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개 사립대 등록금 불법 유용,
대납한 사학연금 보전 방안 제출
여전히 대학 책임 회피하고
구체적인 보상 방안 제시 없어

교직원의 사학연금과 건강보험료의 개인부담금을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대납했던 44개 사립대학 전체가 교육부에 대납액 보전 방안을 마련해 제출했다. 대부분의 대학은 학교법인이 특별전출금을 내놓거나 교직원이 대납액을 반납하는 방식으로 대납액 환수 방안을 마련했다. 대학들은 이를 통해 마련한 금액을 학생들에게 장학금 형식으로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대납액이 524억원으로 가장 많았던 연세대는 법인이 해당금액을 보전하기로 결정했다. 학교법인이 추가로 편성할 수 있는 특별전출금을 이용해 올해부터 5년간 매해 100억원을 교비에 보태겠다는 것이다. 연세대는 홈페이지에 “우리 대학은 사학연금을 대납한 사실이 없다”며 감사 결과를 정면 반박해왔지만 재정지원상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의 대학들은 교직원이나 퇴직자를 통해 자진반납하는 방식을 택했다. 학교에 따라 교직원의 납부 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보통은 교직원들이 매달 일정 금액을 정해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퇴직자에 대해서는 학교 측이 그 책임을 떠맡거나 교육부 지침을 바탕으로 퇴직자에게 반납 요구를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런 조치는 지난 7월 교과부의 감사 결과를 통해 일부 사립대가 사학연금이나 건강보험료의 교직원 개인 부담금을 대납했기 때문에 취해졌다. 사립대 교직원의 사학연금은 개인과 법인, 국가가 나눠서 부담하며 개인은 총 납부금액의 50%를 지불해야 한다. 대학은 이 금액을 법인회계를 통해 납부해야 하지만 특별수당 등을 명목으로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구성된 교비회계에서 처리한 것이다. 당시 감사 결과 연세대가 대납금액이 52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아주대 192억원, 한양대 177억원, 영남대 135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 그래픽: 이예슬 기자 yiyeseul@snu.kr


그러나 대학들이 제출한 보전 방안이 대학과 법인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립대학등록금불법유용사건대책연대(등불연대) 이철용 대표는 “이번 사건의 핵심은 사립대가 불법행위를 통해 학생들의 등록금을 임의로 사용한 것”이라며 “교직원도 그 책임을 피할 수는 없지만 궁극적인 책임은 대학과 법인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대학들이 환수한 금액을 장학금으로 학생들에게 지급하겠다는 계획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됐다. 이 대표는 “등록금 지급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데다가 그 사용내역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대학이 편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환수금액을 통해 마련된 장학금의 수혜 기준을 ‘학점 4.0 이상인 자’로 정하게 된다면 장학금 수령이 가능한 학생의 범위가 매우 좁아져 장학금 지급을 하지 않을 명분이 생기며 이는 학교의 회계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대학들이 제대로 된 환수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자 학생들과 시민단체는 대학을 상대로 계획했던 소송을 더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연세대 총학생회 ‘포커스 온 스토리’는 지난 7일 열린 제30회 중앙운영위원회를 열고 사학연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생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를 주문했다. 등불연대, 반값등록금운동본부와 주요 사립대 학생회 역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함께 불법 대납액 환수 소송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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