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허성도 교수(중어중문학과)

▲ 사진: 김유정 기자 youjung@snu.kr

1년 내내 낙엽이 깔려 있는 것으로 유명한 허성도 교수의 연구실은 예상 외로 깨끗이 치워진 상태였다. 허 교수는 “낙엽의 향내 덕분에 연구실은 항상 자신에게 ‘오고 싶은 곳’이었지만 다음 주인이 이를 싫어할 수도 있지 않겠냐”며 미소를 지었다.

허 교수는 대중들에게 ‘한국사 다시 보기’ 강연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곳곳에서 펼쳐진 그의 강연은 녹취록 형태로 발췌돼 인터넷 상에서 회자되고 있다. 강연의 요지는 우리가 시야를 넓혀 한국사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예를 들며 “인조가 청나라로부터 국권을 보전했다는 업적에도 불구하고 굴욕적인 왕으로만 기억된다”며 “이는 객관적인 평가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강연에서 단지 ‘국사’에 치중되지 않고 조선의 ‘기록문화’를 재조명하거나 우리 선조들의 과학을 살피는 등 ‘국학’에 대한 시각을 제시한다. 국학은 한국의 역사뿐만 아니라 경제·철학·과학·미술 등 모든 분야의 학문을 지칭한다. 그런데 조선 이전의 사료는 모두 한자로 쓰여 있다. 이를 언급하며 허 교수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국학을 연구하려면 한문에 능통해야 한다”며 “이들을 전문가로 기르는 데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학연구에서 한문의 중요성을 밝힌 허 교수는 본인을 한글전용론자라고 밝히면서도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동아시아문화권은 한자로 통일돼 있다”며 “동아시아문화권의 국가들을 이해하고 이들과 교류하려면 한자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사회에서 영어가 반드시 필요한 것과 같이 한자도 그렇다”는 말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허 교수가 후학들에게 전하는 한 마디는 “공부하라”는 말이었다. 그는 “공부를 하지 않는 정당한 이유는 ‘연애’만 인정한다”며 “10분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퇴임 후 “홀가분한 기분으로 하고 싶던 국학공부도 하고 못 읽던 시집도 읽으며 조금 게으른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평생 열심히 살던 버릇을 버릴 수 있을까?”라고 묻는 그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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