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를 걷다 보면 동아리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들이 자주 눈에 띈다. 연극, 뮤지컬, 기타, 아카펠라, 댄스, 밴드까지 장르도 다채롭다. 최근에는 지인이 참여하는 공연이 아니더라도 관람하는 관객이 생길 정도로 대학교 공연 동아리들이 프로 못지않은 질의 공연을 선보이며 인기를 누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대학교 동아리들이 저작권법에 대한 명확한 인식 없이 외부의 음악이나 대본을 사용하고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특히 뮤지컬 동아리의 경우 대본과 음악, 안무, 의상, 연출 등 하나의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들 각각이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고 이들이 결합된 작품도 하나의 저작물로 간주하기 때문에 그 적용이 복잡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과에서 2012년 3월 15일에 발표한 저작권법 29조에 따르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연의 경우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이미 공표된 저작물이라도 원작자의 허락을 받거나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공연할 수 있다. 첫째, 배우나 스텝들에게 보수를 지불하지 않아야 하며, 둘째로 관객으로부터 입장료를 받거나 스폰서로부터 물질적인 지원을 받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대학교 뮤지컬 동아리 공연들 중 이러한 조건을 완전히 충족시키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뮤지컬 동아리는 관객에게 입장료를 받고 있으며 기업이나 지역 상권을 팜플렛에 홍보해준 대가로 지원금을 받고 있다. 서울대 뮤지컬동아리 ‘렛미스타트’의 박기범 전 회장(성악과·07)은 “제작비는 입장료와 스폰서를 통해 얻은 수입과 회원들이 내는 회비로 충당한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과 장진숙 주무관은 “일반 극단보다 저렴한 입장료를 책정했고 수입을 제작비에만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입장료나 후원금 등 공연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경우엔 비영리 공연이라도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또 대부분의 동아리들이 공연할 작품을 선정할 때 저작권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통 공연할 작품이 이미 결정된 상태에서 저작권자에게 연락을 시도하기 때문에 저작권을 허락해주지 않더라도 공연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세대 뮤지컬 동아리 ‘로뎀스’의 김다미 전 기획자는 “공연 세 달 전에 작품을 선정하고 연습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저작권 허락을 받기 위해 제작사에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원작을 크게 바꾸지 않고 공연하는 동아리들도 있지만 대본은 직접 쓰고 음악은 기존 뮤지컬 작품들의 곡 중 적절한 것을 따오는 경우도 있다. 한 대학교 뮤지컬 동아리 부회장은 “반주음악을 구입하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인터넷 상에서 악보를 구해 직접 반주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진숙 주무관은 “악보만 사용하는 것도 엄연히 저작권에 위배되는 행동”이라고 말해 저작권의 범위가 보다 넓게 적용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몇몇 동아리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극단을 통해 간접적인 방법으로 공연에 필요한 반주음악을 얻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이화여대 뮤지컬 동아리 ‘이뮤’의 조혜진 부회장은 “반주음악이 비싼 경우엔 한 곡에 10만원 정도 드는 경우도 있지만 음원을 사용하기에 앞서 꼭 기획사 측에 문의를 해 저작권료를 지불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학교 뮤지컬 동아리들이 저작권을 어기는 이유엔 국내에서 아직 공연물에 대한 저작권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과 관련 법령이 체계적으로 정비되지 않은 점을 들 수 있다. 신고제로 운영되는 현행 저작권법 상으로는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을 고발해야 처벌 대상이 된다. 장진숙 주무관은 “대학교 동아리가 저작물을 사용하더라도 저작권자가 이를 몰라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승엽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과)는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창작에 대한 동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최근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뚜렷해지고 있는 만큼 대학생들도 저작권을 보호하는 데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승엽 교수는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선 대학생 공연자, 저작권자와 관련 부처의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제작사나 저작권자 측에서도 학생들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저작권료를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국가에서도 복잡한 저작권제도를 정비하고 이에 대해 충분히 홍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프로듀서협회 이사 김영욱 대표는 “대학생들이 연기와 노래뿐만이 아니라 저작권을 얻기 위해 협상하는 것도 공연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삽화: 이예슬 기자 yiyeseul@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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