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이었군요. 10년도 더 된 것 같은데.”

안철수 의원은 서울대를 떠나던 마지막 날을 상기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었던 안 의원은 서울대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지난해 9월 제18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이미 정치 판도에 ‘안철수 열풍’을 일으켰던 장본인이었다. 출마 전부터 청년 및 중도층을 중심으로 두터운 지지율을 확보했고 『대학신문』을 비롯한 서울 지역 9개 대학 학보사가 자교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6%의 지지율을 얻을 정도였다.(『대학신문』 2012년 11월 19일자) 하지만 야권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던 과정에서 대선 후보를 사퇴하게 된다. 그가 다시 정치계에 등장한 것은 4·24 재보궐 선거였다. 서울 노원구 병에 출마해 당선됐고 마침내 본격적인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10년같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1년은 안 의원 정치인생의 서막이었던 셈이다.『대학신문』은 청년 멘토에서, 이제는 정치인으로 거듭난 안 의원의 ‘1년’과 정치철학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19일(화) 노원구에 위치한 안 의원의 정책 카페를 찾았다.

진행: 권민 편집장 정리: 강윤희 부편집장  사진: 심수진 사진부장
 
 
▲ 사진: 심수진 사진부장 jin08061992@snu.kr
“국회에 등원한지 이제 7개월째가 되네요. 제가 가진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한 순간이 기억나요”
반년 남짓한 정계활동이지만 만만치만은 않았겠다는 추측으로 무소속 의원으로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었는지 물었다. 안 의원은 단번에 ‘NLL 대화록’ 공개와 관련한 국회 본회의 표결 때의 일을 꺼냈다.

NLL 대화록 공개에 던진 반대표, 무용지물이었다

안 의원은 지난 7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자료 제출 요구안 표결에서 반대표를 행사했다. 그의 반대표에는 2가지 이유가 있었다. 대화록이 공개된다면 국가정보원(국정원) 선거개입에 맞춰졌던 비판의 초점이 옮겨지게 될 뿐 아니라 앞으로 진행될 수많은 비공개 회담에도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슈가 옮겨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를 비롯한 소수 의원들의 반대표가 무색하게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당론으로 찬성을 결정했고 결국 여야는 대화록 원본 열람을 위한 본회의 표결에 합의했다.
 
안 의원은 이때 개인의 한계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가능성이라고 한다면 정치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힘 있는 행동인 표결에 반대표를 던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양당의 강제 당론으로 회의록 공개가 합의됐다. 국익도 훼손시키고 국민도 원치 않는 결과가 종국에는 통과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양극단으로 내달리고 있는 원심력의 정치계에서 벗어나야

새누리당, 민주당 양당이 대립을 빚었던 문제는 비단 NLL과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만이 아니다. 통합진보당 해산문제에서부터 각종 복지정책까지 다양하다. 민생을 뒤로한 채 사안을 중심에 두고 줄다리기만 하고 있는 거대 양당의 정쟁 양태는 국민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의정활동을 시작하기 전부터 여야 모두를 긴장시키는 제3자의 역할을 다하겠다던 안 의원에게 현 정당정치에 대한 평가와 한계점을 물었다. 그는 “사람이 아닌 제도의 문제”라고 운을 뗐다.
 
“복잡하지 않았던 사회에서 양당구조는 한편으로 높은 효율성을 보장했다. 하지만 다변화된 사회에서는 문제점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셧다운이다. 정치 경력이 상당한 다선 의원이 많았음에도 결국 국가를 셧다운시켰다.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양당구조 자체가 서로를 항상 반대 포지션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그대로 놔두면 서로 양극단으로 나뉘게 만드는 원심력만이 작용한다. 지금 양쪽 끝 목소리가 커지는 한국처럼.”
 
안 의원은 우리나라 제도 자체가 철저하게 양당구조를 강화시키는 쪽으로 짜맞춰져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교섭단체 구성요건이 그 예다. 안 의원은 “교섭단체가 구성돼야 국회 일정 등에 발언권을 가질 수 있다”며 “교섭단체 구성요건인 20명이 모이지 않으면 국회의원인데도 사실상 발언권이 차단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현재와 같은 양당구조의 폐해를 헤쳐 나갈 표본을 독일에서 찾으며, 독일의 다당구조가 자연스럽게 국회의 의견을 중도로 모이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통령제는 아니지만 독일의 경우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다른 당과 연정을 하는 과정에서 자기의 정책을 버리고 상대방 정책을 수용하는 식으로 타협을 하고 있다”며 “정당간의 차이를 좁히는 구심력이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정치적 롤모델 또한 메르켈 총리다. 자기 생각을 과감히 버리고 상대방의 정책을 수용하는 자세, 큰 문제를 잘게 잘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메르켈 총리의 탁월한 능력으로 꼽는다.
 
