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지 「관악」이 48호를 마지막으로 종간했다.(『대학신문』 2014년 2월 24일자) 이로써 현재 총학생회에서 자치언론기금을 받는 자치언론은 「서울대저널」, 「퀴어, 플라이(Queer, Fly)」로 2개만이 남았다. 8년 전 자치언론기금을 받는 자치언론의 수가 6개였던 것에 비하면 반 이상이 준 것이다. 이외에 자치언론 기금을 받고 있지 않는 자치언론「교육저널」,「방송연구회」 등이 활동 중이지만 최근 서울대 여성 웹진「걸스팟」 등이 종간하면서 이러한 자치언론 역시도 수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여러 학내 언론들이 인력난, 재정난 등의 이유로 어려움에 처해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치언론이 찾을 수 있는 돌파구는 무엇인가? 『대학신문』은 학내 자치언론의 역사와 현재 자치언론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고 이들이 처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하나둘씩 사라지는 자치언론=학내 자치언론의 역사는 1988년 교지 「관악」의 창간준비호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져있다. 자치언론은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신문 등을 발간하는 독립적인 자치 단위로 특정 단과대나 학생회에 귀속되지 않은 언론을 말한다. 「관악」 창간 이후, 1993년 「법대신문」과 같은 해 「공대신문사」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이공대저널」, 2001년 ‘서울대 인터넷 뉴스’ 「스누나우」(www.snunow.com)를 거쳐, 2006년 「교육저널」이 문을 열고 2010년 「포트레이츠」가 창간호를 발간하는 등 다양한 자치언론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문을 닫는 자치언론도 늘어갔다. 「스누나우」가 2007년 종간한 가운데(『대학신문』 2007년 5월 20일자) 자연대와 공대의 자치언론「이공대저널」, 여성주의 자치언론「쥬이쌍스」등의 학내 자치언론들이 차례로 문을 닫으면서 위기감이 확산됐다. 이어 2012년 「포트레이츠」가 6호를 마지막으로 모습을 감추고 교지 「관악」이 제작 인원의 부족을 이유로 종간했다. 「관악」의 마지막 편집장으로 부임했던 함규원 편집장(윤리교육과·09)은 “활동 중인 기자가 적다보니 교지에 실을 글을 준비하기 위한 활동이 많을 뿐 아니라 학업을 병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학내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서는 「관악」의 종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왔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관악」이 종간한 사실에 무관심한 것이 현실이다. 이예찬 씨(영어교육과·13)는 “「관악」이 종간했다는 소식은 들어봤지만 평소에 접할 길이 없어 읽어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자치언론만이 할 수 있는 일=그동안 학내 자치언론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높여주는 통로 역할을 해왔다. 법인화부터 시흥캠퍼스 사업, 총장 선출 등 학내에서 크고 작은 일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자치언론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충실히 담아내고 있다. 실례로 2006년 「스누나우」는 이력을 부풀려 논란을 빚은 황라열 전 총학생회장에 대한 진상규명 청문회를 주도해 문제해결에 앞장섰다. 「교육저널」역시 대입제도 개편안, 사교육에 관한 담론 등 한국 교육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왔다. 한편 「퀴어, 플라이(Queer, Fly)」는 타 대학의 성소수자들과 인터뷰를 하거나 ‘대학 성소수자 연대회의’에 참석하는 등 소외되기 쉬운 성소수자들의 의견을 응집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렇게 자치언론은 풍부한 학내 여론 조성에 기여한다. 자치언론의 활성화는 대학언론 내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정보를 전달하고 학내 의사소통의 장을 형성한다.「서울대저널」 원종진 편집장(사회학과·09)은 “자치언론은 기존의 대학 언론과는 다른 조직과 성격을 갖고 있다”며 “소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특히, 월간지일 경우 하나의 사안에 대해 파고들어 보도에 정확성과 전문성을 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치언론을 휘감은 악순환의 고리=학내 자치언론의 위기는 구독하는 독자층의 감소에서 기인된 바가 크다. 이는 자치언론뿐 아니라 학내 언론 모두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이러한 독자층의 감소의 원인은 매체의 변화 그리고 학생들의 관심사의 변화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교지 「관악」이 종간호에서 ‘종이매체의 몰락’을 종간의 이유로 꼽은 만큼 학생들이 소통하는 미디어 매체가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정보 습득이나 사회 비판, 의견 교환 등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나 스누라이프와 같은 새로운 매체를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주된 소통매체가 자치언론을 포함한 학내 언론에서 SNS, 스누라이프 등 다른 매체로 이동하고 이에 따라 독자층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독자층의 감소는 학생들의 관심사 변화로 인해 자치언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취업난과 학생사회의 원자화로 인해 학생사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자치언론에 대한 관심도 함께 줄어들었다. 학생들은 소위 ‘스펙을 쌓는’ 일에 연연하면서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자치언론에 독자로서 참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관심의 부재는 인력난으로 이어진다. 자치언론에 지원하는 수습기자의 수는 줄어들고 그 결과 남아있는 기자들은 부담이 커진다. 그 결과 취재에 쏟는 시간과 노력이 줄어들어 양질의 기사가 나오기 힘들어진다. 그리하여 다시금 독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는 악순환을 형성한다.「교육저널」김용관 편집장(철학과·07)은 “신입기자의 부족과 업무의 과부하로 중도에 나가는 기자들이 반복적으로 생겨나고 있다”며 “구성원의 계속적인 변화는 업무에 차질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재정난 또한 이 악순환을 형성하는 하나의 원인이 된다. 자치언론은 대부분 총학 자치언론기금과 광고 수익을 통해 운영된다. 