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밀양 송전탑 건설 강행과 이에 대한 주민들의 거센 저항이 화제가 되는 가운데 지난달 21일 정부는 송전선 증설 계획을 담고 있는 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확정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밀양에서 불거진 송전탑 건설 문제가 전국적으로 번질 수 있다고 주장하며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전력 공급의 지역적 불균형 문제를 지적한다. 『대학신문』은 특정 지역에 집중된 전력 공급 실태를 조명하고 이와 관련한 논란을 짚는다.

◇전력자급률, 서울은 3% 충남은 276.8%?=현재 밀양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765kV의 초고압 송전선은 1998년 당진과 울진에 대규모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가 생기면서 처음으로 들어섰으며 매번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짤 때마다 증설이 계획되고 있다. 기존의 345kV 송전선에 비해 4배 이상의 전류를 공급할 수 있는 765kV 송전선을 확충하는 것은 달리 말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 부하지역과 공급지역 간의 불일치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표한 『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충남, 전남의 전력자급율이 276.8%, 256%인데 반해 서울과 광주의 전력자급율은 각각 3%, 0.5%에 불과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의 중앙집중형 전원(電源)구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국전력 최세영 송변전개발처 차장은 “우리나라는 몇몇 지역에 집중된 대단지발전소에서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으로 전력을 공급해 전국으로 송전하는 중앙집중형 전원을 택하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지역 간 전력자급율은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중앙집중형 전원 하에서는 전력 수급에서의 지역 간 비용과 편익의 불평등이 문제시 된다. 지난 8월 경기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와 에너지 분권화의 과제」에 의하면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따르는 위험과 비용은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반면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수도권 지역은 비용과 부담 없이 서비스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불평등 문제로 인해 더 이상 중앙집중형 전원이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이번 밀양 송전탑 사건으로 이러한 지역 간 불평등이 대두되면서 초고압 송전탑 설치, 발전소 설립 등에 대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지방에 집중된 대규모 발전단지에 의존하는 기존의 중앙집중형 전원은 무용지물이 될 것으로 전망 된다”고 말했다.

◇분산형 전원, 대안이 될 수 있을까=중앙집중형 전원이 더 이상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분산형 전원이 대안이라며 목소리를 모은다. 분산형 전원은 전력의 최종 사용 장소 근처의 발전 시설로 열병합발전, 연료전지, 소규모 가스터빈, 태양광 등 중앙집중형 전원에 비해 규모가 작은 발전시설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분산형 전원이 활성화 된다면 앞서 나온 전력수급에서의 지역간 불평등 문제도 해결되며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통해 최근 문제가 됐던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도 예방할 수 있다.

다만 분산형 전원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 사실 분산형 전원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경제성이 떨어져 보급 및 확산에 있어 한계가 지적된 바 있다. 가장 대표적인 모델이 구역전기사업(CES)이다. CES는 1990년대 각각의 신도시들에 열병합발전소를 하나씩 설치해 전기를 자체적으로 공급하기에 나섰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수도권 인근에 많은 민간 CES 사업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전기 요금은 정부의 통제로 인해 인상하지 못해 현재 대부분이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 이외에도 자가열병합, 연료전지 등의 분산형 전원정책 또한 현실에 맞지 않은 낮은 전기요금과 대규모 발전시설에 비해 높은 발전단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에너지 효율성 확보, 전력시스템 안정화 등 분산형 전원을 통해 발생할 사회적 편익은 막대할 것”이라면서 “정부는 전기요금정책의 개선을 필두로 설치지원금이나 운전장려금 등을 지급해 분산형 전원의 활성화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와 국회는 분산형 전원 보급 확산을 표방하고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은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앞두고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분산형 전원을 확대할 것을 약속했고 새누리당도 에너지특별위원회를 통해 전원의 분산화를 강하게 주장했다. 과연 이들의 노력이 분산형 전원 활성화를 실현시킬 수 있을지, 실현이 된다면 우리나라 전력 수급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