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공짜가 아니다
복지는 공짜가 아니다
  • 대학신문사
  • 승인 2013.11.17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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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 교수
사회복지학과

2014년 정부예산안에 따르면 이제 우리나라는 복지예산 100조 원 시대에 진입한다. 복지예산이 전체 국가예산의 30%를 차지한다. 만만치 않은 액수다. 우리보다 앞서 간 다른 복지국가들보다는 아직 전체적인 복지지출의 수준이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한국의 복지예산 증가율은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다. 우리들의 삶에서 복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예산 규모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복지는 이제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의제의 하나다. 지난 대선에서도 복지는 최대 화두였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 정치권은 다양한 복지공약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복지공약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무상복지’다. 무상복지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모두 무상복지를 늘리겠다고 한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후에 앞으로 어떤 무상복지 시리즈가 나올지 궁금할 정도다.

무상이라는 말은 공짜라는 뜻이다. 공짜를 누가 마다하겠는가. 그러니 무상복지 시리즈는 국민들의 표심을 자극하는데 아주 효과적이다. 정치권이 이구동성으로 무상복지라는 단어를 외치는 이유다. 무상복지는 국민들에게 복지는 공짜라는 환상을 준다. 그런데 문제는 복지는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점이다. 무상복지 시리즈가 더 나오기 전에 이제 복지가 진짜 공짜일 수 있는지 따져볼 때다.

복지예산 100조 원 시대가 말하는 것처럼, 복지에는 돈이 든다. 그리고 그 돈은 누군가가 부담해야 한다. 대부분은 국민들의 세금이다. 복지가 공짜일 수 없는 첫 번째 이유다.

아무리 복지예산이 늘어나도, 재원은 한정돼 있을 수밖에 없다. 한정된 재원에서는 언제나 기회비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최근 보도자료를 보면, 서울시교육청은 무상급식과 유아 누리과정의 확대를 감당하기 위해 시설보수 예산과 다른 교육예산을 삭감해야 한다고 한다. 교육청에 대한 국가지원금은 늘지 않은 상태에서, 중앙정부 차원에서 ‘공짜로’ 결정한 무상 누리과정의 확대를 감당하기 위해 교육청은 다른 예산을 줄여야 하는 것이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무상급식과 같은 보편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은 증가한 반면, 저소득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 프로그램의 예산은 오히려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한 쪽이 ‘공짜’이면, 다른 쪽에게는 ‘부담’이다. 그렇기 때문에 복지에서는 우선순위의 체계적인 검토와 설정이 중요하다. 복지가 공짜일 수 없는 두 번째 이유다.

복지를 공짜라고 생각하다 보니 복지정책의 결과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 무상보육의 확대가 보육정책의 목표인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의 증가와 아동의 발달증진에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논쟁은 찾아보기 힘들다. 요즘 논란의 대상인 기초연금의 도입이 노인빈곤율 완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찾기 힘들다. 논쟁은 최대 20만 원을 70%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100%이어야 하는지에 머물고 있다. 노인빈곤율이 50%에 육박하는 현실에서는 답답할 일이다. 노인빈곤율을 낮추겠다는 정책목표라면, 보다 선별적으로 대상층의 범위를 빈곤층 노인을 대상으로 좁히되 지원액수는 실질적인 생계비 수준으로 대폭 높이는 것이 타당한 것이 아닐까. 무상복지에서는 선심성 공약으로 투입만을 강조할 뿐, 결과에 대한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 투입도 중요하지만 결과는 더욱 중요하다. 복지가 공짜일 수 없는 세 번째 이유다.

국민들의 늘어나는 사회적 욕구를 감당하기 위해 복지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확대돼야 한다. 복지를 늘릴 것이냐 아니냐는 이제 선택사항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복지를 지향할 것인가는 분명한 선택사항이다. 무상복지가 그 선택이 될 수는 없다. 무상복지라는 단어는 이제 더 이상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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