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료제도 바로세우기를 위한 전국 의사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10일부터 집단휴진에 돌입한다는 결의를 했다. 집단휴진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높은 투표 참가율(53.8%)을 보인 가운데 76.60%의 찬성으로 가결되어, 실행되면 14년 만에 많은 병원들이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번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의협이 국민의 건강권을 담보로 집단이익을 챙기려 한다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협의 이번 파업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영리화, 원격진료 도입, 건강보험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것이다. 이중 의료 영리화를 반대하는 명분으로 의협은 국민의 의료 공공성 보장을 주장한다. 하지만 의협 구성원들의 의견을 파악해보면 의료 공공성을 외치는 이들의 진의가 의심스럽다. 투표에 참가하고 찬성한 대다수의 구성원은 동네 의원 의사이다. 대형 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는 10일 파업에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가 정부의 대응에 반응해 급작스럽게 입장을 바꿨다. 의협 내부에서조차 의견의 합치가 이뤄지지 못하고, 이해관계나 외적 요인에 따라 내부 의견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명분을 믿어 주기는 어렵다.
 
건강보험 수가(酬價)에 대한 의협의 태도도 이들의 파업이 사적 실리를 위한 것으로 보이게 한다. 지난달 정부와 협상테이블에 앉았던 의료발전협의회는 정부의 정책을 반대했었지만 건강보험 수가 개선을 검토하는 조건으로 입장을 바꿔 정부의 정책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거부하고 집행부가 총투표를 실시해 가결시킨 이번 파업은 예상을 빗겨나간 갑작스럽고 극단적인 선택이다.
 
물론 어느 집단에게나 파업을 통해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고자 할 권리는 있다. 하지만 이번 파업과 같은 갑작스럽고 극단적 선택은 의료 분야의 특성을 무시한 처사다. 일반 노동자들의 파업과는 달리 의사들의 파업은 환자의 건강과 밀접히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들의 파업은 국민 다수의 공감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명분을 얻을 수 없다.
 
때문에 의협은 파업을 실행하기에 앞서 정부 정책의 시시비비를 가리고 이를 국민들에 알려 자신들의 입장을 인정받는 공론화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를 통해서 의사들의 문제제기가 단순히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려는 게 아니라 의료 공공성과도 직결돼 있다는 점을 설득했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파업은 10일 하루 동안 부분휴진, 11일부터 23일까지 환자 한 명당 15분씩 진료하고 전공의는 하루 8시간만 근무하는 이른바 ‘준법진료’, 24일부터 29일까지 필수인력까지 동참하는 전면적 집단휴진으로 이어진다. 의협은 국민의 건강을 볼모 삼아 전면적 집단휴진으로 돌입하기에 앞서 그 명분을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국민의 차가운 시선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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