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라는 미끼 속에 감춰진 착취라는 바늘
공짜라는 미끼 속에 감춰진 착취라는 바늘
  • 허정준 기자
  • 승인 2013.11.17 0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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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책] 『동물혼』
▲ 삽화: 강동석 기자 tbag@snu.kr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세상이다. 검색의 도구를 넘어 오프라인의 모임을 대체하는 카페나 개인의 창작 활동이 이뤄지는 블로그 등 다양한 활동의 장이 되면서 더 이상 인터넷은 ‘가상’이 아니게 됐다.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네이버, 구글, 페이스북 등은 ‘공짜’임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많은 이들의 이용을 유도한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네이버 지식인에서 답을 찾고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구글링을 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수년간 만난 적 없는 친구가 어제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다. ‘공짜’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것을 이용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들이 정말 ‘공짜’일까. 『동물혼』의 저자 맛떼오 파스퀴넬리는 “디지털 공유지에 기업적 기생체가 작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네이버, 구글, 페이스북 등의 사이트들은 무료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언뜻 공유지의 면모를 보인다. 페이스북은 간단한 개인 정보만으로 이용이 가능하고 네이버나 구글은 로그인이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도 많아 누구나 이용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파스퀴넬리는 이런 서비스들을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창조성을 기업의 이윤으로 탈바꿈시키는 전형적인 디지털 자본주의 기생체의 작동”이라 설명한다. 실제로 해당 기업체들은 이용자들의 접속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논의는 현대 자본주의를 해석하는 한 관점인 ‘인지자본주의’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인지자본주의란 이전에 상업이나 산업을 통해 자본을 축적하던 형태와 달리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지식·감정·소통·정보와 같은 인간의 인지 과정을 자본 축적의 동력으로 사용한다고 보는 시각이다. 박근혜 정부가 정책으로 제시한 ‘창조경제’도 이런 인지자본주의의 비물질노동과 관련돼 있다. 인지자본주의에 따르면 과거에는 공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생산이 이뤄지던 것과 달리 오늘날에는 세계 전체가 생산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또 ‘강제’가 아니라 스스로의 ‘동의’에 의해 노동을 한다는 점도 다르다.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자신의 인지능력을 이용한 글을 쓰고 사진을 남기는 등 ‘자발적 노동’이 이뤄지고 이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윤은 노동자들이 아닌 기업체에게 돌아간다. ‘자발적 노동’이 어떻게 기업체의 이윤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가장 직접적인 수단은 광고를 통한 수익이다. 국내 검색 점유율 80%에 달하는 네이버는 매년 1조 원이 넘는 광고 수익을 내고 있다. 종이 신문 중 가장 많은 부수를 발행하는 「조선일보」의 광고 수익이 2,500억 원 정도임을 감안할 때 광고계에서 네이버의 위상을 알 수 있다. 키워드 광고, 디스플레이 광고 등 광고 방식은 다양하지만 결국 광고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광고에 노출되는가’이다. 즉 얼마나 많은 이용자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 화면을 보느냐가 네이버 광고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네이버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시간’이 곧 네이버의 이윤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파스퀴넬리는 이전까지 무료로 입장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로 인식됐던 디지털 공유지를 인지자본주의 시대에 경제적 전투의 중심 무대로 바라본다. 이전까지 공유지에 대한 생각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기에 모두 함께 소유하는 것’ 정도였지만 이는 파스퀴넬리가 보기에 관념적인 정의에 그치는 것이다. 그는 경제학자 존 케인즈가 처음 사용한 ‘동물혼(animal spirit)’ 개념을 전용하여 공유지 개념에 대한 재정의에 나선다. 본래 케인즈는 ‘경제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고, 예측할 수 없는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을 다스려져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 하지만 파스퀴넬리는 인간 본성의 동물적 측면에 집중하여 노동하는 집단, 즉 ‘다중(多衆)’을 ‘동물’이라 이해한다. 다중을 동물로 이해하는 데는 ‘다중이 악하다’는 생각이 바탕이 된다. 악한 존재로서의 다중은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고 사보타주(sabotage)하는 등 저항의 힘과 혁신의 힘을 동시에 지닌 존재다. 그런 다중의 노동활동 전반을 일컫는 말이 바로 ‘동물혼’이다.

저자는 공유지에 작용하는 동물혼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이 공유지의 재정의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한다. 공유지에서 다중의 노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그곳에 함께 기생하고 있는 자본이라는 기생체를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공유지는 자본과 다중의 경제적 전투지가 된다.

디지털 공유지에 서식하는 기업적 기생체들은 ‘무료’ 콘텐츠라는 가면을 쓰고 곳곳에 숨어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경우 불법 파일 복제를 용인해 자사 프로그램 사용을 확산시키고 불법 복제를 명목상 반대해 이윤을 얻는 전략을 유기적으로 사용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은 무료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지만 이는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과정의 일환일 뿐이다. 한편 포털 사이트의 경우 이용자들은 네이버를 통해 뉴스나 웹툰, 날씨, 스포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받는다. 또 블로그와 카페 활동을 통한 창조 활동은 이용자들에게 많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인식만으로 우리의 인터넷 이용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이용자의 ‘시간’이 ‘자발적 노동’이 기업체의 이윤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자신의 ‘시간’이 서비스의 이용료가 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비가시적인 기업의 착취에 눈길을 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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