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간의 중심성 및 구조화 방식­ 허브에서의 공간 배치를 중심으로 」

1. 인터넷 공간의 묘사

 

가상공간을 다룬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 중 2편에 해당되는 <매트릭스 리로디드> 에는 웹으로 연결된 사이버 공간에 대한 아주 상징적인 묘사가 나타난다. 주인공 네오가 시스템 설계자인 아키텍처를 찾아가는 장면이 그것이다. 희고 거대한 건물 내부, 건물 안으로 진입하기 위한 단 하나의 통로를 제외하고, 그 건물을 이루고 있는 것은 오직 끝없는 방들뿐이다. 그리고 그 끝없이 이어진 방들을 나누고 연결시키는 것은 바로 문들이다.1) 가령, 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느 가정집의 부엌이 나오고, 그 문을 닫고 다른 문을 열면 한갓진 거리가 나온다. 짐작했듯이 이러한 방의 배열에는 아무런 중심성이 없다. 따라서 접속하기 위한 통로, 즉 터미널 단말기만 갖추어져 있다면, 기본적으로 모든 방들은 접근성에 있어서 동등한 가능성을 갖는다. 중심에서 말단으로 이어지는 위계적 구조가 아닌, 무작위적 병렬 구조에 의해 이 공간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거대한 호텔 조리실이 나오고, 그 방에 있는 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운타운의 주차장이 나오고, 다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사막이 나오는 이 곳에는 어떠한 중심적인 통로도, 핵심적인 방도 존재하지 않는다. 각각의 방이 그 목적지인 동시에, 통로이며, 여정이다.

 

 2. 중심성 및 구조성을 가진 인터넷 공간

 

인터넷 공간2)에 대한 초기적 인식은, 위에서 소개한 무수하게 많은 방과 문으로 연결된 건물을 연상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노상훈(2001)은 Shaviro(1995)를 비롯해 인터넷 공간을 연구한 초기의 많은 학자들이 인터넷을 비구조화된 수평적인 연결 공간이라고 파악했다고 정리한다. 이들이 인터넷의 탈중심성 및 비구조성을 설명하면서 자주 사용하던 개념은 가타리(F.Guattari)와 들뢰즈(G.Deleuze) 의 개념인, 수목적인 것(arborescent model)과 근경적인 것(rhizome model)이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인터넷 브라우저는 일관되는 강력한 논리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던 기존의 독해 관습과 다르게, 특별한 뿌리나 기반 없이 가변성에 기반한 임의적인 접근을 가능케 한다. 따라서 www 인터넷 브라우저에 매개된 인터넷 공간은, 기존의 수목적인 공간, 즉 조직적이고 위계적인 공간의 모습과는 다르다. 인터넷 공간은 느슨하고도 임의적인 근경적인 공간3)인 것이다. 이러한 공간의 배치는 중심성과 위계성을 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탈중심적이며 탈구조적이다.

 

라도삼 역시 비중심적으로 연결된 매트릭스의 공간을 보는 것과 유사한 시각으로 인터넷 공간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가타리(F.Guattari)와 들뢰즈(G.Deleuze)의 개념인, ‘경직된 선’, ‘유연한 선’, ‘탈주의 선’의 개념을 사용하여 논의를 전개한다. 그에 따르면 ‘경직된 선’은 인트라넷, 행정전산망 같이 닫혀진 공간의 개념이며, ‘유연한 선’은 PC 통신 등 좀 더 확장된 공간의 개념이다. 그는 마지막 공간인 ‘탈주의 선’으로는 자유롭게 연결되어 있는 인터넷 공간을 꼽으며 인터넷 공간을 “선험적인 권력의 중앙지대가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모두가 정보 제공자이자 이용자로서 자유롭게 접속되고 이탈될 수 있는 탈코드화된 공간” (1998:136)으로 서술한다. 또한 이러한 탈주적 성격 때문에, 그는 인터넷 공간이 탈중심화된 공간, 탈영토화된 공간, 탈구조화된 공간, 개별화된 공간 같은 특징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초기 연구의 뒤를 이어 이루어진 다른 연구들은 과연 인터넷 공간이 이렇게 서로 임의로 연결되는 비구조적이며 탈중심화된 공간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한다. 그 중 가장 주의를 끄는 것은 네트워크를 연구한 Barabasi의 연구이다. Barabasi (2003)는 인터넷 공간이란 무한히 펼쳐진 ‘random universe’라기보다는, 중심성을 가진 허브들에 의해서 연결된 구조화된 공간임을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보여준다. 가령 인터넷 페이지들은 서로 간을 얽고 있는 복잡한 링크를 통해서 서로 임의적으로 연결되기보다는, yahoo나 google와 같은 강력한 소수의 허브들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따라서 이러한 허브들이 인터넷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4)

