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윤 문화부장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의 응원전인 고연전(연고전)과 관련해 이슈가 된 것은 비단 무한도전 멤버들과 손연재 선수의 참가뿐만은 아니었다. 혼성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한 멤버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한 장의 포스터와 글이 큰 파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 포스터는 인기가 많은 고려대 학생과 아무도 찾지 않은 연세대 학생의 과외전단지를 비교하는 재치있는 아이디어로 인터넷상에서 주목을 받았다. 문제는 전단지 뒤 배경이었다. 배경이미지가 ‘브로콜리 너마저’ 앨범의 재킷이미지를 무단도용했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이다. 밴드의 한 멤버는 “고대 기계공학부 학생분들은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존중하는 법에 대해서 과외 좀 받으셔야겠습니다”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고 이는 순식간에 퍼져 고려대 기계공학부 학생회가 공식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학생회 측은 “학생회 페이지에 게시되는 컨텐츠들이 기타 출판물이나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되기보다는 한 번 읽고 넘기듯 가볍게 운영되는 탓에, 저작권에 대한 깊은 고려 없이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사실”이라며 무단도용을 시인했다. 양측이 원만하게 합의했기에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끝내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갈등’이 해결됐을 뿐 정작 사건의 원인인 ‘저작권 인식 부족’과 관련해선 해당 학생들을 향한 일방적인 비난만 있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4일자 대학신문에 실린 대학 뮤지컬 동아리의 저작권 인식 실태와 관련된 기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막연함을 느꼈다. 학생들의 낙후된 저작권 인식을 마주하면서도 비판의 날을 날카롭게 세울 수 없었던 것이다. 서울대를 비롯해 타대 뮤지컬 동아리들이 작품을 선정하고 이를 무대에 올리는 과정에서 저작권의 존재감은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아 저작권료를 지불한 후 음원을 사용하는 동아리도 있었지만 소수에 그쳤고 대부분의 동아리들은 인지하고만 있을 뿐 저작권법을 실천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저작권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선정하지 않기에 공연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간단하게 확인 메일만 보내거나, 심지어 어떤 이들은 저작권자에게 연락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턱대고 이들에게 손가락질 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들의 무지가 곧 불특정 다수의 무지가 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글 이외의 저작물과 관련된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저작권을 침해한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설령 홍보와 교육이 이뤄지더라도 학생들이 저작권법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이는 단지 수법을 좀 더 교묘하게 할 뿐이다. 이번 달 초에 개정된 도로교통 법안은 아무런 준비 없이 법 준수만을 강요했을 때 어떻게 또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운전자들이 가장 불만을 표시한 부분은 정지선과 관련된 것이었는데 횡단보도와 정지선 사이의 거리는 그대로 둔 채 단속만 강화해 오히려 신호를 지나치기 위해 속도를 높이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취재시 한 동아리는 음원 저작권의 법망을 피하기 위해 악보만 다운 받아 자신들이 직접 녹음한 음악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또한 엄연히 저작권법에 위반되는 행위였다.   

 물론 학생들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만 지닌 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다만 중요한 건 적어도 이들이 저작권을 지킬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들의 피와 땀이 저작권의 그늘에 묻히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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