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2배 급증, 복지지출 꼴찌 수준
가해자의 80%는 결국 부모
초등교사도 신고않는 부모의 학대
사회인식 개선과 국가역할 확대 시급해

▲ 심수진 사진부장

 “아빠~ 어디가?” 매주 일요일 오후, 귀여운 아이들의 목소리로 시작되는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는 시청률 17%를 찍어 주말 예능 중 시청률 1위를 차지할 만큼 한참 인기이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크고 작은 난관을 아빠와 함께 극복해 가며 성장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줬다. 나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재밌게 보면서도 아이들은 ‘보호자에게 사랑과 도움을 받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러나 그러한 당연한 권리를 오히려 보호자인 부모에게 박탈당하며 고통에 가득한 나날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지난달 29일 보건복지부가 최근 10년 동안 국내 아동학대 피해자의 수를 발표해 그 수치가 약 2배로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증가율은 OECD 가맹국 중에서도 매우 빠르고 드문 수치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아동복지 지출 수준은 가맹국 34개국중 32위로 꼴찌수준을 기록하는 등 국내의 아동복지는 매우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

가해자의 80%이상이 부모라는 아동학대는 단순히 부모의 문제뿐만 아니라 낮은 범죄 신고율, 소극적인 인식, 부족한 범죄 관리기관 등 여러 사회문제와 엉켜있다. 그리고 선진국에서는 관련범죄에 대해 종신형까지 선고하는 나라도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최대 5년의 징역을 선고해 처벌이 가볍다는 지적도 있다. 나는 어린이들을 좋아해 중학생 때부터 아동관련 봉사활동을 해왔다. 아동학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낮은 사회인식과 체계화되지 않은 국내 아동복지에 막막함을 느끼게 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지난달 24일 소풍에 보내달라는 딸을 계모가 수차례에 이른 폭행에 의해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인 A양은 계모와 살기 시작한 2009년부터 학대를 받았고 결국 이 사실이 밝혀진 것은 A양이 사망한 후였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았던 가정속의 ‘교육’에 의한 사고는 아동학대의 배타성과 주변의 외면이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낼 수도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신고율을 높이고 아이들의 애프터케어까지 책임을 질 수 있는 사회적 국가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아동학대는 외부에서 적발하지 않는 이상 밝혀지기 어려운 범죄이다. 사생활이라는 울타리 속의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교육이나 가정사정이란 명목 하에 부모가 일으키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자식교육은 각각의 집일이란 인식이 강해 외면하는 부분이 있다. 또한 학대를 당하는 어린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에 고파 학대를 당하는 이유가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게 돼 그 상황이 비정상이라고 인식하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내부에서 계속되고 해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희박한 범죄인만큼 주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초등교사 10명 중 8명이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이 학대를 당한다고 의심하면서도 신고하지 않는다는 한 설문결과는 아동학대에 대한 주변의 소극적인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인식의 개선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

동시에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사람들이 신고를 하기 쉽도록 범죄관리 기관의 조성은 물론 위에서 언급한 아동복지 예산의 해결, 실질적인 애프터케어 시스템 구축 등이 시급하다. 또한 처벌에 대해서도 범죄예방이 이뤄지기 위한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 놀랍게도 아동학대의 가해자는 자신도 어릴 적 피해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마음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채 자신도 모르게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드먼드 스펜서도 “자식은 부모의 행위를 비치는 거울“이라고 했다. 이는 부모에게 학대를 받는 아이들이 커서도 또 다른 학대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뜻 한다. 아이들의 신변보호뿐만 아니라 또 다른 범죄를 막기 위해서라도 한시라도 빠른 발견과 피해 아동의 신체적 심리적 치료가 필요하다.

테레사 수녀는 “모든 아이들은 보물”이라고 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아이들은 우리나라의 소중한 미래이자 반짝이는 희망이다. 주변의 외면 속에 고통 받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우리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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