 

 

인터넷 공간에 대한 노상훈(2001)의 논문 역시 유사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인터넷 공간에 대한 흔한 믿음인, ‘아무 곳이나 자유롭게 갈 수 있고, 중심이 없고, 질서가 없으며, 링크는 자유롭게 연결되었다’는 믿음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로 반박하고 있다. 첫째, 인터넷 공간에서 사용자들은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통해서 접근을 허가받는 등, 사실상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움직인다. 둘째, 인터넷은 그 구성과 조직에 있어서 국지화된 중심도 있고, 질서도 있다. 셋째, 링크는 사용자에게 특정한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에, 어느 장소에 들어가면 그 장소가 준비해놓은 통로로 나가든지, 아니면 직접 주소를 입력해야만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 노상훈 역시 인터넷이 탈중심화되고 탈구조화된 공간, 임의 접근이 가능한 공간이 아님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Barabasi나 노상훈의 연구 모두, 인터넷 공간이 자유로이 연결된 느슨한 탈중심적 공간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체계성을 가지고 구성되어 있는 일종의 구조화된 공간임을 시사해준다. 특히 Barabasi의 연구는 인터넷 공간을 구성하는 중심성(허브)이 존재하며, 이 허브가 실질적으로 다른 인터넷 사이트로 가기 위한 통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을 통해 허브가 인터넷 공간의 구성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강하게 암시한다. 허브들은 다른 인터넷 사이트들로 가는 통로적 역할을 수행할 뿐 아니라, 자신에게 연결된 다른 인터넷 사이트들의 배열 방식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본 글은 각각의 인터넷 사이트들이 탈중심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기보다는, 각각의 허브의 체계에 따라 배열되어 있다고 보는 Barabasi의 가정에 동의하여 이루어졌다. “인터넷 공간은 초기 많은 학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비구조적, 수평적 공간이 아니다… 인터넷 공간의 배열은 네이버, 다음, 싸이월드 등의 허브가 담당한다”

 

 3. 공간 배치에 따른 질서의 부여

 

공간의 배치는 결과적으로 그 공간의 질서를 만들어낸다. 건축학자인 힐리어와 핸슨(B.Hillier & J.Hanson)은 공간의 배치에 따라 공간의 질서를 만들어냄을 다음과 같이 보였다. 어떤 공간에서의 벽과 문의 위치는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에게 타율적으로 어떠한 행동을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미 그 사람의 동선을 제한하고, 그 동선에 걸맞는 공간 사용을 제안하고 있기 때문에 그 공간에 공간적 질서를 부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들은 이러한 공간적 질서는 공간적 배치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이러한 공간적 배치는 ‘임의적인 접근(random access)에 대한 제한’을 통해서 거두어진다고 생각했다(Hillier&Hanson, 1984:11, 박태호, 1998, 노상훈, 2003).

 

 

이를 보다 잘 설명하기 위해서 노상훈(2001)은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예를 제시한다. <그림1>

세 그림 모두 문과 벽의 위치를 제외하고는 비슷한 상황을 나타내고 있으나, 문과 벽의 배치에 따라 각 공간의 의미는 상이하게 된다. 우선 외부로 통하는 문이 하나 밖에 없는 〈그림 1a〉에서 방 A는 그 어느 방보다도 내밀한 공간적 위상을 갖게 된다. 따라서 방 A는 침실로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림 1b〉에서 방 A는 외부로 연결이 되어 있기에 내밀한 공간이라기보다는 방 B, C, D에 연결된 출입구의 위상을 갖게 된다. 이 경우, 방 A가 침실로 쓰여질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 B와 C 사이에 벽이 생긴 〈그림 1c〉의 경우를 살펴보자. 방 A는 이제 방 B로 들어가기 위한 출입구적 위상을 강하게 보인다. 따라서 아마 침실이 위치한다면, 방 A나 D보다는 방B나 C쪽일 것이다. 침실은 개인적이고 사적인 공간으로, 통행이 자유로운 공적인 공간에 형성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듯 어떤 공간에서 벽과 문이 위치하는 장소는 그 공간의 성격을 규정하고, 그 공간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질서를 부여하게 된다.

