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자극성으로 독자 유인하는 저질기사

기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

독자, 기자, 언론사는 책임을 떠넘길 뿐

하루빨리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요즘 기사에 달리는 댓글을 하나씩 보면 마치 모든 기자가 소명의식을 잃었다는 식의 댓글이 상당히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를 맥박 제재로 고르면서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다.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기자보다 취재를 위해 잠자는 시간까지 아끼는 기자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도 그런 기자들 덕분에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질이 떨어지는 기사를 더 많이 접하게 되는 것일까?

‘기레기’라는 단어는 온라인 기사의 댓글에서 자주 등장한다. 주로 ‘충격! 알고봤더니...’ 등 낚시성 제목이 달려있거나 단순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기리에 게시된 게시물을 그대로 소개하고 있는 기사 등에 이런 댓글이 달린다. 인기 검색어에 오르는 소재를 그대로 기사로 쓰거나 보도자료를 베낀 듯한 기사도 예외가 없다. 이런 기사를 읽으면 대중에게 무엇을 전달하기보다는 잠깐 동안 ‘소모’되기 위해 작성됐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가 많아지고 있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이 때문에 언론이 본분을 잊어버렸다는 비판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이 현상의 원인을 기자에게 떠넘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종이 매체에서 온라인 매체로 언론 매체가 이동하면서 거의 모든 기사가 대중에게 무료로 제공되기 시작했다. 언론사는 수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더 많은 클릭수를 유도해야만 한다. 포털도 더 많은 이용자를 유인하기 위해 클릭수가 높을 법한 기사를 메인화면에 게시하게 된다. 결국 기자는 ‘기레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때 유입자를 늘리는 손쉬운 방법은 독자를 낚거나, 자극적이고 야한 기사를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론사는 이런 현상의 원인을 언론 생태계의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언론사들은 내부적으로는 온라인 매체와 종이 매체의 과도기에서 자리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고 외부적으로 가해지는 각종 압력에도 무력한 처지에 놓여있다. 주요 언론사의 보직이 ‘비리’에 연루됐던 이에게 맡겨지는가 하면 정권의 입맛에 맞춰 공영방송의 대표가 임명되기도 하는 언론 생태계는 늪에 잠겨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기자와 언론사, 언론 생태계가 질 나쁜 기사를 생산해내는 굴레에는 해당 기사를 비난하는 네티즌도 엮여있다. 자극적인 제목을 넘어 원하는 소재의 기사만 클릭하고 있는 대중이 기자를 ‘기레기’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언론사는 봉사기관이 아니다. 마땅히 해야 하는 소명과 역할이 있지만 모든 언론사가 그것을 수익 없이 해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대중이 기자정신이 담긴 기사를 원하게 된다면 언론사가 원하는 ‘클릭하는 사람이 많은 기사’의 내용도 분명 바뀔 것이다.

이렇게 모두가 기레기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음에도 모두가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독자들은 기자를, 기자는 언론사를, 언론사는 다시 독자와 외압을, 다시 독자는 언론사와 기자를 탓하는 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남 탓하기가 계속되는 이상 쓰레기 같은 기사가 넘쳐나는 현실을 바꾸기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요즘 한국의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그만큼 사회가 혼란스럽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언론은 어지러운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고 했다. 얼른 지금의 굴레를 끊어내고 언론이 민주주의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언젠가 뉴스를 보며 고국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있는 날이 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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