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인스누’는 서울대부모협동조합(준)이다. 지난해 시작해 약 90명의 부모인 학생들이 모였다. 우리는 임신을 했거나 어린 자녀를 키우며 공부한다.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을 때까지 키우느라 휴학 중이기도 하다.

우리는 본부와 함께 한 조사를 통해 1만 1,300여 명의 재적 대학원생 중 2,500여 명이 기혼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2013년 8월 기준). 이는 대학원생의 4분의 1 정도가 결혼을 해서 임신을 했거나 자녀를 뒀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서울대가 연구중심대학인 만큼 연구인력이 많고, 그 연령대가 20~30대에 걸쳐있다 보니 기혼자나 어린 자녀를 둔 학생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2,500여 명의 대학원생 중에 남성은 1,460명, 여성은 1,050명이다. 이들이 자녀를 낳으면, 국가의 저출산 문제에 적극 기여하는 것이다. 연구자 역할에 충실하면, 국가의 인적자원이 풍성해지는 것이다. 또 1천여 명의 여성 대학원생이 연구 활동에 제한받지 않는다면, 여성의 경력단절이 서울대에서는 일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니, 맘인스누의 필요성과 가치에 대해서는 학내에서 어렵지 않게 공감을 받는다.

작년 인권센터는 학내 모유 수유가 가능할 만한 공간을 조사해줬고, 올해 본부 학생처에서도 기혼학생 현황을 조사해줬다. 그 결과 학내에 10평 남짓한 16개 여학생 및 직원휴게실이 있고 보건소에 1개의 모유 수유실이 있음을 알게 됐다.

하지만 그 용도가 학내 여학생들의 휴식공간이거나 여직원의 탈의실과 같아 임신한 학생이 쉬거나 엄마인 학생끼리 품앗이 보육을 할 수는 없다. 보건소의 수유실은 계단이 많아 유모차로 가기 힘들고, 보건소가 여는 시간에만 모유 축유를 하는 곳이어서 동반한 영유아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공간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이렇다보니 난망한 일이 많다. 지난 봄이었다. 엄마들이 아이들을 함께 놀게 해주려고 학교 나들이를 계획했다. 하지만 갑자기 비가 내려 건물에 들어가 라운지에 앉았다. 아이들에게는 라운지 구석에 작은 돗자리를 깔아주었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학교 직원이 달려와 “아줌마들, 얼른 애들 데리고 나가요. 여기 학생들에게 방해됩니다”라고 고함을 질렀다. 학생 서너 명이 있었다. 아이들이 큰소리에 놀랄까봐, 또 학생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여학생 휴게실로 갔다. 아이들이 조잘대는 말이 미혼의 학생들에게 불편한 것 같아 우리는 곧 밖으로 나왔다. 비도 오고, 갈 곳도 없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또 몇 주 전 토요일에는 급하게 빌릴 책이 생겼다. 공교롭게도 남편이 지방으로 출장을 가 아이를 데리고 중앙도서관에 가야했다. 도서관에 도착하니 26개월 아들은 낮잠에 곤히 빠져있었다. 하지만 입구에서 출입을 제지했다. 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출입이 불가했다. 나는 서울대 구성원으로 아이의 엄마이며, 책을 빌리는 동안은 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규정상 신분증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으니 아이의 신분증을 보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잠든 아이를 입구에 두고 갈 수는 없고, 세 살 아이가 신분증이 있는 것도 아니니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무엇보다 “그러니까 왜 다른 데다 맡기지 애기를 데리고 책을 빌리러 와요?”라는 호통인지 핀잔인지 모를 주의도 받아 얼굴이 달아올랐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지침에 유아를 동반한 학생의 출입에 대한 규정이 없고, 또 그런 사례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니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 책을 빌리겠다는 내가 무개념으로 보일 수 있을 터였다.

맘인스누라는 모임을 열고 대표의 역할을 하면서 나는 부모인 학생들이 서울대학교 학내에서 겪는, 난망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일들을 직접 경험하고 전해 들을 수도 있었다. 그것들 중 대부분은 우선 본부에서 적당한 공간을 한 칸 내어준다면 힘을 합쳐 풀어갈 수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부모학생을 위한 공간, 보육 품앗이를 하며 당면한 어려움을 함께 풀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부탁을 드려왔다. 그리고 이 요청에 본부의 담당부서가 속히 응답해 주길 바란다.

 

서정원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