 

 

이러한 공간적 특성은 인터넷 공간에서도 다르지 않다. 모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시판과 몇몇 사람들만이 접근할 수 있는 비밀 커뮤니티에 오르는 글들이 다를 것임은 쉽게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터넷 공간에서 가장 주되게 공간 배열을 담당하는 주체는 무엇일까. Barabasi(2003)는 인터넷 망에서 허브의 존재를 주장하면서 허브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벽을 만들고, 문을 트는 등의 이러한 공간 배열을 상당부분 담당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는 결국 매트릭스에서와 같이 끝없이 이어진 것으로 보이는 인터넷 공간들이 실은 특정한 배열 양식에 따라서 배열되어 있으며, 이는 인터넷 공간이 실제적으로 임의로 흩어져 있는 탈중심화되고 탈구조화되어 있는 공간이 아님을 의미한다.

 

4. 연구 대상인 세 가지 허브 사이트들의 성격

 

본 글은 허브 사이트들이 어떻게 인터넷 공간을 구조화하고 배열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하여 2004년 4월 웹사이트 분석업체인 랭키닷컴이 발표한 가장 페이지뷰가 높은 세 개의 허브 사이트들5)네이버, 다음, 싸이월드을 분석하기로 하였다. 다음은 세 허브 사이트들의 성격이다.

1) 네이버 (www.naver.com)

네이버의 허브적 특징은 강력한 검색 엔진을 기반으로 한 포털 싸이트라는 데 있다. 1998년 1월 검색 엔진으로 시작된 네이버는 줄곧 검색 엔진면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02년 10월부터 시작된 지식 검색 서비스인 지식 iN 서비스는 네티즌들끼리 묻고 답하는 참신한 형식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현재 포탈 서비스로 전환되어, 종합뉴스, 메일 서비스, 지식 쇼핑, 포토 갤러리, 블로그 및 카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 다음 (www.daum.net)

다음은 공공적 커뮤니티적 성격을 가진 허브이다. 주된 서비스는 1995년부터 제공된 메일 서비스인 한메일넷과 1999년부터 시작된 커뮤니티 서비스인 카페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2004년 3월 가입자수가 3700만명에 달하는 대형 허브로, 네이버에 비해 상대적으로 검색엔진이 약하지만, 커뮤니티 활동은 최근에 커뮤니티 사업에 뛰어든 네이버보다 활성화되어 있고 안정적이다. 현재는 포털 싸이트로 전환되어 쇼핑과 인터넷 뉴스 등의 다양한 분야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3) 싸이월드(cyworld.nate.com)

싸이월드는 인맥 기반 블로그 및 커뮤니티 성격이 매우 강한 허브이다. 1999년 설립된 당시 싸이월드는 처음에는 커뮤니티 기반 싸이트였다. 그러다가 2001년 9월부터 블로그의 일종인 미니홈피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해 이용자가 점차 증가하다가, 2003년 nate로 경영권이 바뀜에 따라 블로그 이용자들의 허브로 자리잡게 되었다. 싸이월드에서 블로그들은 주로 1촌 관계나 클럽 멤버 관계를 통해서 연결된다는 특징이 있어, 기존 인맥 기반의 보조적 위치로 운영되는 성격이 강하다. 주요 서비스는 블로그, 커뮤니티 서비스인 클럽, 블로그와 클럽을 꾸미기 위한 아이템 몰 등이 있다.

