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토요일 저녁 9시경, 중국 서남부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시 열차역에서 복면을 쓰고 흉기를 든 10여명의 괴한들이 역 광장과 승차권 판매창구 등에서 시민을 무차별 공격해 33명이 숨지고 14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목격자들은 괴한들이 길이 50~60㎝의 칼을 들고 역 1층 광장과 매표창구, 2층 매표창구 등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칼을 휘둘렀다고 전했다. 중국 경찰은 현장에서 괴한 4명을 사살했으며, 4명의 용의자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중국 공안부는 이번 사건을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분리독립 세력이 계획한 조직적 테러로 규정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사건 발생 뒤 “테러 분자들이 준동하지 못하게 철저히 엄벌하라”고 지시했고, 주요 언론 중 하나인 「환구시보」는 “신장 분열세력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 테러 세력에 국가의 쇠주먹 맛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삽화: 이예슬 기자

중국 내 다수를 차지하는 한족과 소수민족 간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티베트의 경우, 2009년부터 지금까지 120여 명이 독립을 요구하며 분신했고, 네이멍구에서도 독립을 둘러싸고 한족과 몽골족 간 충돌이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참극의 배경인 신장자치구의 경우, 면적이 한국의 17배이며, 중국 석유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막대한 천연자원이 매장돼 있다. 중국 정부는 ‘서부대개발’의 기치 아래, 이 지역 주요 도시로 한족의 이주를 추진해 왔고, 이들이 지역 행정·경제를 장악하게 되자, 위구르족의 지역공동체가 파괴돼 갔다. 이에 대한 저항이 산발적으로 이어지다 지난 2009년 7월에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200여 명이 죽고, 1,600여 명이 부상당하기에 이르렀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소요가 잇따라 발생했고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대규모 군병력을 투입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저항에 대한 탄압은 또 다른 참극을 낳을 뿐,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3,000여 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9·11 테러 이후, 미국 부시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테러 조직 소탕을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이라크를 침공해 이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2011년 5월, 파키스탄에 은신해 있던 9·11 테러의 주모자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되면서 이 전쟁의 1막이 내려진 듯 보인다. ‘악의 화신’으로 지목된 빈 라덴과 사담 후세인이 제거됐지만, 테러 조직 ‘알카에다’는 여전히 건재하며 이라크에서는 각종 테러가 끊이지 않는다. 이쯤에서 질문을 던져 본다. 당신들의 전쟁으로 저항세력의 투쟁의지는 약화됐는가, 그리고 미국은, 미국인은 더 안전해졌는가.

‘성전’(聖戰)으로 통용되는 ‘지하드’는 본래 ‘투쟁’을 의미한다. 우선적인 뜻은 자아에 대한 투쟁으로, 자신의 타락한 행위나 욕구를 제거하는 것이고, 더 높은 도덕적 성취 안에서 일관성과 인내를 훈련하는 것을 지칭한다. 물론 불가피한 상황에서의 군사 행동 역시 지하드의 한 부분이라고 한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군사 원정에서 돌아오면서 동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오늘 우리는 전쟁이라는 작은 지하드에서 자기 통제와 향상이라는 큰 지하드로 돌아왔습니다.” 세계 도처에서 폭력과 살상이 난무하는 시대, 우리가 돌아가 머물러야 할 곳은 어디인가.

장준영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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