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업 추진한 제55대 총학생회
시흥캠퍼스 사업 비판하지만
학생들에게 충분한 시간과 자료 제공 못해
학생들의 판단 통해 정당성 확보해야

▲ 문혜진 취재부장

지난해 11월 치러진 제55대 총학생회(총학) 선거는 투표율 27.78%를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연장선거 없이 무산됐다. 학생회가 성립된 단과대도 몇 개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어울리는 단어는 ‘학생사회의 위기’였다. 한 줄기 빛이 든 것은 올 4월 재선거를 통해 제55대 총학이 성립되면서부터다. 총학은 재선거를 통해 당선됐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음에도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동안 얘기만 반복돼오던 전자투표 도입이 이뤄졌고, 경전철 신림선 연장을 위해 노력하는 등 학생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으며 많은 사업을 진행했다. 적어도 7개월 동안 지켜본 그들은 ‘훌륭했다’고 평가 받기에 충분했다.

그런 총학에게 조금 다른 평가를 해보고자 한다. 시흥캠퍼스 사업에 대해서다. 현재 총학은 천막농성 등을 통해 시흥캠퍼스 사업 추진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본부가 잘못한 일이 있다면 이에 대해 학생회가 비판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시흥캠퍼스 사업 추진과정에 있어 학생사회와 소통하지 않는 것 등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총학이 해야 하는 일이기에 여기에 대해 왈가왈부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놓치고 있는 몇 가지 점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가장 고민이 필요한 지점은 현재 총학이 일반 학생들에게 시흥캠퍼스에 대해 판단할 시간과 자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학생들 사이에서 시흥캠퍼스 사업 추진과정에 비판을 가하는 여론이 형성돼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반대에 명확한 이유를 들 수 있는 학생은 드물다.

이는 총학이 학생들에게 시흥캠퍼스에 대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총학의 판단 결과만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총학은 현수막, 자보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시흥캠퍼스 사업에 대해 알렸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시흥캠퍼스’에 대해 전달해 학생의 판단을 모색한 것이 아니었다. ‘시흥캠퍼스 사업 추진과정에 문제가 있음, 시흥캠퍼스 사업 자체에 부정적인 부분이 있음’이라는 확정된 의견만 주장한 것이다.

그마저도 1차 공동행동의 날 이후로 급박하고 갑작스럽게 학생들에게 전달됐다. 그 이전에는 시흥캠퍼스에 대해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서는 시흥캠퍼스 사업에 대응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대응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고 결국 총학 선거와 총투표가 동시에 진행되기에 이르렀다.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시흥캠퍼스 사업에 대해 고민하고 판단을 내릴 기본적 자료와 시간은 부족했다. 예로 총학이 시흥캠퍼스 사업에 대한 서명을 받을 때도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총학은 ~해서 시흥캠퍼스에 대해 대응할 계획이다. 많이 참여해달라’는 내용만을 듣고 서명해야 했다. 당연히 부정적인 내용이니 서명을 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펜을 들 수도 있는 것이다.

총학이 앞으로의 활동에 더욱 힘을 싣기 위해서는 학생들 역시 총학과 같은 판단을 하고 있다는 근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총학의 판단에 대해서만 학생들이 접하게 된다면 그 주장이 앞으로도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누군가가 ‘집행부만의 투쟁’이라는 비판을 가했을 때 반박할 근거가 부족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진행해오던 사업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번 총학은 상당히 많은 사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시흥캠퍼스 대응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다보니 다른 사업은 추진상황이 제자리걸음인 듯하다. 신림선 연장 사업이 그 예다. 현재 서울대는 신림선 연장 사업 지원 가능 금액을 서울시에 제시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에 열린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와 박원순 서울시장 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살펴보면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총학은 그동안 신림선 연장 추진에 대해 굳은 의지를 보여주며 활발히 활동해왔다. 이 외에도 총장선출제도 등 시급한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이렇게 총학이 필요한 상황에서 제대로 역할을 해주는 것도 총학의 의무 중 하나일 것이다. 시흥캠퍼스 대응도 중요하지만 여력을 모아 진행 중이던 사업에도 힘을 쏟아주기를 바란다.

내 의견이 다수의 의견이라고 말할 자신은 없다. 그러나 누군가는 반드시 제기할만하며 제기해야 하는 의견임은 확신한다. 시흥캠퍼스 사업에 대한 총학의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올바른 길로 나아가 55대 총학이 보여줬던 학생사회의 희망이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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