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해남 박사과정(사회학과)

처음부터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한다. 건강하기만 하면 가능했던 시기도 있었을 정도라고 한다. 뭐 과장이 없진 않겠지만, 적어도 IMF이전엔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IMF가 지나며 ‘탈락’한 이들이 속출하고 말았다. 이후 안정세로 접어들었지만, 지금까지도 불안하고 위태하기는 마찬가지다. 그 대신, 해를 거듭할수록 진입장벽 그 자체가 높아져만 갔다. 예전과 같아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TV광고에서 흔히 말하는 것처럼 어려운 시대에는 남들보다 앞서 이를 극복하려는 이들이 으레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부러워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성공한 이들을 ‘위너’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그렇지 못한 이들을 ‘루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 위너/루저의 이분법이 어느새 우리의 마음을 자극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라지만, ‘아프니까 인생’이 될까 두렵기만 하다.

이렇게 청춘들이 조바심을 내고 있으니 이를 준비하는 공간이 마련된다. 대표적인 곳이 강남역. 그곳에 가면 남들보다 더 높은 자신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 ‘성공’을 준비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들이 쉽게 눈에 띈다. 특히 방학만 되면 더욱 그렇다. 서울대입구역에만 나가봐도 그런 공간이 눈에 띈다.

인터넷에서야 진작부터 그랬다. 관심 있는 이들이 수없이 많은 질문들을 올린다. 자신이 지금 이런 상태인데 과연 가능하겠는가? 이런 저런 말들을 들었는데, 이걸 긍정적 신호로 여겨도 좋겠는가? 일단 성공은 했지만 이후 과정에서 이런 저런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일만의 사람에게는 일만의 길이 있다’는 말이 무색하게, 수많은 정답들과 매뉴얼들이 부지런히 오고간다.

어느 새인가 케이블TV방송들이 인기다. 그런데 이 방송들, 젊은 사람들의 관심사를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다. 인터넷에서, 잡지에서 이 방면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이들이 이 방송국의 토크쇼와 강연에 등장해 주름잡기 시작한다. 너무 많은 기대를 그만두고 기대를 좀 접어야 한다는 이야기부터, 어떻게 해야 나를 더 잘 어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것까지. 코칭이나 상담의 이름으로 우리에게 ‘성공’의 매뉴얼을, 방정식을 알려준다.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취업난 속을 살아가는 청춘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제는 연애와 결혼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청춘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불안, 연애와 결혼마저도 예외는 아닌가보다. 취업이 그러하듯, 연애도 결혼도 성공하면 위너요 실패하면 루저가 되나보다. 그래서일까? 삶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수많은 취업의 매뉴얼들이 오늘도 청춘들의 사이를 떠돌 듯, 연애와 결혼에 대한 매뉴얼도 그렇게 청춘들 사이를 떠도는 게 부쩍 눈에 띄는 요즈음이다. 수년 전, 돈 버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사람들에게 쏠렸던 귀와 눈, 연애하는 방법을, 결혼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사람들에게 쏠리는 요즈음이다. 불안이라는 시대감정 탓에 사랑도 취업과 같은 것이 되어 버렸나보다. 그래서 성공을 위한 매뉴얼이 필요해졌는가 보다. 우리네 청춘, 그래서 더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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