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가 택시요금 인상 반대하는 이유는…

‘생존권 쟁취ㆍ택시제도 개혁ㆍ불법행위 척결을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가 지난 27일(목) 여의도에서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민주택시연맹) 주최로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3천여 명이 참석해 ▲생활임금보장ㆍ노동시간 단축 ▲노조탄압 중단[]투명경영 ▲부가세 경감제도 개혁 ▲운수노동자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조합원들은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6월 16일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민주택시연맹이 이렇게 강경 투쟁을 선언한 것은 저임금ㆍ장시간 노동, 불합리한 정책과 사업주의 불법적 운영 등 구조적 문제가 누적돼 왔기 때문이다.

 

 

▲임금제와 노동시간
정부는 지난 97년 수익은 회사가 전부 관리하고 기사에게 일정한 월급을 지급하는 ‘전액관리제’를 택시업계에 도입했다. 그러나 전액관리제를 채택한 회사는 서울 소재 260개 택시 회사 중 10%미만이다.

 

나머지 회사들은 직원이 매일 일정액을 회사에 납부하고 나머지 수익을 갖는 ‘사납금제’나, 운휴차량으로 신고돼 있는 택시를 불법으로 임대해 운영하는 ‘도급제’ㆍ‘1인1차제’로 운영된다. 민주택시연맹 김성한 정책국장은 “사납금제나 도급제의 경우 하루 평균 13시간씩, 1인1차제의 경우 18시간 이상 운전하지만 한달 고정 수입이 전액관리제의 통상 월급 80여 만원에 비해 30만원 이상 적다”고 설명했다.
월급제가 아닌 경우 노동 시간이 수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장시간 근무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월급제의 경우도 하루 7시간 20분을 초과하면 초과수당을 지급하는 성과급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택시 노동자들은 대부분 장시간 근무를 택하고 있다.

 

 

▲정책과 관련법 미비
이렇게 택시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미흡한 정책과 관련법의 책임이 크다.

 

현행 법정최저임금은 초과수익금을 포함해 산정되기 때문에, 초과근무가 일상적인 택시 기사들은 최저임금제도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또 전액관리제 도입 이후에도 과징금 120만원의 미약한 처벌과 느슨한 단속으로 사납금제가 유지돼, 추가근무를 금지하는 현행 노동관계법에 따라 적정 노동시간을 제도화하면 오히려 소득이 줄어든다. 

 

한편 건설교통부는 오는 7월 1일부터 택시요금을 인상하기로 해 기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는 택시회사에 지급해오던 전년도 유류세 인상분을 2004년부터는 절반만 지급하고 부족분은 요금 인상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민주택시연맹의 김성한 정책국장은 “대책 마련 없는 보조금 감축은 승객 수는 감소시키고 사납금만 증가시켜, 노동 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업주의 횡령과 노조 탄압
지난 95년 이후 정부는 택시회사의 부가가치세를 50% 경감하고 이를 택시기사 처우개선에 사용토록 했으나 대부분의 사업주들은 이를 전용해 왔다. 지난 7일 조합원 분신 사건이 일어난 정오교통노조의 김건 조합원은 “체육대회 등에 부가세 경감액을 썼다는 변명만 들었을 뿐 실제로 기사들에게 월급이나 처우개선의 형태로 지급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인천지역에서는 이러한 전용행위가 적발돼 사업주와 국세청 직원이 구속되기도 했다.

 

노조원에 대한 회사 측의 탄압도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 정오교통노조 유진현 사무장은 “징계와 단속, 임금 수준의 차등 등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 차별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가한 인천지역 한 노조원도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직원을 채용하고, 노조원에게는 헌 차를 배치하고 폭력배들을 고용해 협박과 구타, 성희롱까지 일삼아 결국 직장을 떠나게 만든다”고 말했다.

 

 

민주택시연맹과 민주노총은 ▲생활임금 보장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특별법 마련 ▲택시업계 구조개혁과 유사영업 규제로 경쟁력 강화 ▲부가세 경감액 전액 지급과 제도 개선 ▲7[]1 택시요금인상 계획 백지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면허 거래 규제와 단계적인 감차,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처벌 강화 등 단기적인 해결책만 내놓았을 뿐 임금보장이나 노동조건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려를 하지 않고 있다. 

 

김수행 교수(경제학부)는 “택시 운전사의 노동 환경은 승객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인 투자로 서비스의 질을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업체의 경영난을 해소하고 월급제와 적정 노동시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건설교통부, 노동부 등이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