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심수구 작가 '풍경의 비밀'전

싸리 나뭇가지를 모으고 깎아 판넬에 붙인 평면 작업과 설치 작업으로 “싸리작가”라는 별명을 얻은 심수구 작가가 지난달 30일(수)부터 지난 6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반복과 차이’라는 주제 아래 ‘풍경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이전과 달리 규모가 큰 작품을 새로 선보였으며, 좀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무료로 전시회를 진행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거대한 40여 개 상자들이 컨테이너 박스처럼 널브러진 대형작품(사진)을 볼 수 있다. 작가는 땅에 흔히 굴러다니거나 불쏘시개로 쓰일 법한 나뭇가지들을 페인트칠해 직육면체 모양으로 차곡차곡 쌓아놓았다. 나뭇가지가 빠져나오지 않게 막으려는 듯, 폐타이어로 만든 고무줄이 이를 팽팽하게 고정하고 있다. 이렇게 작가는 어두운 조명 아래 똑같은 규격의 상자들과 평범한 나뭇가지들을 반복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재료의 물질성을 강조한다.
 
▲ 사진 제공: 심수구 작가
이에 대해 심수구 작가는 “사소한 것을 집합하는 행위를 통해 반복이 지닌 엄청난 무게감과 울림을 느낄 수 있고, 나뭇가지들 사이의 차이에서 민주적인 내용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관객은 작품을 직접 만져봄으로써, 수만 개의 나뭇가지의 밀도와 무게에서 드러나는 존재감을 가늠할 수 있다. 작품을 자세히 보면 나뭇가지 각각의 크기, 모양, 색깔, 무늬 등이 모두 다르지만 하나의 상자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작가의 손을 거쳐 하잘것없는 것들이 ‘반복’되면서, 평범해 보이던 존재들 각각이 지닌 ‘차이’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컨테이너 박스 모양의 대형작품뿐만 아니라, 기존 방식을 유지한 작품도 전시됐다. 이 작품은 싸리 나뭇가지를 작두로 짧게 잘라 판넬 위에 세워 붙인 것이다. 각각의 굵기와 길이는 균일하지 않으며, 굵은 가지가 맞닿아 생긴 틈 사이는 얇은 가지가 메우고 있다. 모든 가지에는 페인트가 칠해져 있는데, 비스듬하게 눕혀져있는 몇몇 가지만이 파란색을 드러낸다.
 
심수구 작가는 관객들에게 감상의 자유를 주고자 한다. 관객이 전시된 모든 작품을 ‘풍경의 비밀’이라는 하나의 이름하에 감상하든, 따로따로 감상하든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관객들이 자유롭게 감상을 펼칠 수 있게끔 유도한다. 각 작품의 제목이 따로 없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러니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예술관을 이론적이나 철학적인 관점에서 이해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그저 자유롭게 자신만의 ‘풍경의 비밀’을 간직한 채 전시장을 나서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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