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수 강사(언어학과)

2002년 서울대에서 처음으로 강의가 열렸을 때가 생각난다. 스와힐리어라는 과목으로 언어학과에 의해 개설이 되었는데 모두 8명의 학생이 수강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필자는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스와힐리어를 8명이나 신청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수강신청 인원이 매우 적었던 데 대해 무척 실망했다. 수업 첫 시간에 벌어진 상황은 더욱 놀라웠다. 8명 중 6명이 일본 유학생이었고 한 학생은 ‘도대체 이런 수업을 어떤 학우들이 듣는지’ 알고 싶어 신청했다고 했다. 단지 1명의 학생만이 스와힐리어가 무엇인지 알고 들어왔다고 했다.

스와힐리어는 아프리카에서 사용되는 약 2,000여개의 언어 중 하나로 탄자니아, 케냐, 우간다, 콩고민주공화국 등을 비롯해 아프리카 동부와 중부의 여러 나라에서 국어 혹은 공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아프리카의 제1언어다. 스와힐리어는 아프리카의 고유어로서는 가장 많은 화자수를 보유하고 있는 교통어(lingua franca) 혹은 광범위한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language of wider communication) 중의 하나로 동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인들을 대표하는 언어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 10대 언어로 평가받고 있는 스와힐리어는 아프리카인들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언어로 자리 잡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에 의해 유엔에서 공용어로 채택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고 2012년 7월에 독립한 남수단(South Sudan)이 영어와 함께 스와힐리어를 공용어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아프리카인들은 스와힐리어를 잘 모르더라도 조금이라도 할 줄 안다고 하면 ‘친구’나 ‘형제’처럼 대한다.

최근 아프리카로의 진출이 확대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학문적 연구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스와힐리어의 이해와 습득은 필수불가결하다고 할 수 있다. 스와힐리어가 사용되는 동아프리카는 물론이고 유엔, 비정부기구, 국제기구에서도 스와힐리어를 알고 있느냐 모르느냐를 아프리카를 이해하는 기준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서울대 서양사학과에 초빙교수로 와 있는 보나테 교수(Prof. Liazzat J.K. Bonate)와 아프리카 역사에 관한 담론을 한 적이 있다. 그는 한국 학생들이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자신의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이 스와힐리 문명(Swahili Civilizazation), 마풍구브웨(Mapungubwe), 그레이트 짐바브웨 문명(Great Zimbabwe Ruins) 등에 대해 왜 이런 것을 배워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평을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그동안 우리 역사교육이 서구 중심적으로 ‘편식’해 일어난 일로 세계사와 인류사를 균형 잡힌 시각에서 보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21세기에는 아프리카의 위상과 지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는 자원과 시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해 중요한 지역이 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아프리카를 지배 정복하는 국가가 세계사의 주도권을 가졌다는 사실은 눈여겨 볼 만하다. 로마가 카르타고를, 유럽 국가들이 노예무역과 식민 지배를, 그리고 21세기에 중국이 아프리카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는 마지막 남은 기회의 대륙이다. 떠오르는 아프리카를 위해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폭넓은 시야를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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