 

위의 싸이트들을 분석하기 위해 사용할 방법은 앞서 소개되었던 건축학 및 공간사회학의 방법과 유사하다. 우선 인터넷 허브들이 자신과 외부를 어떠한 방식으로 연결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하여, 외부 웹페이지들과의 연결 역할을 하는 검색 엔진의 검색 결과를 배열하는 방식을 살펴볼 것이다. 다음으로는 허브 싸이트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연결성에 주목하여 각 싸이트 내의 공간을 사적인 공간과 공공적인 공간으로 나누고, 이들이 커뮤니티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느냐에 따라 서로 상이하게 나타나는 커뮤니티의 이용방식을 비교하려고 한다. “사적인 연결 통로가 적은 커뮤니티일수록 더 공공적일 것이다”

 

5. 세 허브 싸이트들의 검색 엔진 결과를 배열하는 방식의 비교

 

정보 탐색의 영역에서 네이버, 다음, 싸이월드는 각각의 성격에 따라 상이한 공간배치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검색 엔진에 접근할 수 있는 접근성의 측면에서 네이버, 다음은 굳이 로그인 기능을 필요로 하지 않으나, 싸이월드는 로그인 없이는 검색 엔진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차단한다. 따라서 그 내용을 굳이 열람해보지 않아도, 싸이월드의 검색 기능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자료들이 네이버나 다음보다 더 사적이고 내부적인 공간에 속한 것임이 그 공간 배치에서부터 명시되어 있는 것이다.6)

 

검색 결과 배열에서도 네이버, 다음, 싸이월드는 각기 상이하다. 우선 네이버에서 정보를 탐색한 후 보여지는 화면은 대개 백과사전/오픈지식/전문지식/카페/블로그/싸이트/도서정보/최신정보/웹문서/이미지 순이다. 이에 비해 다음의 정보는 백과사전/카페글/디렉토리/최신뉴스/웹문서/카페명/이미지 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이는 검색 시 정보의 정확도 순으로 그 결과를 보여주는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으나, 또 다른 면으로는 상위에 제시된 검색 결과들일수록 네이버나 다음의 자체 웹사이트상에 위치한 다른 웹페이지로 연결됨을 알 수 있다. 네이버의 경우 오픈지식, 전문지식, 카페, 블로그 등이 모두 네이버 자체의 서비스이고, 다음의 경우에도 카페글, 최신 뉴스, 카페명 등이 모두 자체의 서비스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결국 네이버나 다음 이외의 공간으로 연결되는 웹문서로의 링크는 상당히 나중에 제시되어, 사용자가 이 링크를 통해 외부 공간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싸이월드는 다음이나 네이버보다 훨씬 강한 내부화를 보인다. 검색 서비스를 통해서 찾은 결과에 일절 외부와의 연결 고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싸이월드가 검색엔진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서, 검색서비스를 통해서 검색되는 결과가 오직 회원 이름이나, 블로그를 꾸미기 위한 음악 및 액세서리, 커뮤니티 분류 검색일 뿐이라는 점에서도 기인한다. 결과적으로 싸이월드 검색엔진 결과를 보여주는 공간 배열은 다음, 네이버와는 달리 외부를 향해 난 문이 없는 폐쇄형으로 나타난다.

 

 

결국 앞서 제시했던 방의 모형으로 네이버, 다음, 싸이월드의 공간 배열 구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배치를 알아낼 수 있다. (그림 2) 결국 허브에서 외부로 연결되는 통로로 볼 수 있는 검색 엔진들이, 실은 허브 사이트 내부의 이동 통로로 활용되기에 더 유용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7) 이러한 내부 이동적 통로는 인터넷 공간에서의 이동이 실은 임의적이고 자유로워 보이지만, 일정한 경로를 통해 안내되고 지정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6. 세 허브 싸이트들의 커뮤니티 연결성과 이용 방식의 비교

 

앞에서 허브 싸이트와 외부 사이트를 연결하는 검색 엔진에 대해서 살펴보았다면, 이번에는 허브 싸이트의 내부의 공간들로 주의를 돌려보자. 특히 관심을 갖고 지켜볼 사안은 바로 각 허브의 커뮤니티들이 연결되는 방식이다.

 

