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반응은 긍정적
임금, 안전, 배차간격 등
현장의 어려움은
여전히 서울시의 해결과제

심야버스(올빼미버스)가 9개 노선으로 확대되며 본격 운영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깜깜한 밤 큰 눈을 깜빡이며 주위를 둘러보는 올빼미’처럼 시민의 늦은 귀가를 책임진다는 ‘올빼미버스’에 기자가 탑승해 심야버스의 이모저모를 알아봤다.

◇올빼미버스, 그것이 알고 싶다=
지난달 12일부터 서울시민은 버스, 지하철이 운행을 중단하는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심야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경제활동이 24시간 체계로 돌아가는 만큼, 늦은 밤 시민들의 귀가 걱정을 덜고 교통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 심야버스 도입의 취지다. 심야(Late Night)를 의미하는 ‘N’이 노선번호에 포함돼 N10, N37, N61라는 이름이 붙는 것이 심야버스의 특징이다.

심야버스 노선은 빅데이터를 이용해 결정됐다. 서울시는 심야 시간대의 KT 통화량 데이터 30억 건을 활용해 심야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산출하고 최종적으로 9개 노선을 선정했다. 강남, 신촌, 홍대, 동대문, 신림 등지의 심야 유동인구가 집중되는 곳이 주요 지역으로 선정됐으며 4개의 주요 환승 거점(서울역, 동대문, 종로, 강남역)에서 다른 심야버스 노선으로 환승이 가능하도록 했다.

도입 초기, 야간 노동, 임금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서울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야간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기사들이 주간에 다른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근무시간도 5~6시간으로 단축했다. 다만 근무시간 감소로 인한 임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야간수당을 추가 지급했다. 이외에도 시속 70km 이상으로 달리지 못하도록 과속방지장치를 부착하는 등 버스의 안전을 위한 조치도 취했다.

▲ 삽화: 강동석 기자 tbag@snu.kr

◇심야버스 직접 탑승해보니=지난 11일(금) 새벽, 봉천사거리 버스정류장(서울대입구역 1번 출구 방면)에 정차하는 N61번 버스에 기자가 탑승했다. 이 버스는 양천차고지에서 출발해 신림, 사당, 강남, 역삼, 청담, 건대입구 등 서울 주요지역을 두루 거친 뒤 노원역에 도착한다.

심야버스 이용승객의 면면은 다양했다. 늦은 시간에 귀가하는 학생 및 직장인 외에도 대리운전 기사, 새벽 시장상인 등의 심야노동자가 눈에 띄었다. N61노선의 버스기사 A씨는 “심야버스 이용객은 대부분 대리운전 기사나 취객”이라며 “취객들이 가끔 시비를 걸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재 당일인 목요일의 N61 버스에는 취객보다는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생계형 탑승객이 많았다. A씨는 “금, 토요일에는 출근버스를 연상시킬 정도로 버스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차고 취객이 많다”고 말했다.

버스에 탑승한 시민들의 반응은 대개 호의적이었다. 서울시의 사전 노력으로 인해 심야에도 편하게 이동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은 여러 문제점이 현장에서 확인됐다. 심야버스 기사의 수당, 임금 등 처우 문제, 안전 및 긴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인력, 버스 문제와 지나치게 길다고 지적되는 배차간격 문제 등이다.

서울시 측에서는 추가 임금 지급으로 인해 심야버스 기사 처우가 주간버스 기사에 비해 크게 나쁘지 않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심야버스 기사들의 생각은 서울시의 평가와 사뭇 달랐다. A씨는 “정규직이 심야버스를 기피해 비정규직과 촉탁계약직이 대부분 담당한다”며, “정규직에 비해 임금이 100만 원가량 낮다”고 말했다. 버스정책과 노선팀 이종운 직원은 “촉탁직으로 고용하는 분은 정년퇴직한 분으로 법적으로 정규직 고용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버스의 안전 보장과 위기 대처 방안의 부재도 문제로 제기됐다. 사고 시 긴급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된 차량이 없을 뿐더러, 한 노선을 담당하는 기사가 3명에 불과해 ‘대타’를 뛸 기사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이종운 직원은 “사고 시 활용하기 위해 같은 노선번호의 대체차량 구입해놓는 것은 예산 낭비가 크다"며 "버스 차량의 노선번호와 노선도를 교체해 대체차량으로 투입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대답했다.

배차간격이 35~40분으로 길지만 버스가 가득 찰 경우 승객을 싣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높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금요일과 토요일처럼 심야 유동인구가 집중되는 날엔 그 현상이 심각해진다. 서울시는 심야버스의 배차간격을 주간버스만큼 촘촘히 할 여력이 없다며 증차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그 외에 성남, 일산 등의 위성도시로 이동하는 심야버스 노선이 없어 택시 이용이 불가피한 만큼, 서울시와 해당 시·도가 심야버스 연동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출범 7개월 만에 시민들의 높은 호응을 얻은 심야버스가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발’ 노릇을 톡톡히 할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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