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제55대 총학생회장 김형래입니다. 날씨가 점점 쌀쌀해져 천막농성을 이어가는 학우들의 손이 꽁꽁 얼어붙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있었던 대학본부 측의 답변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얼마 전에는 총장님이 천막을 방문하셔서 “이런 데서 힘 빼지 말라”고 말씀하셨다는 소식을 들었고, 학생처장님은 지난 10월 31일에 서울대 구성원들에게 보낸 메일(11월 4일자 대학신문 3면)에서 “이성적인 논의과정”에 참여하지 않는 총학생회 집행부가 명분 없는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고까지 하셨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천막농성은 ‘총학생회 집행부’만의 투쟁이 아닙니다. 지난 10월 16일 긴급행동에 천막이 설치된 이후,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회뿐만 아니라 많은 단과대학생회, 과/반학생회, 동아리가 시간대를 빠짐없이 나눠 천막농성을 꾸준히 지켜왔습니다. 이번 주 수요일(11월 6일)에는 시흥캠퍼스 학생대책위원회 주관으로 학생공청회를 열었고, 각급 학생대표자와 각급 학생회 선거운동본부들까지 합쳐서 6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특정 학년(학기) 또는 특정 단과대학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의무적인 기숙프로그램을 향후 추진하지 않을 것을 총장님이 확약할 것’, ‘본 계약 체결 저지’ 등의 3대 요구들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 없이 합의가 형성됐습니다. 이러한 논의는 하반기 전체학생대표자대회 이후 꾸준히 재확인되는 학우들의 일반적 합의입니다. 명분 없는 천막농성이라는 대학본부 측의 여론몰이는 결코 학생들의 공감을 받을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학본부가 제시하는 ‘이성적인 논의과정’의 허실이 무엇인지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상호이해를 통한 대화는 언제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며, 논의가 ‘이성적’일 수 있으려면 상대방이 거짓말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학생사회는 대학본부로부터 무엇을 봤습니까? 지난 2009년에서 2011년에 이르는 학생들의 법인화 반대를 일축하고 무시했다는 건 과거지사로 칩시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흥캠퍼스를 밀실추진해오다 학생들의 저항에 부딪치고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았으면서도, 기껏해야 나온 대답이 ‘계획은 없다’식의 ‘약속 아닌 약속’과 ‘이성적인 논의과정’ 타령이란 말입니까? 이미 지난 8월 27일 서울대학교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 ‘기숙사 확충을 통한 1학년 전인교육’, ‘RC추진단 구성’ 등이 논의됐으면서, 본 계약이 체결되고 난 이후에야 가동될 교육프로그램 연구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이 어떤 실효성이 있다는 것입니까?
 
천막농성이 다음 주로 3주일째로 접어들지만, 대학본부와의 대화에서 이렇다 할 성과는 아직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11월 7일에 대학본부와 1차 예비교섭이 진행됐지만, 총학생회의 3대 요구들이 받아들여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총학생회와 시흥캠퍼스 학생대책위원회는 앞으로도 대학본부와의 대화에 성실히 임할 것이지만, 당분간 대학본부의 진정성 있는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우리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12월로 예정된 본 계약 체결일자가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상황은 더욱 급박해지고 있습니다. 본 계약이 체결되고 나면, 지금 학생들의 요구들 대부분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학본부는 본 계약 체결까지 시간을 벌어두려 안간힘을 쓸 것입니다. 따라서 학생회 선거가 열리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지금의 시흥캠퍼스 문제를 방치해둘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학우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내고, 대학본부의 불통과 비민주성을 학생들의 힘으로 돌파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총학생회선거 1차 유세는 ‘제2차 시흥캠퍼스 긴급행동’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11월 12일 오후 4시, 천막농성장 앞에서 대학본부를 실질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학생들의 행동이 필요합니다. 만일 대학본부가 3주간 천막농성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시흥캠퍼스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천막농성에 참여해주셨던 학우들에게 책임지는 의미에서 저와 부총학생회장은 제2차 긴급행동에서 특단의 결정을 내릴 것입니다.
 
더 이상의 혼란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 대학본부에 호소합니다, 대학본부야말로 지금의 본부-학생간 대화에서 학생들의 지극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요구에 응답해주십시오. 그리고 존경하는 학우들께 호소합니다. 본 계약이 체결되어 너무 늦기 전에, 우리들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십시오. 서울대학교의 미래, 우리 학생들이 제대로 만들어 나갑시다.
 
총학생회장
김형래(산림환경과학과ㆍ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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