조화 속에서 만들어진 작품으로 한국음악과 일본음악이 만날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을 제시한 것이다.

필자는 올해 11월 한일악기 교류음악회를 위해 「귀향」이란 곡을 작곡하고 있다. 이 곡은 사쿠하치와 해금이 중심이 되는 음악으로 위안부의 아픔을 그리고 있다. 앞으로도 음악을 통한 한일간의 이해와 평화 공존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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