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영 학생처장

 친애하는 서울대학교 학생 여러분!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교정에서 미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오늘도 학업에 매진하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선생으로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바로 여러분들의 노력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여러분이 애써 행하는 공부는 장차 여러분 개인의 명예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발전으로 당연히 수렴될 것입니다.
 
여러분들께서 이미 잘 아시다시피, 대학은 현재보다는 미래를 준비하는 지성의 전당입니다. 개방적 태도로 상대방의 견해를 존중하고 대화와 이성적 합의과정을 통해서 집단적 지성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식전달이 수반되리라 생각됩니다. 지성이 형성되고 지식의 전수가 원활할 때 사회와 국가의 미래역량이 강화될 것입니다.
 
이러한 대학 본연의 역할과 책무가 우리 앞에 놓여있는데, 안타깝게도 지금 대학본부 앞에는 시흥캠퍼스와 관련하여 총학생회가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학업 정진을 위한 보다 나은 환경조성과 복리후생을 책임지는 학생처장으로서 슬프고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대화와 이성적 논의과정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교수의 한 사람으로 자괴감마저 듭니다.
 
서울대의 미래상은 우리 구성원 모두의 큰 관심사임에 틀림없습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서울대를 만들기 위한 구상중의 하나가 시흥캠퍼스 건립이라 생각됩니다. 약 7년 전부터 간헐적으로 시흥캠퍼스 계획이 논의되어 왔습니다. 2009년 서울대와 시흥시가 시흥캠퍼스사업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4년이 지난 올해 시흥시가 이 사업을 함께 할 민간사업자를 선정함에 따라 우리 대학에서도 이번 8월에 시흥캠퍼스 사업추진단을 결성하고 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지만 현재까지 결정된 계획은 4천여 명 수용능력의 기숙사 그리고 교직원 아파트를 건립한다는 원칙 정도입니다. 이는 시흥캠퍼스 추진에 대학본부가 그만큼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시흥캠퍼스는 서울대학교 본 캠퍼스를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본 캠퍼스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보완적 기능을 할 것입니다.
 
일부 학생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1학년 의무기숙형 RC 계획을 대학본부는 전혀 갖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 현재 관악의 기숙사에 입주하고 싶어도 못하는 학생이 학년 구분 없이 4천여 명이나 됩니다. 이러한 학생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숙시설의 증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러한 추가 기숙시설을 시흥캠퍼스에 건립하는 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RC 계획이 없다는 것은 총장께서 지난 10월 2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한 사항이기도 합니다.
 
이미 대학본부는 향후 시흥캠퍼스의 세부사항을 확정하기 전에 학생들을 포함한 대학구성원의 의견수렴 절차를 반드시 거칠 것임을 확약했습니다. 또 시흥캠퍼스 교육프로그램 연구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위원회에 총학생회가 참여하는 것을 보장하는 등의 내용을 10월 22일 총학생회에 공식문서로 전달했습니다. 이 문서를 전달하면서 RC계획 폐지를 요구하며 설치했던 천막을 자진하여 철거하도록 권고하였습니다. 천막 설치의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대학본부 앞에 설치된 천막은 대학의 본 모습과 부합하지 않습니다. 어떤 문제에 대해 서로 이견이 있으면 대화를 통해 그것을 좁혀나가는 것이 대학 본연의 모습일 것입니다. 이미 저는 총학생회와 대화를 통해 시흥캠퍼스 문제를 논의해 왔고, 총학생회와 시흥캠퍼스 사업추진단 간 대화통로를 주선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사랑하는 총학생회 집행부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천막을 철거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지금 행동은 10년, 20년 후 여러분의 후배들에게 반드시 평가받을 것입니다. 답답한 천막을 거둬내고 탁트인 공론의 장에서 이성적으로 우리 대학의 미래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를 하십시다.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교수와 직원 모두는 우리 학생들을 위해 존재합니다. 여러분들이 보다 훌륭한 시설과 쾌적한 공간에서 마음껏 공부하고 생활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하겠습니다.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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