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성권 석사과정
전기정보공학부

올해의 연도를 이제야 한 번에 떠올리게 되었는데, 벌써 반이 넘는 올해가 지나가버렸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정신을 차릴 때쯤에는 늘 절반밖에 남아있지 않다. 물론 2013년은 늦게 깨닫는다고 해도 머리가 아플 만큼 많이 남아 있어서, 어찌어찌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지만, 관악의 가을은 몹시 짧아, 맞이할 준비를 하는 동안 이미 지나가 버리고 말 것이다. 이렇게 있는 듯, 없는 듯 가을이 스쳐지나가는 것은 아쉽기만 하다.

이렇게 고민하는 학우들이 있다면, 반가운 소식이 있다. 가을 축제가 바로 그 것이다(‘시선 공포증’). 올해의 ‘무릎’ 정도로 시간이 흘러간 지금, 가을의 ‘허리’에 열리는 축제를 즐긴다면 적어도 가을이 있었다는 사실은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꼼꼼한 사람이라면 학교 이곳저곳에 붙어있는 경전철 현수막 문구를 보고 ‘서울대 3대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축제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서울대 축제는 꽤나 재미있다.

2007년에는 학교 선배인 ‘이적’씨가 와서 자신의 반가였던 ‘불나비’를 불렀고, 최근에 설리와 친한 오빠사이로 밝혀진 다이나믹듀오의 ‘최자’가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 이를 준비하는 ‘축제 하는 사람들’(축하사) 에서도 여러 사람의 취향을 고려해, 초청 뮤지션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잘은 모르겠지만, 인디와 메이저, 밴드와 힙합, 젊은이와 늙은이(?) 정도의 기준이 아닐까. 가끔 아이돌이 보고 싶을 때는 몇 년 전의 원더걸스 참사를 되새기며 다시 한 번 라인업에 감탄해보곤 한다.

이렇게 모두가 어우러질 수 있는 축제를 준비해온 축하사에서 이번에는 고학번을 위한 이벤트를 열었다. ‘학burn이 줄줄줄’ 이라는 이름의 이 이벤트는 선·후배를 모아서 줄을 길게 이어서, 가장 긴 줄이 우승하는 이벤트다. 저학번에게는 살아있는 화석 같은 고학번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고학번에게는 “좋은 학교 오래 다녀야지”라는 유서 깊은 선배들의 가르침을 다시 후배들에게 일깨워 줄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글이 실릴 때쯤이면 이미 축제가 끝나 있겠지만, 해가 지날수록 바빠지는 신입생들과, 원치 않게 학번이 높아지는 고학번 모두, 서로에게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초대장을 보낸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이것저것들이 자리를 바꾸고 있고, 누군가들의 장단에 맞추다보니 어느새 우리는 등에 짊어진 것밖에 신경 쓰지 못하게 된 것 같다.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려 노력하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를 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게 우리가 정신없이 지내는 와중에, 가을은 이번에도 또 한해, 잊혀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벼운 짐이 아니라, 같이 걸어갈 사람이라는 걸 기억하자. 영화 ‘인 디 에어’ 의 대사와 같이 “인생의 가장 즐거운 기억 속에서 당신은 혼자였나요?” 라는 질문의 답은 하나일 거라고 믿는다. ‘서로̓를 불러내어 보자. 스쳐지나가는 가을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함께한 사람들에게 작은 온기와 짧은 인사말들을 건네자. 우리에겐 학교 곳곳에 붙은 초대장과 ̒서로̓를 기다리는 잔디밭이 있다. 그 곳만이 점점 더 설 곳이 없어지는 ‘우리’의 자리일 것이다.

축제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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