우선 검색 엔진적 성향으로부터 시작된 네이버부터 살펴보자.8) 네이버의 커뮤니티 공간에 들어가면 크게 두 가지의 이동 통로를 접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왼편 하단부에 위치한 동맹 커뮤니티로의 통로이고, 두 번째 통로는 우편 중반부에 위치한 오늘의 카페 멤버들의 블로그로 이동하는 통로이다.9) 다시 말해 네이버 커뮤니티 공간에서는 또 다른 공공의 공간(동맹 커뮤니티) 및 타인의 사적 공간(블로그)으로의 통로가 존재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반면 다음의 커뮤니티인 다음카페는 로그인 이후 언제나 화면 상단에 위치하는 기본 메뉴 외에는 카페 접속과 동시에 생겨나는 통로가 없다. 물론 회원정보를 검색해서, 이메일을 보내는 식의 접촉을 시도해볼 수도 있겠으나, 본질적으로 카페 밖의 다른 공간과 적극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이와 다르게 싸이월드의 커뮤니티인 클럽의 경우는 아주 많은 사적 연결 통로들이 존재한다. 네이버의 경우 금주의 클럽 멤버의 블로그만 소개되는 데 비해, 싸이월드는 화면 좌측에 전 클럽 멤버들의 블로그를 연결시켜놓고 있다. 또한 멤버들의 게시판 글을 조회할 때도 어김 없이 글 하단부에는 작성자의 블로그 화면이 나타나 있다.10) 따라서 싸이월드의 경우에는, 클럽의 멤버들은 누구나 자신의 사적 영역인 블로그로의 통로를 공개한 채 클럽에 참여하는 형태를 보이게 된다.<그림 3>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다음 커뮤니티는 커뮤니티 외부로의 연결 통로가 거의 없는 상태이다. 두 번째로 네이버 커뮤니티는 소수의 연결 통로가 있는데, 이 통로들은 또 다른 공공의 공간 및 타인의 사적 공간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싸이월드의 커뮤니티는 다수의 사적 공간으로 통하는 연결로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연결성의 차이는 이용자의 이용에 있어서 어떠한 차이를 가져올까. 우선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큰 차이는 사적 공간으로 통하는 문이 많은 싸이월드 클럽들이 사적 공간과 상대적으로 연결이 덜 되어 있는 다음 카페들보다 훨씬 개인적이고 사적인 속성일 보일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각 커뮤니티의 사적인 정도를 살펴보는 것은 상대적으로 각 커뮤니티의 공적인 정도를 살펴보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며 측정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본 연구에서는 ‘사적인 연결 통로가 적은 커뮤니티일수록 더 공공적일 것이다’로 그 가정을 조금 바꾸어 접근해 보았다.

 

각 커뮤니티의 공공성을 관찰함에 있어 구체적으로 사용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최근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공공적 이슈 중의 하나인 ‘탄핵’을 키워드로 삼아 각 허브의 커뮤니티들을 검색한다. 다음으로 이들 커뮤니티 중 각 허브별로 가장 활성화된 커뮤니티를 파악하여, 그 활동성을 살펴본다.

 

 먼저 ‘탄핵’이라는 키워드로 검색되는 커뮤니티의 양적 수치를 살펴보자. 가장 사적연결 통로가 작은 다음 커뮤니티에서 ‘탄핵’을 키워드로 검색할 경우, 총 916개의 카페가 검색된다. 네이버의 경우에는 110개이다. 그러나 싸이월드의 경우, 총 21개의 클럽이 검색되는 데 불과하다. 더군다나 각 커뮤니티의 활성화 정도와 가입자수를 살펴보면 이러한 성격은 더욱 두드러진다. 결국 공공적 이슈와 관련되어 만들어진 커뮤니티의 경우, 그 숫자에 있어 다음이 네이버의 약 8배, 싸이월드의 약 45배에 달해, 매우 월등하다고 볼 수 있다.

 

양적인 비교는 전체적인 가입자의 수와 관련을 가질 수도 있으므로, 각 허브에 개설된 ‘탄핵’관련 커뮤니티 중 가장 활성화된 커뮤니티를 방문하여 그 활성화 양상을 살펴보기로 하였다. 우선 다음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탄핵 관련 커뮤니티인 <국민을 협박하지말라> (http://cafe.daum.net/antitanhaek) 의 경우를 살펴보자. 2004년 3월 6일 개설된 이 카페는 2004년 5월 16일 현재 총 가입자만 9만3829명이며, 여러 게시판 중의 하나인 네티즌 토론방에만 5월 16일 하루에 277건의 글이 올라오는 등 매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네이버에서 가장 큰 탄핵 관련 커뮤니티인 <[네이버 최강]노무현 대통령 탄핵 저지 카페>(http:// cafe.naver.com/nosamotanno.cafe) 의 경우에는 다음 커뮤니티에 비해 그 활동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3월 10일 생성된 이 커뮤니티는 2004년 5월 16일 현재, 회원수 4428명에 최근 글 8건을 기록했다. 하루에 올라오는 글의 경우를 비교하면, 전체 커뮤니티의 글을 모두 합친 것이 다음 커뮤니티의 한 게시판의 글의 3% 밖에 미치지 못할 정도의 참여율이다. 반면 싸이월드에서 가장 활성화된 탄핵관련 싸이트인 <국민을 협박하지 말라!!!> (antitanhaek.nate. com) 의 경우, 3월 12일 개설되었으며, 5월 16일 현재 회원수 256명에 클럽 전체의 하루의 새 글 수 2건에 불과할만큼 비활성화되어 있다.

