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플러스 10주년 기념행사

지난 21일(목) 홍대 근처에 위치한 ‘인권중심 사람’에서는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플러스’의 10주년 기념행사 ‘인권, 다시 끈을 동여매다!’가 열렸다. 나누리플러스는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인권운동사랑방 등 5개 단체와 관심 있는 개인들이 참여하는 에이즈 감염자 인권 연대단체다. 이날 행사에는 나누리플러스 외에도 대한에이즈예방협회, 사회진보연대, 언니네트워크 등 다양한 단체에 소속된 회원들이 함께해 사무실도 없고 상근자도 없지만 감염인들의 인권을 위해 활동해온 나누리플러스의 10년 활동을 돌아봤다. 또 감염인이 차별받지 않고 행복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다짐의 자리 역시 마련됐다.

나누리플러스는 2003년 시작됐다. 에이즈 문제에 관심이 많았지만 당사자를 만날 수 없었던 미란 활동가와 자신이 감염인이라는 것을 세상에 알렸던 윤가브리엘 나누리플러스 대표가 에이즈 인권운동을 위해 의기투합한 것이 나누리플러스의 시작이었다. 그 이후 나누리플러스는 감염인 인권 증진을 위해 숨가쁘게 달려 왔다. 2005년 그들은 거리로 나서 에이즈 예방의 열쇠는 감염인 인권 증진에 있다는 메세지를 사회에 던졌으며, 2006년에는 에이즈 환자에 대한 공포와 편견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강제 격리, 실명 보고 등의 법과 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에이즈 인권운동이 감염인을 참담한 상황에서 구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에이즈라는 질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이 반영된 법과 사회제도를 바꿔나가는 것으로 확장된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또 2008년 나누리플러스는 다국적 제약회사인 ‘로슈’ 에 대해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의 강제실시를 청구해 화제가 됐다. 강제실시란 공익을 위해 정부가 한시적으로 특허권을 적용하지 않는 조치다. 푸제온은 기존의 HIV 치료제에 저항성이 생긴 환자가 1일 2회 투여 받아야 하는 약인데 로슈가 1회 주사분 가격으로 3만 원 이상을 주장해 에이즈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이 침해받았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나누리플러스의 손을 들어줬지만 결국 강제실시는 2009년에 법원에서 기각되고 말았다. 사회진보연대 이진우 활동가는 “아픈 사람이면 누구나 약을 먹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의약품접근권의 기본 명제”라며 “신자유주의를 대표하는 거대 제약자본에 대해 문제제기 한 것은 의미 있는 시도였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마치며 참가자들은 나누리플러스의 앞날과 나아갈 길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성동성애자인권단체 친구사이의 차돌바우 활동가는 “나누리플러스가 인권운동뿐만 아니라 감염인 친목단체로 활동하면서 인권운동과 친목운동을 병행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노래 ‘행복을 주는 사람’을 합창한 뒤 최근 발생한 수동연세요양병원 에이즈 환자 인권침해 사태를 다시 환기하며 이날 행사는 마무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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