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까나 기자 ganaa@snu.kr

종합체육관(71동) 옆 한쪽 구석에 마련된 그리 크지 않은 체육관. 체육관 입구에 있는 FOS(Fist of SNU)라는 큼지막한 글자가 눈에 띈다. FOS라는 이름을 보고 있으니 귀에 기합소리가 들려온다. 원! 투! 원투! 소리를 쫓아 체육관 안으로 들어서자 선수들의 열기가 먼저 피부에 와 닿고, 이어 선수들이 샌드백을 향해 빠르게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복싱으로 땀 흘리며 운동하고 있는 그들. 그들은 당당하게 아마추어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대의 주먹’, 서울대 복싱부 FOS다.

오후 5시 30분이 되자 개인 운동을 멈추고 한 선수의 우렁찬 구호에 맞춰 기초체력을 키우기 위한 준비 운동을 시작했다. FOS에서는 준비 운동인 체력훈련 후에 각자 개인적으로 필요한 운동을 하지만 준비 운동만큼은 모두가 함께한다. 링 위에서의 훈련, 샌드백에서의 훈련 등 각자가 다른 운동을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신입부원과 기존부원이 짝을 이뤄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링에 앉아 붕대를 묶던 부원 오영진 씨(자유전공학부·10)는 “복싱장의 즐거운 분위기에서 운동하는 것이 정말 좋다”며 “군대 전역 후 복싱부원들과 함께 운동하는 것이 학교 적응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대형 거울 앞에서는 기존부원이 스트레이트 자세가 어색한 신입부원의 자세를 친절하게 교정해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FOS에서의 복싱은 개인 운동이자 ‘단체 운동’이다. FOS의 주장 안형진 씨(건축공학과·09)는 “개인 운동이면 오히려 동아리를 하는 의미가 없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개인적으로 운동을 하다보면 포기하기가 쉽지만 함께 운동을 함으로써 포기하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너지 효과 때문일까, 체육관의 한 쪽 벽은 통째로 역대 복싱부의 부원들이 수상한 메달과 트로피로 가득했다. 대부분의 운동에서 서울대가 약세를 보인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지만 FOS는 아마추어 복싱계의 ‘강호’로 통한다. 꾸준히 전국 규모의 대회에서 종합우승, 준우승 등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지난 8월에는 전국 대학 복싱동아리 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5개를 따내며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8월 있었던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호주 출신 교환학생 제이미 씨(언어학과·12)는 “격투기를 배워보고 싶어서 태권도 등 여러 운동을 배워봤지만 복싱이 가장 신나는 것 같다”며 복싱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체육관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복싱부의 지도교수인 전태원 교수(체육교육과)가 체육관을 찾았다. 전 교수는 “링 위에 올라가봐야만 자신의 연약함을 깨닫고 투쟁심을 배울 수 있다”며 “(복싱은) 편하게 자라온 서울대 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운동”이라고 말했다.

미래와 학업에 대한 걱정으로 하루하루가 힘든 당신, 신나게 샌드백을 때려보는 것은 어떨까? 아무 생각 없이 신나게 주먹을 날리다보면 모든 걱정은 ‘서울대의 주먹’ 앞에서 모두 K.O.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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