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원 박사과정
보건학과

네가 아니면 안돼. 연인 사이에서 흔히 쓰는 말이니 진부하게 여겨질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내가 아니면 안 될 일이라는 것이 세상에 있기는 할까?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지고 있지만 유례없는 취업난을 겪고 있는 20대들에게 ‘내가 아니면 안되는 일’,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순간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삶과 내가 딛고 있는 이 자리는 온전한 나의 인생이란 사실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곱씹어 볼 일이다.

아직 학교라는 따스한 울타리 안에 있으면서 차가운 세상의 바람을 맞이할 누군가에게 충고하기란 떳떳치 못한 일이다. 그렇지만 좀 더 오래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인생 선배로서 어깨를 떨구고 있는 이들에게 소소한 조언을 해주고 싶다.

새옹지마. 인생에 절대적으로 좋거나 나쁘기만 한 것은 없다. 20대의 중반을 넘어서니 내가 무작정 부러워만 했던 것들이 실은 내가 생각했던 만큼 화려하고 좋기만 한 것들은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누구나 지나간 세월을 아쉬워하며 내가 하지 못했던 것들을 그리워한다. 내가 보기에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은 사람도 과거의 어떤 순간에 대해서도 후회는 있다. 그러니 내가 선택한 것들에 너무 가혹하지는 말자. 힘들면 힘든 대로, 헐렁하면 헐렁한 대로 의미 있는 선택이다. 어떤 이의 삶이 부럽더라도 그것은 그 사람의 몫. 내가 아니면 안되는 것은 오직 내 인생뿐이다.

다가오는 기회를 막지 말자. 인생이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반드시 나쁘지만은 않다. 우연하게 오는 기회가 인생을 바꿔주기도 한다. 물 흐르듯 막힘없이 사는 것도 인생이지만 공이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튕겨나가듯 뜻하지 않은 기회에 직면하게 되는 것 또한 인생이다. 절호의 기회를 포착하는 것도 내가 아니면 안될 또 다른 한 가지이다. 언제나 열려있는 사고를 가지고 다가오는 것들을 받아들이자.

마지막으로 감사. 적어도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선택할 수 있는 삶, 행동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데 감사하자.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그 상황을 헤쳐 나올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뿐이다. 친구와 다퉜다면 화해를 해야 하는 것도 나이며, 배가 고플 때 밥을 먹어 배를 부르게 할 수 있는 것도 나이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는 내가 대학원에 들어오고 나서 사람 대신 책을 더 많이 만나고 대화 대신 생각을 더 많이 하면서 얻은 나름의 원칙이다. 특별할 것 없는 사실들이지만 결국은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 내 삶이라는 의식이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한다. 초등학교 때 빛을 투과해 내는 프리즘을 처음 보고는 굉장히 신기해했었다. 하지만 프리즘이 만들어내는 무지개 빛은 빛을 제 각도에서 비췄을 때만 나타난다. 다른 각도에서 비추는 빛으로는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다. 힘들게만 느껴졌던 인생일지라도 생각의 방향을 바꾸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내 인생을 의미 있게 바꾸는 것이야말로 내가 아니면 안 될 단 한 가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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