자치언론기금은 교내 자치언론들이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기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치언론은 자치언론기금을 제외한 자금 지원 없이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자치언론기금을 받지 못하는 자치언론의 경우 사정은 더 어렵다. 게다가 자치언론기금을 받더라도 대부분이 발행에 쓰고 있기 때문에 발행을 위한 비용을 제하고 남는 도서구입비, 홍보비 등의 운영비를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퀴어, 플라이(Queer, Fly)」 편집위원회는 “매 학기 받은 자치언론기금은 전부 인쇄비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으며 「서울대저널」 원종진 편집장은 “모든 기자는 취재에 사용되는 소정의 교통비 및 다과비, 회칙에서 정한 교육활동 지원금 외에는 월급이나 원고료를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광고 수익을 통해 재정을 마련하는 일도 쉽지 않다. 자치언론의 독자층이 감소하는 상황으로 인해 기업들이 광고 투자를 꺼리고 자치언론 스스로 스폰서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게 됐다.

◇자치언론, 다시금 일어서기 위해=이러한 악순환을 오롯이 자치언론 스스로가 끊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학내 자치언론이 다시금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우선 ‘자치언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꼽힌다. ‘자치언론 네트워크’란 자치언론이 서로 연합해 학생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각 자치언론의 발전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연대를 일컫는다. 이를 통해 자치언론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극복방안을 함께 모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내용과 디자인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 「중앙문화」 이슬샘 편집장(중앙대 사회학과·12)은 “「중앙문화」는 꾸준히 ‘대학언론포럼’이라는 네트워크에 참가해 다른 언론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서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참신한 아이디어에 대한 고민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문화」는 실제로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재정적으로 어려운 자치언론을 도와준 경우도 있다.

네트워킹에서 더 나아가 학생들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소통채널의 다양화 또한 학내 자치언론이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최근 기존의 학내 언론을 대체하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함에 따라 학생들의 의사소통이나 자료 교환 방식이 변화했고, 이에 따라 대학생 문화를 담아내는 미디어의 변화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자치언론은 매체의 다양화를 꾀하는 등 실제 학생들의 일상과 밀착한 매체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대저널」 원종진 편집장은 “지난 학기부터 ‘서울대저널 TV’라는 방송보도매체를 도입했다”며 “종이매체인 ‘서울대저널’과 연동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대저널」은 방송보도매체를 활용해 학우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내부의 변화만으로는 자치언론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기에 한계가 있다. 현재의 구조에선 취재와 편집, 발행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학생사회의 지원이나 외부 광고를 통한 수익창출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낮은 학생회비 납부율로 인해 지금으로서는 학생사회에서의 지원을 바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총학이 자치언론기금의 형식으로 자치언론을 지원하고는 있지만 학생회비의 10%를 지원해줄 수 있는 세칙 상 학생회비 총액이 줄어들거나 자치언론의 수가 증가할 경우 그와 비례해 자치언론기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외부 광고를 받는 것이 유일한 대안으로 남는데 이 역시 쉬운 방법은 아니다. 광고주의 입장에서는 독자층이 얇은 자치언론은 수익을 기대할 만한 투자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광고를 얻기 위해서는 고정적인 독자층이 요구된다. 결국 학생들의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학내 자치언론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학내 언론의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관악」이 종간사에서 “교지를 만들더라도 읽는 이가 없고, 읽는 이가 없으니 편집실 문을 두드리는 이가 없었다”고 말했듯 자치언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현저히 낮다. 물론 매체가 이동하면서 정보 습득이나 이에 대한 토론을 SNS, 스누라이프 등을 통해 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치언론은 웹상에 떠도는 파편화된 의견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심층적인 취재를 통해 하나의 주제에 대한 깊은 담론을 형성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기능을 살펴볼 때 자치언론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충분한 듯 하다. 평소 자치언론을 애독하는 강동원 씨(컴퓨터공학부·12)는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논의는 의견통합도 어렵고 의견이 치우칠 가능성이 크다”며 “학내 자치언론이 학교에서 논의되는 것들을 정리하고 공론화시키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만큼 자치언론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1년 본부 점거로 학내 구성원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그 당시 자치언론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학생사회를 일깨우는 구심점이 됐다. 올해도 법인 전환 못지 않게 총장 선출과 시흥캠퍼스 사업이라는 큰 변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자치언론의 역할이 막중한 지금이야말로 학생들이 자치언론의 애독자가 돼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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