 

이러한 조사를 통해 볼 때 단순히 ‘탄핵’이라는 키워드로 검색된 커뮤니티의 수와 활동성만으로 절대적으로 확언할 수는 없지만- 사적인 연결 통로가 적은 커뮤니티는 그렇지 않은 커뮤니티보다 상대적으로 공공적 분위기를 가짐을 알 수 있다. 아무래도 회원들끼리의 개인정보 및 생활정보 공유가 높은 커뮤니티는 공공적 이슈를 중심으로 형성되기에는 한계를 갖기 때문이다.

 

 7. 본 연구에 대한 정리

 

본 글은 웹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공간이 허브를 중심으로 모여있으며, 그 허브의 특성을 둘러싼 공간적 배치에 따라 구조화된다는 점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이는 인터넷 공간에 대한 초기 연구들이 가정하는 임의적으로 배열된 탈중심적인 인터넷 공간과 대비되는 관점이다. 본 글은 어떠한 방식으로 인터넷이 허브를 중심으로 구조화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건축학 및 공간 사회학의 방식을 빌렸다. 특히, 공간에 있어서의 질서와 구조는 그 배치에서 표현되고 있으며, 또 그 배치는 각 공간의 연결성과 분리성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입장을 수용하여, 인터넷 허브들이 어떤 공간을 연결하고 또 차단하여 공간을 구조화시키는지를 주목하였다.

 

 연구 결과, 대상 인터넷 허브인 네이버, 다음, 싸이월드 등은 각각 상이한 방식으로 공간을 구조화하고 있었다. 우선 외부로의 연결 통로라고 할 수 있는 검색 엔진 결과 배치에 있어, 네이버와 다음은 자기 내부 연결통로들을 외부 연결 통로보다 상위에 두어 이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외부로 나가는 가능성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검색 엔진을 제공하지 않는 싸이월드의 경우는 내부적으로 검색되는 모든 결과물들이 모두 내부 공간으로 이어지도록 배치하고 있었다. 또한 내부 서비스 간의 연결 통로의 경우, 각각의 허브들은 서로 상이한 통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에서는 커뮤니티에 연결된 내부 통로들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 다음의 커뮤니티에는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사적인 영역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거의 없었고, 네이버는 중간이었으며, 싸이월드는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사적인 영역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었다. 이러한 공간 배치에 아이디어를 얻어, 각각의 허브들에 위치한 커뮤니티의 공공성을 파악해 본 결과, 사적 영역으로 이어지는 연결로가 가장 적었던 다음 커뮤니티가 가장 공공적인 성격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고, 사적 영역과 가깝게 연결되어 있는 싸이월드 커뮤니티가 가장 비공공적인 성격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이루어졌으며, 인터넷 공간의 구성 원리에 있어서 단순히 공간 배치만의 차이를 파악했고, 또한 대상 사이트들의 수가 매우 적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또한 커뮤니티의 공공성의 측면을 측정하기 위하여, 단순히 한 개의 키워드인 ‘탄핵’만을 사용하였으며, 특정 커뮤니티의 성향을 전반적 커뮤니티의 성향으로 확대하는 가능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갖는다. 그러나 본 연구가 학부생의 연구이고, 인터넷 공간에 대한 기존의 연구가 상당히 빈약했다는 점에서 너그러운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참고문헌

노상훈(2001), “하이퍼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 가상공간의 공간적 성격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석사학위논문

라도삼(1998), “가상공간에 대한 권력, 욕망론적 접근: 들뢰즈 가타리의 욕망과 코드화론을 중심으로”, 한국언론학회 98 봄철 학술대회 자료집, 121∼142쪽

박태호(1998), “서구의 근대적 주거공간에 관한 공간사회학적 연구: 근대적 주체의 생산과 관련하여”,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박사학위논문

서이종(2002), 인터넷 커뮤니티와 한국사회, 한울아카데미 Barabasi.A.(2003), Linked: the New Science of Networks.Plume Foucault,M.(1975), Surveiller et Punir: Naissance de la Plarison.오생근 역(1994).나남출판 Hillier&hanson(1984), The Social Losic of Space.Cambridge Univ. Press Negroponte,N.(1995), Being digital.Knopf.

