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형 석사과정
교육학과

어느덧 8년째 캠퍼스에서 ‘살고’ 있다. ‘삶’이라는 표현을 붙인 것은, 단순히 서울대생이라는 학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지난 시간 의미 부여했던 활동들이 모두 이 공간에 터를 두었기 때문이다.

공간에 대한 이미지는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된다. 어떤 이에게 캠퍼스란 ‘미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학업에 매진하는 공간’이지만, 내게는 다른 삶의 현장만큼이나 역동적인 풍경의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우리는 학업에 매진하기도, 학생잔디에서 막걸리를 마시면서 우정을 쌓기도, 학생회관에서 동아리 정기공연을 준비하면서 땀 흘리기도, 그리고 자기와 동료들의 삶을 위해 투쟁하기도 한다.

‘학습’에 대해서 공부하는 중인 내 눈에는 이 공간이 가진 역동성이 대학생들의 ‘학업’ 중 한 가지 형태로 보인다.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에는 다음과 같은 3가지 유형이 있다.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듣는 수업이다. 학점 외에도 스스로의 배움을 위해서 청강을 하기도 하고 다양한 특강을 듣기도 한다. 즉, 학교에서 정규/비정규 과정을 통틀어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습이 그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취업을 위해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학습이다. 솔직히 말하면 영어나 취업스터디를 제대로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주변의 이야기를 듣거나 관련해서 다룬 매체들을 살펴보았을 때, 일반적인 스터디 모임들도 학습을 매우 체계적으로 조직하고 관리한다. 개인적인 준비도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세 번째가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경험 속에서의 학습이다.

작년부터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하나 있다. 2011년 본부 점거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대학에서의 생애사와 학습에 대한 연구다. 경험이라는 것은 지속적이고, 경험을 통한 학습이라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의 내가 과거의 경험에 대해 ‘해석’하면서 일어나는 작업이기 때문에, 대학 전반의 경험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다. 연구 참여자들의 학번, 전공, 소속 등에 따라 생애사도, 이후의 삶의 궤적도 다양하지만,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면 점거에 참여하면서 서울대라는 공간, ‘학생사회’라는 공간에 참여하는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참여가 정도와 양상의 차이가 있으나 그/녀들의 삶의 방향성을 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아직 연구는 수행 중이고 따라서 이러한 학습현상에 대해 명확히 이름 붙이진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시민(성)학습’이라고 부르고 있다. 학생사회를 시민사회로 대치하면 쉽게 이해된다. 학생사회라는 공간에 참여하면서, 때로는 제도를 이용하고 때로는 제도와 대치하고 또 때로는 제도와 상관없이 활동하면서 시민-되기를 체험하기 때문이다. 아니, 3만 명의 관계자가 거주하는 캠퍼스 자체가 이미 하나의 사회이고 학생들 스스로 이미 시민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물론, 시민사회가 그러하듯 학생사회라는 틀 자체가 무조건적인 선과 가능성을 담보해주진 않는다. 그러나 때로 갈등이 존재하더라도 더 많은 참여를 통해서, 우리의 삶의 터전은 좀 더 나아질 것이고 각자의 삶도 조금씩 나아갈 것이다. 참여의 형태는 다양하다. 동아리, 스터디, 세미나, 투표, 또 때로는 ‘천막’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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