“메르켈 총리는 자기 정책이 아니더라도 국민의 호응을 얻는 정책이라면 과감하게 수용한다. 복잡한 사회 문제를 풀 때는 큰 문제를 작은 문제로 잘게 나눈다. 작은 문제에 대한 해결법을 제시한 다음, 이 해결법이 증명되면 다음 단계에 적용하는 식으로 문제를 고쳐왔다. 처음에는 불만 여론이 컸다.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뢰가 쌓여갔고 결국 메르켈 총리의 정치력으로 재정적자 문제로 흔들리던 유럽연합이 다시금 안정화되고 있다. 좋은 롤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청년 일자리 해결의 돌파구는 창업과 부패 척결

안 의원이 소속된 첫 상임위원회(상임위)는 보건복지위원회다. 국회로 진출한 뒤 처음 참가한 지난 국정감사에서 안 의원은 후쿠시마산 해산물에 대한 안전 문제를 제기하고 기초연금 등 복지 사안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청년과 관련한 이렇다 할 법안 발의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안 의원은 당장은 상임위를 바꿀 생각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적절한 상임위를 맡게 된다면 어느 곳보다 ‘손 볼 곳’이 많은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산적한 청년 문제 중에서도 안 의원이 중점을 두는 문제는 청년 일자리 문제다. 창업에 성공한 전직 최고경영자(CEO)답게 그는 청년 스스로가 원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창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창업을 장려치 못하는 빈약한 사회안전망을 꼬집었다. 안 의원은 “창업이 워낙 위험하기에 창업 선진국들의 경우 개인의 위험 부담을 사회 여러 분야로 분산시키지만 한국은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 남겨둔다”고 비판했다. 대표이사 연대보증제가 그 예다. 안 의원은 “연대보증제로, 창업한 회사가 망하는 순간 회사 부채의 100%는 개인에게 전가되고 결국 개인은 재기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빚을 떠안게 된다”며 “이를 없애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불공정한 경제 관행 또한 청년 일자리의 창출을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안 의원은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에 비해 지하경제가 많이 활성화돼 있고 부패지수도 높다”며 “경제만 공정히 돌아가도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 특히 중소기업의 많은 수가 중견기업으로 도약하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나게 된다”고 전망했다.
 
안 의원은 카이스트 교수 재직 시절부터 청년과 소통해왔고 청춘콘서트와 같은 토크콘서트를 통해 여러 차례 청년들과 눈높이를 맞춰왔다. 청년과 안 의원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는 이 때문이다. 의원이기 전에 청년들에게는 멘토로 더 익숙한 안 의원은 청년들에 대한 조언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만 시간의 법칙, 멘토 그리고 동기 부여

“자기가 원하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리고 행복을 찾는 사람들. 이들에게 세 가지 특징이 있대요. 첫 번째는 자기 스스로의 노력. 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도 있듯이 긴 시간 집중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거죠. 여기에 두 가지가 더 필요해요. 하나는 멘토. 또 하나는 롤모델. 좋은 멘토는 내가 다다를 수 있는 최상의 지점을 알게 하고 노력하게 만드는 선생님이에요. 롤모델은 왜 필요 하냐, 동기 부여 때문이에요. 동기 부여는 자기 운명을 바꿀 수 있게 만들어요.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할 수 없어요. 그때 롤모델이 필요한겁니다”
 
그는 긴 설명 후에 항상 실제 사례를 덧붙였다. 좋은 롤모델의 예로 언급한 인물은 골프선수 박세리 씨였다. 안 의원은 “박 선수는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LPGA에서 우승했고 그 모습을 지켜본 전국의 초등학교 여학생들이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며 “5년 뒤, 노력의 만 시간이 채워졌을 때 한국인 여자 골프선수들이 대거 등장해 골프계를 ‘쓸게’ 됐다”고 말했다. “롤모델이 그래서 중요해요. 가능하면 나와 비슷한 사람, 지금 현재 살아 숨 쉬는 사람이 롤모델이 될수록 강하게 동기부여가 되는거죠”
 
요즈음 안 의원과 관련한 최대 화제는 바로 신당 창당이다. 이와 관련해 안 의원은 오는 28일에 정치 세력화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정치철학에서 보자면 이번 정치 세력화는 거대 양당을 극단으로 모는 원심력을, 중도의 의견을 만들어 내는 구심력으로 전환시키는 하나의 행동이다. 안 의원의 다음 행보가 정쟁으로 뒤덮인 현 정치계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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