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옆에 '가위손'이 있다는 걸 아시나요?
우리 옆에 '가위손'이 있다는 걸 아시나요?
  • 강혜정 기자
  • 승인 2013.10.06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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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관악을 받쳐주는 그들의 이야기 ②
농생대 뒷길에 있는 소규모 온실 옆엔 작은 2층 컨테이너 박스가 있다. 언뜻 보기엔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이 곳은 사실 관악캠퍼스 전체의 식물을 돌보고 있는 곳, 학술림이다. 서울대가 관악산에 위치한 만큼 학내 곳곳에는 수많은 식물이 자라고 있다. 수목 중 어느 것 하나 모난 곳 없이 아름다운 풍경 뒤엔 이들을 다듬는 학술림의 노력이 있다. 『대학신문』은 관악캠퍼스의 조경을 관리하는 권순걸 주무관(42)과 장광석 직원(69)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내 구석구석 보듬는 손길

학술림은 본부학술림, 남부학술림, 태화산학술림, 칠보산학술림 등 총 4개 지부로 나뉘어져 있다. 본부학술림은 지방학술림 3개를 총괄하며 2006년도에 본부로부터 캠퍼스 조경 업무를 위임받은 후부터는 기숙사를 제외한 관악캠퍼스의 전체 조경을 관리한다. 이 외에도 학술연구를 수행하고 여러 심포지움에 참가하기도 하며 지방학술림의 경우 숙소, 강의실 등 각종 시설을 본교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한다. 학술연구는 주로 지방학술림에서 이뤄진다.
 
잘 모르고 지나쳤겠지만 관악캠퍼스 내 구석구석 학술림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은 없다. 학내 구성원들이 자주 이용하는 본부 앞 잔디, 자하연, 버들골 등도 모두 학술림이 담당하고 있다. 겉보기엔 별로 손이 가지 않은 듯한 본부 앞 잔디도 이들의 보살핌이 있기에 늘 푸른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권 주무관은 “이번에 취업박람회, 건강주간, 축제가 있었는데 이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잔디가 많이 손상된다”며 걱정했다. 덧붙여 “회생시킬 때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잔디를 살리기 위해서는 흙을 파서 군데군데 숨구멍을 만들어 주어야 하며 잡초를 뽑아주는 등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는 “많이 손상된 곳에는 잔디를 새로 심어주고 비료를 줘야 한다”며 잔디를 복구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이런 노력 끝에 잔디는 다시 다음 해에 폭신하게 자라난다.
 
자하연은 여러 학내 구성원들이 지나는 교차로이자 쉼터가 되는 장소이다. 자하연의 아름다운 풍경도 학술림의 작품이다. 자하연에는 잉어가 헤엄쳐다니는데 항상 데크 밑에 모여 있어 사람들이 잘 볼 수 없었다. 권 주무관은 “올 봄에 자하연 안쪽에 관리과 사람들과 함께 수초를 심었는데, 수초를 심은 뒤로 잉어들이 벤치가 있는 쪽까지 왔다갔다 한다”며 웃었다. 나무가 교내 건물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도 학술림의 몫이다. 장 직원은 “최근에 자하연 농협에서 식물이 간판을 가린다는 민원이 들어와 나무를 옆으로 옮겨 심은 일이 있었다”고 얘기했다.
 
동아리의 각종 행사를 비롯해 외부 사람들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인 버들골은 사람들이 잘 드나드는 장소 중 하나다. 권 주무관은 버들골의 잔디를 짧게 다듬어 놓으면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연의 순리를 따라서

식물이 자연의 순리를 따르듯 학술림의 일도 계절에 따라 다르게 진행된다. 기본적으로 벌초작업은 한 해에 5번~6번 정도 한다. 새순이 돋아나는 3월에는 나무의 가지를 쳐내는 작업인 전지를 하며 4월에는 잡풀을 자르는 예치기를 한다. 병충해를 방지하기 위해 식물에 약을 치는 것도 이 시기에 한다. 여름에도 식물은 계속 자라나기에 제초작업과 예치기는 계속된다. 태풍으로 인한 복구 작업도 이 시기에 한다. 권 주무관은 “이상하게 인문대 뒷길이나 건물 주변, 도로변 같이 사람이 지나다니는 곳에 나무들이 잘 쓰러진다”며 걱정했다. 가을 작업에 대해 장 직원은 “가을이 오면 향나무, 주목, 사찰나무 등은 전지를 한다”고 설명했다. 겨울에는 가을에 떨어진 낙엽을 치우는 일과 소나무 전지를 한다. 이 시기에는 송진이 나오지 않아 작업이 한결 수월하기 때문이다.
 
권 주무관은 “우리는 대체적으로 토요일에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 때 사람이 많이 없어서 안전하고 편하게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계절마다 바뀌는 본부 앞의 식물들 역시 학술림에서 관리한다. 여름에 본부 앞 계단에 놓여있던 수련들이 가을이 오면 알게 모르게 국화로 바뀐 것도 학내 구성원들을 위한 학술림의 작은 선물이다. 본부 앞의 꽃 외에도 문화관에서 강연이 있을 때 무대에 놓는 식물들도 학술림에서 설치한다. 이 식물들은 강연이 끝나면 다시 농생대 뒤 온실로 회수된다. 권 주무관을 따라 들어가 본 온실에는 행사 때 볼 수 있었던 일반 성인만한 크기의 작은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었다.
 
학내에는 학술림에서 관리하는 식물 외에도 인문대 개울가 근처 대나무 숲인 관악림이나 옥상정원 등 교수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공간들도 있다. 이에 대해서 권 주무관은 “관악림이나 옥상정원은 우리가 관리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하지만 대나무가 길을 가로막거나 잎이 많이 떨어져 있으면 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학술림은 산불 예방도 책임진다. 학술림 직원은 겨울 산불조심기간인 11월~12월, 봄 산불조심기간인 2월~5월에 본부직원, 청원경찰과 함께 외곽도로를 순찰한다. 권 주무관은 “순찰을 돌면서 노천강당이나 계곡에서 취사하는 등산객과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빛을 받은 나무처럼 반짝이는 그들

가끔 학생들이 고무 호스나 삽, 괭이 등의 연장을 빌리러 오는 경우가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이들이 학내 구성원과 직접적으로 만날 일은 거의 없다. 학술림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도 많진 않다. 하지만 대화를 하며 이분들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자부심을 갖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를 마친 직후 현장사무실의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후 작업복을 걸치며 두 사람은 일어났다. “길가다가 문득 뒤돌아봤을 때 깨끗하고 예쁜 학교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는 그들.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자신의 일 자체를 즐기며 열심히 꽃과 나무들을 관리하는 이분들이 있기에 오늘도 학교는 더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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