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들에게] 장준영(화학과·12)

 

▲ 장준영
화학과·12

어느덧 쏟아져 얼어붙던 눈들이 하나하나 녹아 사라지고, 추위만이 차례로 피어오를 준비를 하는 꽃들을 시샘하며 남아서는 새로운 일 년의 시작에 버티고 있습니다. 마침내 새로운 해가 떠올랐습니다. 이제 곧 남은 추위조차 가시고 따스한 봄이, 푸르른 여름이 밝아 새 녹음이 나무들의 꿈이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다시금 생명들이 움트고, 자라나서, 또 다른 생명의 새해가 자라날 것입니다. 지난해의 관악이 그러했듯이, 또한 내년의 세상이 그러할 것처럼.

그리고 이제 선배님들의 한 해가 지났습니다. 어느새 지나간 대학에는 어리바리하면서도 즐거웠던 새내기 시절도 있었고, 수없이 모이기도 하고, 지나가기도 했던 정든 장소들도 있었으며, 같은 강의실에 앉아 웃고 떠들던 많은 친구들이 함께했고, 어쩌면, 그립고 또 그리어 못 잊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선배님들의 대학은 스스로의 어느 때보다도 푸르렀고, 또 누구의 것보다도 아름다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스라질듯한 추위와 함께 새해가 다시 밝았습니다. 새롭게 맞은 추위가 아프고 따가운 만큼, 또 지난해의 추억들이 푸르고 아름다웠던 만큼, 멀어지는 지난해를 떠나보내기가 아쉬운 분들 또한 수많이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쉬운 마음을 접고 떠나보낼 때입니다. 피어날 새 잎을 위해 거칠어진 가지를 가다듬고, 새로운 태양을 기약하며 순들을 돋우어야 할 날, 새해로 나아가야 할 날입니다.

물론 아직 새로운 해의 추위가 채 가시지 않았듯이, 나아가시는 선배님들의 길이 편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추위가 매섭게 쪼아댈지도 모르며, 또 아직은 채 가시지 않은 빙설이 다시 계절의 문턱을 두드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느 새해에도 영원히 추위만 몰아치는 일은 없습니다. 곧 봄이 찾아올 것이고, 따스한 온기를 비출 것이며, 여름이 밝아 잎들을 틔울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또 아름다운 여러분의 계절이 시작될 것입니다. 새로운 시기에서,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사랑과……. 그렇게 어느 때보다도 푸르고, 누구의 것보다 아름답게 말입니다.

유명한 동화 『모모』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점차 모모는 새로 피는 꽃은 번번이 먼젓번 꽃들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 그리고 갓 피어난 꽃이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선배님들에게 새로 피는 해가 떠오를 시간입니다. 새로 피는 해로 나아갈 시간입니다. 먼젓번 봄의 따스함보다도 더 포근하게, 먼젓번 여름의 푸르름보다도 더 활기차게. 그렇게 가장 아름다운 새로움과 함께.

아직 대학에 남아 떠나는 선배님들을 배웅하는 후배로서, 그동안의 고마움, 이별하는 데에 대한 슬픔, 감사한 만큼 돌려드리지 못한 아쉬움 등 온갖 감정이 교차하지만, 수많은 다른 말들보다 이제 맞는 새해에 선배님들에게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관악의 후배들을 대표해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모든 선배님들의 일생에 가장 아름다운 나날이 이제 또다시 새로이 채워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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