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특별전시회

지난 10월 16일(수)부터 규장각 지하 1층 전시실에서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주최로 ‘한국학, 밖에서 본 한국’ 특별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회는 근대 이전부터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현재에 이르는 시간 순으로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독창적인 인식을 보여주는 자료들과 이를 바탕으로 해외에서 ‘한국학’이라는 학문이 형성되기까지 단초 역할을 한 저작들을 관객들에게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 비슷한 주제의 연구를 다룬 한국학자들의 저작을 병치시켜 전시된 자료들이 갖는 가치를 다양한 시각에서 조망할 수 있게 했다.

▲ 사진① 전시회 전경
사진: 김유정 기자 youjung@snu.kr

전시회에 들어선 관객들은 우선 한국의 근대 이전 시기 해외 한국학의 시초가 된 저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직접 방문하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여행자들의 수기가 각광받았다. 이번에 전시된 송나라 사신 서긍이 고려에 한 달 동안 체류하며 문물, 제도, 풍습을 기록한 『고려도경』과 하멜이 조선에 14년간 억류돼 관찰한 경험을 담은 『하멜표류기』가 대표적인 예다.

19세기 이후 한반도가 서양문명을 중심으로 한 세계질서에 점차 편입되면서 여행기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져갔다. 이런 상황에서 발간된 영국인 탐험가 랜도어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은 여러 그림을 포함한 총 21개의 장(章)으로 구성돼 서울의 풍물, 여성, 주거, 결혼, 왕실, 종교 등 19세기말 한국의 생활상을 충실히 묘사했으며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한국의 별칭을 대중적으로 유행시키기도 했다. 또 폴란드의 민속학자 세로셰프스키가 쓴 『코레야, 1903년 가을』은 여행기가 일반적으로 담고 있는 풍속 외에도 인구 통계, 행정 구역, 상공업, 대외무역 등 전문적인 부분까지 다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 사진② 왼쪽부터 당빌의 『중국·타타르·티벳 최신지도책』과 정상기의 『아국총도』
18세기 중반 한반도에 대한 조선학자와 해외학자의 지리인식을 비교해볼 수 있다.
사진제공: 규장각한국한연구원

일제강점기의 해외 한국학에 대한 전시도 이어졌다. 이 시기에는 일본 주도로 한국에 대한 연구가 수행됐으며 침략, 식민통치 등의 정치적 목적이 반영됐다. 이들은 1870년대 개항 전후부터 지리, 기후, 광물, 풍속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시작으로 강점 이후 식민통치가 진전된 시기에는 고적, 유물 연구와 역사 자료 편찬 등 세분화된 분과학문을 기반으로 심화적인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식민지 조선에 대한 최종 역사편찬물인 조선사편수회의 『조선사』는 기원전 57년 신라 건국부터 1894년에 이르는 2000년의 시간을 총 6편 2만 4천쪽에 담아냈으며 통사 형식이 아닌 사료집, 색인집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책은 일본인들의 조선의 역사에 대한 연구수준이 실증적 측면에서 심화됐었다는 것을 말해주지만 조선의 역사에 대해 부정적으로 그려내 식민통치를 미화함과 더불어 조선의 역사를 대륙 혹은 일본과의 관계에서 철저히 타자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 사진③ 왼쪽부터 언더우드의 『한국의 선박』과 이순신의 유고전집인 『이충무공전서』
사진: 김유정 기자 youjung@snu.kr

하지만 이 당시에도 정치적 목적보다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적 동기로 인해 탄생한 연구도 있었다. 주로 선교 등의 목적으로 한국에 체류한 서양인들이 연구의 주체였으며 이들은 근대 학문의 방법론을 도입해 한국을 조명했다. 교육선교사로 활동했던 미국인 언더우드가 저술한 『한국의 선박』은 삼국시대부터 구한말에 이르기까지의 한국의 선박 종류와 조선기술과 더불어 배와 관련한 문화와 민속 등을 소개했다. 특히 언더우드는 거북선에 대한 연구에서 이순신의 유고전집인 『이충무공전서』를 비판적으로 참고하며 거북선이 실제로 철갑선이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전시회에서는 두 책이 함께 비치됐는데 이를 통해 관객들은 두 책이 상호간의 연결된 지점을 읽어볼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사진③).

해방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해외 한국학을 살펴보는 전시에는 ‘한국학이 꽃피다’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1945년을 전후해서 한국학을 연구하는 지역이 대폭 확대됐고 연구자 수와 연구 분야 측면에서도 일정한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특히 이 시기부터 해외 한국학은 유럽과 미주지역,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기 시작했고 한국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독창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연구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프랑스인 다니엘 부셰가 『사씨남정기』의 이본(異本)에 대해 연구한 저작 「남정기, 한 한국소설의 전승, 번역과 해설」에서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부셰는 문헌학자 프로제의 연구방법을 이용해서 여러 이본들 중 원본에 가깝다고 추정한 한글본을 세 부류로 나눴으며 이는 고전소설 이본 연구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는다.

아직까지도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분단국가, 북핵문제 등 정치군사적인 문제나 드라마, 가요 같은 대중문화에 의해 규정되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 대한 이런 표면적인 이해를 넘어 이번 전시회가 학문적인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담론들이 공유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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