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금융체계 허점 드러낸 동양사태, “금융감독체계 전면 개정해야”
현행 금융체계 허점 드러낸 동양사태, “금융감독체계 전면 개정해야”
  • 송승환 기자
  • 승인 2013.11.10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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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동양사태, 어떻게 할 것인가?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이 지난 9월 30일, 동양네트웍스와 동양시멘트가 지난달 1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동양그룹의 채권이 동결되고 기업어음(CP:Commercial Paper)과 회사채에 투자한 투자자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동양사태의 경우 피해자가 5만 명, 피해액이 1조 7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특히 피해자의 99%가 개인투자자이기 때문에 사태의 결과에 따라 심각한 파장이 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삽화: 강동석 기자 tbag@snu.kr

한편 LIG건설 CP사건, 저축은행사건 등에 이어 또다시 대형 금융피해사건이 발생하자 금융당국의 책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동양사태를 앞두고 동양그룹의 재무 사정이 좋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 계열사인 동양증권의 부실한 투기 상품 판매를 묵인해온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6일(수)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이종걸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주최한 정책토론회 ‘동양사태 어떻게 할 것인가?’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토론 패널로 참가한 관련 전문가와 금융위원회(금융위), 금융감독원(금감원)의 담당자 외에 수많은 동양사태 피해자들이 참석해 자리를 메웠다. 피해자들은 토론회의 내용이 향후 제도 개선의 방향으로 집중되자 동양사태 피해자들을 위한 당장의 대책 논의를 먼저 해주길 요청했으며 몇몇 피해자는 울분에 찬 목소리로 단상 앞에 나와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때문에 토론회는 당초 예정됐던 진행 방향이 다소 수정돼 피해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며 금융당국 관계자의 사과와 해명을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금산분리, 순환출자 금지의 예외를 악용한 동양그룹=이번 동양사태는 재벌 그룹의 문제가 터질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금산복합그룹(금융기관과 산업자본을 동시에 보유한 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다. 금산분리는 금융기관이 부실 또는 부당하게 운영되거나 재벌의 사금고로 활용될 경우 한 국가의 금융시장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시키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에는 전체 금융기관 중 신용창조 기능이 가능한 은행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은산분리가 시행되고 있다. 한편 순환출자 금지는 재벌이 금융기관에 대한 지배권을 이용해 계열사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지난 대선 기간에 모든 후보들이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경제민주화에 있어서 핵심적인 사항이다.

이번 동양사태에서 동양그룹은 이러한 현행 체제의 예외를 찾아내 출자구조 중간에 대부업체인 동양파이낸셜대부를 끼워 넣는 방법으로 규제를 피해갔다. 금융기관은 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금융회사)를 자회사로 소유할 수 있는데, 대부업체는 공식적인 금융기관은 아니지만 금융회사에는 속한다. 때문에 동양증권은 동양파이낸셜대부를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었으며 동시에 금융기관이 아닌 동양파이낸셜대부는 동양레저나 ㈜동양과 같은 산업자본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대부업체를 통해 금산분리를 교묘히 피해가지 못하도록 관련 법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으며 발제자 전성인 교수(홍익대 경제학부)는 “동양사태의 경우 전형적인 금산분리 위반 사례에서 그치지 않고 금융시장의 개인 투자자들까지 농락한 것”이라며 동양그룹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개인 투자자에 피해가 집중된 이유는=동양사태의 피해자가 주로 개인 투자자에 집중된 이유는 특정금전신탁이 관행적으로 불완전판매 돼온 구조에 있다. 특정금전신탁은 투자자가 특정 투자처를 직접 정하는 것이 본질인 신탁계약으로 동양증권이 판매한 동양 계열사의 CP상품이 대표적이며 이는 판매자가 투자 상품을 권유해서 판매하는 경우와 구별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특정금전신탁 상품의 판매는 판매자가 투자 상품을 미리 정해놓고 판매하는 권유의 실질을 가지는 동시에 형식만은 신탁계약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판매자는 투자자의 투자목적, 재산상황, 투자경험 등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자가 해당 상품의 투자에 적정치 않다고 판단될 경우 그 사실을 투자자에게 알려야 하는데(적정성의 원칙) 이를 어길 경우 불완전판매 혹은 그 정도에 따라 사기 발행에 해당돼 판매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금융기관은 수많은 서류들 속에 적정성의 원칙을 준수했다는 투자자의 서명을 받아두기 때문에 판매자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 피해자는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 투자자에게 CMA보다 높은 금리를 주겠다고 하면 옮기겠다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대신 10원 한 장 손해보면 안 된다고 분명하게 말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내 투자 성향이 적극투자형으로 조작돼 있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실제로 피해자들의 요청에 따라 토론회 사회자인 이현욱 변호사가 낭독한 동양증권 청주본부 지점장의 확인서에는 △채권 상품의 불완전판매 사실 △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설명 의무 불이행 △고객의 비밀번호를 이용한 상품 가입 △상품 계약 해지 및 전환을 방해한 사실 등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에 대해 토론에 나선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공동대표는 “동양사태는 LIG건설 CP사건보다 악질인 사기 발행”이라며 “고의적 사기 발행을 저지른 동양증권이 전액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피해사건 재발 방지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대책은=전문가들은 금융피해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금융감독체계를 전면적, 체계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감독의 원칙을 정하는 금융위와 그것을 집행하고 준수 상황을 검사하는 금감원이 이번에도 문제를 조기에 적발하고 시정하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사태를 알고도 눈감고 있었다는 것이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금융위가 금융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동시에 관장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감독이 뒷전으로 밀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금융산업 발전과 감독이라는 상충하는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다보니 발전을 우선시하고 감독을 소홀히 해 대기업에 대한 봐주기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산업정책은 모두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기능은 모두 금감원으로 보내 민간에 의한 금융감독을 확립해야 한다”며 “금감원의 감독 기능 역시 시장건전성과 금융소비자 보호로 나눠 소비자 보호가 소홀해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기업의 방만한 경영에 따른 개인 투자자의 재산 피해가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금융소비자 피해구제기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현재 금융소비자 보호기금으로는 은행이 파산할 경우 예금자의 피해를 신속하게 보전해 주기 위해 예금보험기금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투자자의 경우에는 자기 책임 하에서 투자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관련 기금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최근 금융기관의 불완전판매, 사기 발행 등으로 억울하게 손해를 입은 투자자가 증가하고 있고 지난 LIG건설 CP사건에서 우리투자증권을 상대로 한 15건의 소송 중 투자자가 승소한 경우는 3건에 불과했던 것처럼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장기간의 소송에서 이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신속하게 피해를 보전해줄 구제수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토론자 안수현 교수(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는 과징금을 재원으로 하는 피해기금과 금융회사 파산시 피해를 전보하는 보상기금이 도입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현재로선 동양사태 피해자 분들이 신속하고 쉽게 구제받을 수 있는 방안이 없지만 가능한 많은 기관의 조정 제도를 적극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금융소비자 피해구제기금 마련을 입법화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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