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용후(영어교육과·14)
사진: 노용후 씨 제공

“목표로 했던 서울대에 들어와 기쁘고 고생에 보상받는 기분도 든다”며 운을 뗀 노용후 씨는 “저 때문에 같이 고생하신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입학소감을 밝혔다. 노 씨는 시각장애 1급으로 오른쪽 눈은 거의 보이지 않고 왼쪽 눈은 시력이 매우 약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반고인 마산고에 진학해 높은 성적을 유지했으며 이번 2014학년도 수시 일반전형으로 영어교육과에 당당히 합격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노 씨의 시력이 처음부터 나쁜 편은 아니었다. 왼쪽 눈의 시력은 지금과 같았지만 오른쪽 눈의 시력은 0.2 정도의 근시일 뿐이었다. 그러나 중학교 시절 망막의 두 층이 분리되는 증상인 망막박리를 겪으며 그의 오른쪽 눈은 완전히 시력을 잃었고 희미하게 보이는 왼쪽 눈으로 학업을 계속해야 했다. 그는 “당시에는 많이 힘들었다”며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는지 되물으며 좌절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런 좌절을 극복하기 위해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려 노력했다”며 “잘 치지는 못하지만 피아노를 치며 감정조절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긍정적 마인드에도 불구하고 학업을 지속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따랐다. 칠판의 글씨가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바로 앞의 책도 읽을 수 없었다. 이런 불편 앞에서 노 씨는 “시각 이외에 모든 감각기관을 동원해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칠판이 보이지 않는 대신 선생님의 말씀을 집중해 들으며 빠짐없이 공책에 기록했고 집에서 공부할 때는 기록한 것을 점자로 바꿔 반복학습하곤 했다.


여러 방법이 있다고는 하나 그 역시 시간과 체력이 많이 소진되곤 했다. 노 씨는 “책을 보기 위해서는 독서 확대기라는 기계를 이용해 글씨를 확대해서 봐야 했는데 모니터를 몇 시간이고 보다보면 눈이 아프고 충혈되곤 했다”며 “그걸 참고 계속 공부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어려움이 있다”며 “그저 열심히 했을 뿐이다”며 머쓱해했다.


그렇게 고군분투한 결과로 영어교육과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노 씨는 “영어를 어려서부터 좋아했다”며 “영어를 통해 전 세계와 연결되는 느낌이 좋았다”고 답했다. 또 “친구들에게 제가 아는 내용을 가끔 설명해주다가 이런 활동을 내가 좋아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 그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서 그는 영어전공 외에도 “과학과목과 특수교육에 관심이 많았다”며 “기회가 된다면 이와 관련된 과목들도 공부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때 공부만 하느라 못해봤던 활동들도 해보고 싶다는 노 씨는 “우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고, 또 동아리를 포함한 다양한 경험을 해서 제 자신의 크기를 키우고 싶다”며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며칠 전에 서울대를 방문한 노 씨는 “캠퍼스를 걷는 활기찬 학생들을 보니 ‘서울대’학생이라기보다는 서울‘대학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이 본 학생들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자신에게 “별 대단한 것이 없다”고 말한 그는 “남들이 어떻게 주목하든 나만의 길을 걸어갈 예정”이라며 “지금껏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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