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전하는 그들의 마음
소리 없이 전하는 그들의 마음
  • 박선영 기자
  • 승인 2013.11.17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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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우리 동아리를 소개합니다 ⑫ 손말사랑

대화 소리, 강의 소리로 가득 찬 학내에서 소리 없이 말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매주 오순도순 모여앉아 소리 없이 수다 떠는 수화봉사 동아리 ‘손말사랑’의 회원이 그들이다. 지난 달, 곧 다가올 수화제를 준비하고 있는 그들을 만났다.

이날 연습은 지화(指話)와 인사말 등 기본적인 수화를 배우며 시작됐다. 연습에 처음 참여하는 신입부원들은 진지하면서도 호기심 가득 찬 얼굴로 기존 부원들의 손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자음과 모음을 배운 후 자기 이름을 수화로 말하는 이들의 얼굴에서 설렘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들의 손끝을 지켜보던 기자도 관심을 갖고 조심스레 하나씩 따라해 보았다. 오른 주먹의 1·5지(검지·엄지)를 편 뒤 1지를 아래로 해 손등을 바깥으로 향하게 세우는 동작은 ‘ㄱ’을 의미하고, 오른손을 편 상태에서 4지(소지)가 아래에 위치하도록 모로 세운 뒤 손바닥이 아래로 향하게 편 왼 손등에 두 번 대면‘감사합니다’를 수화로 말할 수 있다.

▲ 삽화: 최지수 기자 orgol222@snu.kr

수화제 준비를 시작한 손말사랑은 분주해보였다. 그들은 설레는 표정으로 이번 수화제에서 공연할 곡을 의논했다. 수화제는 매년 개최하는 정기공연으로 그동안 배운 수화를 바탕으로 노랫말에 맞춰 수화를 하고 수화로 연극도 하는 자리다. 오는 12월 3일(화) 학생회관(63동) 라운지에서 진행될 이번 수화제 ‘The Sonmal Night’에서는 긱스(Geeks), 소유의 ‘Officially missing you, too’외 5곡과 연극 ‘아기돼지삼형제’를 공연할 예정이다. 이희섭 씨(불어불문학과·12)는 “노래 가사를 수화로 옮겨 공연하는 것이 수화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라며 “보시는 분들도 가장 쉽게 수화에 다가갈 수 있다”고 밝혔다.

손말사랑은 관악구 한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봉사활동도 한다. 그들은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 옆에서 간단한 수화를 활용해 일부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장애인들에게 개별적인 도움을 준다. 하지만 수화 동아리라고해서 수화를 활용한 봉사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봉사자들처럼 행사 진행을 돕는 역할도 한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는 장애인이 스스로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희섭 씨는 “장애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 봉사활동을 한다”며 “하지만 자립센터에서 요청하는 경우에만 봉사를 하러 가기 때문에 비정기적이고 빈도수가 많지 않다”고 아쉬운 마음을 표했다.

수화는 단지 글자를 옮긴 것을 넘어선, 하나의 새로운 언어다. 수화는 수화만의 어휘와 문법을 갖고 있어 각 나라마다 고유의 수화가 있고 사투리도 있다. 박휘경 씨(국어국문학과·12)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싶어 손말사랑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며 “활동을 하며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손말사랑은 요즘 수화를 체계적이고 정확하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부족해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화는 정해져있는 기관에서 배워야 하기 때문에 그 기관에서 기초반을 개설해 주지 않으면 수화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개설이 되는 경우에도 학기 중에 시간이 맞지 않아 들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희섭 씨는 “책과 인터넷 등 수화를 배울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수화 또한 하나의 언어이기 때문에 섬세한 차이가 있다”며 “이전에는 수화자격증이 있는 선배에게 배웠는데 지금은 동아리 내에서 수화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아쉽다”고 밝혔다.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그 나라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수화를 배우는 것 또한 청각장애인들의 문화와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그들과 소통하고자하는 ‘손말사랑’의 마음은 앞으로도 소리 없이 멀리 퍼져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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