1) 복도나 마루가 아닌, 문으로 방과 방을 나누는 방법은 일본식 미닫이 건물에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일본식 미닫이 방은 일방향적 단선을 이루면서 연결되는 데 비해, 영화 매트릭스에서 나타난 공간의 연결 방식은 다중적이면서도 복합적인 양상을 나타낸다. 한 방에도 두 개 이상의 문이 공존하며, 같은 문이라도 열리는 타이밍에 따라 서로 다른 방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2) 사이버 스페이스가 아닌 ‘인터넷 공간’으로 그 범위를 한정짓는 것은,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단어가 용어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불명확하기도 하려니와, 2004년 현재에 있어 가장 빈번하고도 구체적으로 관찰되는 사이버 스페이스의 공간 중의 하나가 인터넷 공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 변화에 따라 앞으로 새로운 기술이 사이버 스페이스의 대명사로 사용될 수도 있겠으나, 현재로는 연구의 용이성과 현실성을 위해 ‘인터넷 공간’으로 그 범위를 한정 짓는 바이다.

3) 근경적인 것이란, 하나의 나무처럼 뿌리를 내리고 그 뿌리에 기초를 두고 가지를 뻗어가는 수목적인 것의 반대 개념으로, 마치 뿌리 없는 식물처럼 특정한 사고의 기반 없이 다양한 힘들과의 관계에서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라도삼, 1998)

4) 위의 논의를 다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 창에 직접 주소를 검색하거나 쿨 싸이트 같은 링크들을 찾아 헤매며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검색 엔진이나 포털 싸이트들을 통해 인터넷 공간을 이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렇게 사용자의 발길이 잦은 인터넷 공간을 허브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인터넷 공간 자체는 임의적일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허브에 의해서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중심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5) 물론 상위 랭크 3위 외의 다른 인터넷 공간들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면 더 좋겠으나, 우선 수많은 웹사이트의 체계를 다 살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일 것이기에 부득이 범위를 한정하였다. 또한 3위의 경우는 싸이월드가 아닌 네이트닷컴의 이름으로 페이지뷰가 측정되었으나, 실제적으로 네이트닷컴의 주된 방문 목적이 싸이월드 이용에 있다고 여겨지는 바, 네이트닷컴 대신 싸이월드를 분석하게 되었다. 조사는 2004년 3월 한 달을 기준으로 이루어졌고, 시간당 점유율은 네이버 8.43% 다음 8.25%였다.

6) 사실 싸이월드는 네이버나 다음과 다르게, 자체 커뮤니티 서비스에 기록된 정보들을 검색하는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는 싸이월드가, 커뮤니티를 통한 공론장(카페)적 성격이 강한 다음이나, 검색 엔진적 성격이 강해 커뮤니티를 통해 생산된 정보 역시 수용하려고 애쓰는 네이버와 근본적으로 다른 위치를 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싸이월드가 가정하는 싸이월드내 인터넷 공간은 다음이나 네이버에 비해 보다 사적이다.

7) 이러한 검색영역의 내부적 공간 활용은 페이지 뷰에 의해 측정되는 광고 단가가 주된 이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8) 네이버는 그 시작이 검색엔진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라 상대적으로 커뮤니티 서비스가 부진하였다. 현재 네이버 까페 서비스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아직은 그 초기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9) 화면 상단에 위치한 ‘내 블로그’와 ‘내가 가입한 까페’는 커뮤니티 서비스와 무관하게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출구인 관계로 이 분석에서는 제외한다. 역시 같은 이유로 다음과 싸이월드의 상단에 위치한 기본적 연결 통로들도 이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10) 네이버 카페에서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나, ‘미니룸’이라는 방식을 사용한 싸이월드의 클럽이 보다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블로그의 성격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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