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 기자로 활동한 일은 내 삶에 있어서 큰 명예다. 『대학신문』의 보도는 서울대 공동체의 문제점을 개선했으며 때마다 중요한 가치를 제시해왔기 때문이다. 시설노동조합에 대한 고발은 민주적 시설노조의 설립을 북돋웠으며, 법인화 추진 과정과 학내 의사결정구조에 대한 지적은 “대학신문에 답하며”라는 제목의 자보로 비상총회를 이끌었다. 자잘한 시설물 고장에서 학교의 중요한 문제까지 서울대의 중요한 순간에는 항상 『대학신문』이 있었다.

학보 열독률이 이전에 비해 감소했음에도 『대학신문』이 많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보도의 ‘끈질김’ 덕이었다고 생각한다. 시설노조 위원장이 권력을 남용한다는 제보에서 시작된 취재는 노조의 기형적인 조항뿐 아니라 간접고용이라는 시설노동자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까지 파고들었기에 개선을 이끌 수 있었고, 아무도 법인화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을 때부터 법인화 법안의 분석부터 법인화의 개념에 대한 검토 등 꾸준한 기사와 사설로 문제를 제기했기에 해결의 움직임을 모아낼 수 있었다.

학내 인권 문제에 있어서도 『대학신문』은 꾸준한 끈질김을 보여왔다. 인권센터 설립은 사실상 『대학신문』의 ‘대학원생 인권’ 보도 덕이었다. 인권센터 설치가 완료된 이후에도 『대학신문』은 센터장 인터뷰를 시작으로 인권 포럼, 인권 가이드라인 제정 계획 등을 꾸준히 보도해왔으며 이를 환영하는 사설을 게재하며 ‘끈질김’을 보여왔다. 그러나 저번 호의 기사에서는 『대학신문』 특유의 끈질김을 찾아볼 수 없었다.

기사를 요약하자면 이러하다. 지난 8일 서울대 인권센터는 인권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하고 토론회를 개최해 관련 제언을 들었다. 초안은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가족생활에 대한 권리 △자기결정권을 골자로 하며, 실효성 확보를 위한 수단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기사를 통해 독자는 초안의 구체적인 내용은커녕 가이드라인의 적용 범위는 어떠한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 법인화안의 조항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설문조사와 좌담회 등을 통해 대학원생 인권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 모색에 힘쓰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서울대의 ‘전문가’인 『대학신문』이기에 아쉬움은 더 진하게 남는다. 공개된 초안의 방향이 과연 학내 상황에 적합한지에 대한 검토부터 가이드라인의 제정으로 학생, 교직원, 시설관리노동자 등의 삶은 어떻게 바뀔 것인지, 구성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조항은 어떤 것인지, 타대나 외국의 경우 학내 인권을 위해 어떤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지, 앞으로 인권센터의 역할은 무엇이 돼야 할 것인지 등 언론으로서 당연히 물음을 던져야 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할 부분이 산적해 있음에도 기사는 오직 토론회라는 창백한 사실에만 집중하고 있다.

인권센터나 가이드라인에만 의존하기에 학내 구성원의 인권은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다. 시의성 있는 보도와 심도 있는 분석으로 서울대의 미래를 만들어왔듯 인권 가이드라인에 대한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조언을 통해 학내 인권의 청사진 역시 그려나갈 수 있길 바란다.

이소영
소비자아동학부ㆍ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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