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1월이다. 설렘과 함께 한 해를 열어젖힌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마침표를 찍어야 할 시기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종장까지는 아직 약 두 달 여가 남은 상태라 ‘벌써 11월이다…’로 시작하는 글을 쓰기에는 이른 것일까 싶기도 하지만, 한 해를 완성하기 바로 직전에 사전 검토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학내외를 불문하고 끊임없이 넘쳐나는 사건들 속에서 우리는 허우적대며 한 해를 보냈다. 때로는 분노를, 혹은 무력감이나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화제들이 쉴 새 없이 솟아나오는 와중에서, 『대학신문』 기자들에게도 정신 없었을 한 해였을 것임이 분명하다. 물론 사건이 없는 한 해란 없다. 어쩌면 사건들 그 자체가 한 해를 구성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올해만큼이나 굵직한 사건들이 우후죽순 튀어나와, 한 해의 종장부에 이르기까지도 진통이 계속되게끔 하는 해가 그리 흔하던가?

한 해의 키워드들을 몇 가지 뽑아낼 수는 있겠지만, 이건 아마도 이후에 『대학신문』 기자들에게 맡겨질 기삿거리일 것이니 넘어가기로 하자. 대신 한 가지 예시로써 현 상황을 간추려보자면, 법인화 그리고 시흥 캠퍼스와 관련된 논쟁을 언급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현재 학내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이 두 사안들은 본부가 학생사회와의 논의를 배제한 채 자의적으로 일을 진행하다 학생사회의 반발에 부딪친 것이라고 정리해도 무방할 것이다. 본부의 일 처리 방향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있다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최초의 계획 수립 과정에서 학생 사회의 의견은 고려의 대상도 아니었다는 사실이 시발점이니 말이다.

이들은 이후 캠퍼스의 상황을 결정할 중대할 사안들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물론 사안의 중대성이 큰 만큼 쉽고 간편하게 처리될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앞서 <대학신문을 읽고>에서 다른 분이 언급하셨다시피, 바로 기사 피로감이다. 해가 넘어가려는 시점에서도 표류하고 있는 주제들의 반복적 기사화는 어쩐지 지루하기까지 하다. 아마 가장 나쁜 상황은, 후에 가서 오로지 우리들만이 이 상황을 ‘표류’라고 정의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일 테다. 달리 말해, 처음부터 본부에겐 학생 사회와 ‘함께’ 사안을 처리할 의지가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 학생 사회의 반발이란 결정의 주체가 아니라 본부가 넘어야 할 장애물 외에 다른 게 아니었다는 것으로 밝혀지는 일일 것이다. (사실 법인화가 정확히 그렇지 않았던가?) 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을 초래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반복적인 기사 피로감에 의해 학생 사회가 본 사안들에 무관심하게 되는 일일 것임은 분명하지 않은가?

한 해의 그림자가 가장 길어지는 시간이 온다. 그러나 묵어가는 해의 유령들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실 올 한 해를 정의했던 사건들 가운데 해결이나 해소를 맞이한 사건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모든 사안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망각에 저항하는 기억의 투쟁이라는 정의는 비단 역사에만 속하는 게 아닐 것이다. 학내의 전 사안들에 대해 학생 사회는 주체로 서야만 하고, 정확히 그것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대학신문』의 사명일 것이다. 아직 남은 두 달여 사이에 얼마나 더 많은 변화의 국면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올해든 다음해든 『대학신문』의 자유로운 활동을 기대해본다. 사실, 한 해의 구분이란 것은 순전히 인위적인 구획의 산물이 아니겠는가?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