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봉 박사과정
과학교육과
최근 뉴스나 신문 등에서 보도되는 학교 폭력 사례의 수는 헤아릴 수가 없을 지경이다. 교사의 권위는 땅에 추락한 지 오래고, 학생이 교사에게 물리적인 위협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 하니 그 어느 때보다도 학생들의 인간성이 위기에 처해 있는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
 
사범대에서는 종종 현직 교사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범대 재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자리가 열리곤 하는데, 최근에 필자가 참석했던 자리들에서는 학생들의 ‘생활지도’ 문제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었다. 현직 교사들의 말에 따르면 교과지도보다도 훨씬 시급하고 골치 아픈 것이 바로 학생들의 생활지도 문제라는 것이다. 과학 교육계에서 상당히 잘 알려져 있는 한 교사는 ‘학교폭력 문제 발생 시 교사가 법정 분쟁에 휘말리지 않는 방법’을 예비 교사들에게 최우선으로 조언해야 할 사항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현장 교사들이 겪고 있는 고충은 이미 단순한 교육적 어려움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 같다. 또한 학생들이 교사의 가르침이 아닌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은 참으로 가슴 아프다.
 
학교폭력 문제가 아무리 심각하다 한들, 법의 힘을 빌리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이런 문제들이 애초에 벌어지지 않게 학생들을 올바른 삶으로 이끌어 갈 방법이다. 법적 처벌은 애초에 ‘교육적’ 방법이 아니다.
 
두 가지 질문이 발생한다. 학생들의 생활지도 문제를 ‘교육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그리고 교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생활지도의 문제는 각 교과교육과 무관하게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인 것일까? 이 질문들은 사실 오류 덩어리이다. 학생들을 올바르게 이끄는 것 자체가 ‘교육’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우리의 삶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들로 이루어져 있다. 지적이고 미적이며 도덕적인 다양한 가치들은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최소한 교육 목적의 한 측면은 이러한 가치들을 학생들에게 전수하는 데에 있다. 최근 우리 교육의 현실을 살펴보자. 학생들은 기존 사회가 추구하던 가치들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까? 각 교과가 추구하는 지적, 미적, 도덕적 가치들은 ‘도구적 이성’ 앞에 무릎을 꿇은 지 오래이다. 공교육은 사교육의 효율적 방식과 비교되고 있고, 학부모들뿐만 아니라 교사들마저도 수치화된 ‘성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학생들이 각 교과가 지닌 본질적인 가치들을 얼마만큼 내면화 하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이 없다. 학생들의 눈에 비친 이 사회는 물질적 풍요로움과 권력의 달콤함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있다. 학생들이 우정, 배려, 사랑과 같은 구세대의 가치들을 추구하는 삶을 살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제멋대로인 그들의 삶을 바로 잡는 ‘교육적’ 작업은,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가치들을 그들의 눈앞에 불러와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각 교과가 지닌 본질적인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어야 한다. 필자의 주장은 당장 어려움에 처해 있는 교육 현실에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이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각 교과 교육이 추구해야 할 본질적인 가치들을 회복하는 작업 없이 그들 스스로 훌륭한 삶을 살아갈 것이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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