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과 얼굴이 전혀 상이한 두 고전이 함께 짝을 이뤄 하나의 사상처럼 거론된다는 것, 그것이 내겐 하나의 모순처럼 보인다” 『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의 저자 김시천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교육연구소)는 책의 서두부터 노자와 장자를 노·장사상으로 묶어서 다뤄온 종래의 관점에 반대하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노자』는 권력을 얻기 위한 칼이고, 『장자』는 세상에서 다치지 않게 살기 위한 방패라는 것이다.

저자에게 『노자』는 세상을 다스리고자 하는 뜻을 품은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지침서이다. 노자는 ‘도’가 만물의 질서이자 세상이 흘러가는 기본원리이고, 사람은 인위적이지 않게 자연의 순리에 맞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통치자는 도를 체득하고 다른 이들도 도에 맞게 살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노자를 “이상적 통치자는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다시 이치에 맞는 상태로 되돌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라고 해석한다.  

한편 김 교수는 『장자』를 세상의 풍파로부터 권력을 얻으려하나 얻지 못한 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해석한다. 『장자』에서는 ‘노닌다’는 개념이 자주 등장한다. 노니는 것은 삶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자신의 삶을 찾으려는 것이다. ‘노닌다’는 행위는 고단한 삶에서 종종 우리를 떠나게 해 주지만, 우리가 삶을 부정하고 이를 벗어나게 하지는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떠난다는 것에는 돌아온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고 삶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에 노닐고 다시 속세로 돌아온 후의 삶은 이전과 달리 경쟁, 성공욕, 이해관계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이 되는 것이다. 

김 교수는 『노자』와 『장자』에는 천 개의 얼굴이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기존의 해석과는 다른 저자의 관점도 ‘옳은 해석’이 아닌 ‘또 다른 얼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의 해석은 그 동안 유유자적한 삶을 사는 데 있어 하나의 규범으로만 생각되던 노장사상을 현실의 삶에 적용한 것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높은 곳에 오르고자 할 때는 노자의 칼이 우리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실패하고 상처받고 방황할 때는 장자의 방패가 우리를 지켜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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