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백명현 교수(화학부)

▲ 사진: 전근우 기자 aspara@snu.kr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새벽까지 논문 작업을 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는 백명현 교수. “마치 마라톤을 완주하고 숨을 고르고 있는 기분이다”며 퇴임소감을 밝히는 그의 얼굴에는 편안함이 묻어났다.

백 교수는 전이금속 화학 분야에서 많은 연구 성과를 이룩한 과학자다. 한국과학상과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 등을 수상한 백 교수는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만으로 쉼 없이 달려왔다. 그는 “대학원 시절 처음 공부하게 된 전이금속 화학 과목에서 가장 낮은 성적을 받고 도전 의식이 생겨 그 분야에 더욱 파고들게 되었다”며 전공 선택의 계기를 말했다. 이어 그는 “힘들고 절실하게 공부하다 보니 내 전공에 애착이 생겼고 삶의 전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하며, 이 시기가 평생 화학에 몸담아온 삶의 전기였다고 했다. 그가 항상 전공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전공하는 분야에 애착이 생기지 않을 때 오히려 거기에다 많은 수고와 정성을 쏟으면 그것을 떠날 수 없게 된다”고 말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백 교수의 발견에는 항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녔다. 그는 세계 최초로 다공성 초분자를 합성할 수 있는 기법과 결정 물질 합성법 등을 개발했다. 그는 “항상 선례가 전혀 없던 상황에서 무언가를 처음으로 시도하고 발견하면 학계를 설득시키기가 굉장히 힘들었다”며 연구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동시에 “연구결과를 발표한 후 외국에서 우리의 발견을 받아들이고 뒤따라 할 때 느꼈던 뿌듯함이 불모지를 개척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퇴임 후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백 교수는 “올해는 연이은 강연과 여러 학회에서의 연설 일정으로 바쁜 한해를 보내게 될 것 같다”고 말하며 “이후에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것을 하면서 평화로운 생활을 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기나긴 마라톤을 완주한 그는 또 다른 인생의 출발선에 설 준비를 하고 있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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