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 밖으로 밀려난 대학 언론의 위기
대학신문은 구성원 간 소통의 장이자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관악의 눈
대학신문을 살아있게 하는 것은 독자

대학신문을 왜 하느냐고 묻는 이들이 참 많다. 2년 반 동안이나 학업까지 버려가면서 읽지도 않는 신문에 왜 매달리냐는 것이다. 그 질문의 의중은 아마도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는 활동이 우선시되는 상황에서, 아직까지 학생사회니 하는 옛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는 대학신문 일이 별로 쓸데가 없다는 것일 테다. 사회적 관심사가 변화했으니 대학 언론도 자연히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지금까지 들어온 대부분 대학생들의 생각이라면 비약일까.

이 무관심의 본질에는 대학신문 본연의 역할에 대한 심각한 실존적 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한마디로 신문을 펴들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의 발달로 발빠른 정보 전달에 실패하고, 대학 문화가 취업중심으로 변화했으며, 학생사회에 대해 무관심한 이들이 증가하면서 자연히 이를 다루는 신문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다. 대학신문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면서 동시에 기성언론의 대안으로서 대학만의 차별화된 시각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지만,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고 많은 이들이 느끼는 것 같다.

이러한 생각은 최근 여러 동료 학보사들이 겪는 암울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대학 구성원은 학보사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연세대 학보사인 「연세춘추」는 본부에서 주기적으로 지원받던 제작비를 총학생회비처럼 학생들이 등록금을 낼 때 독립된 비용으로 따로 받게 됐다. 자연히 연세춘추의 경제적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성대신문」은 주간의 독단적 결호 선언에 반발했지만 2개월이 되도록 본부에서조차 응답이 없다.

그렇다면 대학신문은 정말로 더 이상 필요없는가. 만약 대학신문이 단순히 흘러간 역사에 대한 기록만을 담당했다면 그 의미가 흐려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대학 구성원 간의 소통의 장이자 이들 각각을 향한 비판적 감시의 끈을 놓지 않는 제3자로서 존재했기에 대학은 공동체의 가치를 유지하고 나아가 사회에 날카로운 성찰을 던질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대학신문의 대학원생 기획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것을 기억한다. 대학원생은 대학 구성원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의 갈등상황은 문제제기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었다. 대학신문이 구성원들을 모아 문제를 짚고, 구성원과 좌담회를 열어 소통했다. 이로 인해 대학원 총협의회까지 만들어지는 등 대학사회에 활기가 불었고, 대학사회의 인권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반성까지 나아갈 수 있었다.

다양한 구성원이 존재하는 대학에서 갈등은 필연적이다. 대학사회는 외면하든 그렇지않든 우리 주변에 항시 존재해왔고 시흥캠, 법인화 등 굵직한 문제에서부터 불편한 시설과 서비스에 관한 데까지, 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그런데 이 고민의 지점은 과연 신문사 내부만의 것일까. 가장 가깝고 중요한 문제이기에 구성원이 관심을 가져야 하건만, 정작 이 문제를 고민하는 주체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대학신문의 필요성 역시 구성원의 고민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벼려지는 것이지만, 점차 대학신문이 고민하는 지점과 구성원의 관심사가 유리되고 있다. 독자와의 이해관계에서 멀어진다는 것은 대학신문의 본질에도 심각한 위해를 가하지만 나아가 특정 독자들에게는 독자의 이해를 대변해 목소리를 전할 통로가 사라진다는 것과 같다. 또한 대학 담론 형성에서 어떤 구성원은 배제됨으로써, 다양한 이들을 동등하게 인정하는 가운데 가치 실현을 추구하는 대학의 본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대학신문은 역사적으로 대학의 자유로우면서도 책임있는 여론의 본질을 담아내온 매개체다. 우리 구성원 모두가 포함된 소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다시금 대학신문을 향한 독자의 날카로운 시선이, 대학사회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대학사회 속에서 바꿔가야 할 관습은 무엇인지,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를 대학신문에서 찾는 독자가 필요하다. 대학신문의 가치를 잊어버린 채 눈과 귀가 닫힌 대학사회엔 어떤 자유로운 소통과 논의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학생도 본부도 아닌 제3자로서 구성원을 모으고 소통시킬 구심점을, 대학사회를 감시할 눈을, 제대로 역사를 기록할 주체를 잊어버린다는 것에 대해 필히 경계해야 한다.

대학신문은 여전히 살아있다. 위기는 수십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현실과 타협할 것이 아니라 타파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자들의 애정어린 비판이 필요하다. 부디 신문을 읽고, 대학신문이 향해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생산적이고 날선 비판을 달라. 그것이야말로 지금 대학사회의 향방과 맞닿아 있다. 다자간 소통이 강조되는 이 사회에서 특히, 진정으로 살아있어야 하는 것은 대학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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