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행사소식] 제7회 설화문화전 ‘활力 시대를 관통하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은 활과 화살과도 같다. 굽은 몸 속에 민족의 혼을 품은 우리나라의 전통 활과 그 활을 가로질러 현대까지 그것을 전하는 화살. 이 둘의 조화는 관객이란 과녁에 울림을 준다. 제7회 설화문화전 ‘활力 시대를 관통하다’전이 9일(토)까지 종로구 팔판동 갤러리 인에서 열린다.
▲ 사진 제공: 갤러리 인
◇전통과 현대, ‘활’을 해석하다=활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는 궁장(弓匠) 권무석, 궁시장(弓矢匠) 김윤경, 유영기, 유세현, 전통장(箭桶匠) 김동학 등 5명의 전통장인과 현대작가 하지훈, 구병준 등 6인 10팀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전시회의 작품들은 활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둘러싸고 각기 다른 개성을 보인다.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23호 궁장 권무석 장인의 작품 「흑각궁」은 활의 발전사 중 가장 마지막 단계에 이른 활로 매우 우수한 성능을 지닌 활이다. 권무석 장인은 이 작품에 대해 “활에는 한민족의 뼛속 깊이 타고난 궁수의 기질이 담겨있다”며 “활 중에서도 완성도 높으며 동서고금에 유일한, 검은 물소의 뿔로 만든 흑각궁을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다”고 흑각궁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전시회에서는 이 외에도 130번을 다듬어야 하는 「전통 화살」과 대나무 표면에 문양이 조각된 화살통인 「죽전통」 등 다른 작품들도 선보인다.
현대작가의 작품들은 주로 전통 활의 모습을 작가가 재해석하고 변형시킨 것들이다. 나은중과 유소래 두 명의 건축가로 이루어진 팀 ‘네임리스 건축’의 「Bow-Bow」는 활이 가진 힘에 주목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긴 파이프 봉 양쪽 끝을 가는 선재로 팽팽하게 연결해 엄청나게 큰 활처럼 보이게 했다. 활 모양의 반원들이 서로 지지해 설수 있도록 힘의 균형을 이루는 지점을 찾아 연결해 입체적인 구조물로 보이게 했다. 네임리스 건축은 작품에 대해 “관객들이 공간 안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겼을 때의 그 기운과 불안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활의 굽은 모양을 의자에 적용한 「Bow Chair」와 활과 화살이 가진 형체미를 표현한 사진작품 「地」, 「風」, 「自然而然」등을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다.
◇시대를 뛰어넘은 만남이 있기까지=이번 설화문화전의 아트디렉터를 맡은 하지훈 씨는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는 데 있어 전통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현대인들에게 보여줄 것이냐는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일방적으로 전통을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현대의 관점에서 전통을 새롭게 인식시키고 이를 현대작가들이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이번 전시회의 특징에 대해 말했다.
전통과 현대의 성공적인 조화를 위해 작가들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권무석 장인은 “활쏘기는 무예가 아닌 마음 수련을 위한 도구에 가까웠지만 옛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연스레 현대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됐다”며 “활쏘기의 담론이 다시 시작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전시회에 참여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네임리스 건축팀은 “전통적인 활의 이미지에 건축의 의미를 부여해 보편적인 의미의 건축을 고려한 동시에 건축의 경계를 넓히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는 ‘활’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시대를 관통하는 예술을 보여주는 데 의미를 뒀다. 관객들은 설화문화전에서 마치 한 쌍의 활과 화살을 보듯 전통과 현대 예술의 조화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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