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에 무관심한 유권자? "유권자에게 충분한 공약 정보와 정책 평가 제공돼야"
공약에 무관심한 유권자? "유권자에게 충분한 공약 정보와 정책 평가 제공돼야"
  • 권순희 기자
  • 승인 2014.03.1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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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가 8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등록을 마친 예비후보자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고, 정당은 성공적인 경선을 통해 여론을 이끌려 고심 중이다. 이처럼 선거에 대한 열기는 높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한국의 선거 문화는 인물 중심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실시한 ‘전국 유권자 의식 조사’에 따르면 2012년 대선 당시 인물·능력을 중요하게 고려한 유권자는 45%에 달한 반면 유권자 중 단 27%만이 정책·공약을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응답했다.

지난 11일(화)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한국정당학회, 한국정책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토론회’가 열렸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정책·공약 중심의 선거를 추진하기 위한 시민운동이다.

토론회의 첫 번째 주제인 ‘유권자는 왜 후보자의 공약에 무관심한가?’에 대해 김미경 교수(상명대 행정학과)는 공직선거법상 ‘선거공약서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선거공약서에 대한 지나치게 까다로운 규제가 유권자를 공약에 접근하기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현재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는 선거 공약과 추진 계획을 담은 선거공약서를 유세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공약서를 배포할 수 있는 인구수와 공약서의 지면, 규격이 엄격하게 법으로 정해져 있어 유권자의 특성에 맞는 공약 전달에 제약이 생긴다. 예를 들어 고령의 유권자를 위해 큰 글씨로 공약서를 작성할 경우 재원 조달 방법이나 공약 이행 계획을 상세하게 기재하면 지면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유권자가 후보자의 공약을 검증하고 평가하는 데 현행 공직선거법이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현재 언론이나 시민단체는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비교·평가한 결과를 공표할 수 있다. 하지만 공표 시 순위나 등급을 정하는 서열화는 금지된다. 때문에 언론사나 시민단체는 중립적 판단만을 제공하게 되고 유권자는 정책 간 우열에 대해 직접적인 정보를 얻지 못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고계현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각 기관이 자율적으로 공표한 공약분석 결과를 토대로 유권자가 기관별 평가 내용을 비교하고 토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선거관리위원회 신우용 정당과장도 “서열화 금지 규정으로 인해 언론사는 정책이 아닌 정치 공세나 판세 분석 등 주관적 보도에 집중하게 된다”며 선거 관련 보도의 편향성을 지적했다.

토론회의 두 번째 주제는 ‘후보자는 왜 부실한 공약을 내놓는가?’였다. 발제를 맡은 윤광일 교수(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는 문제의 원인을 짧은 선거 운동기간 동안 두 가지 이상의 선거가 동시에 시행되는 동시선거제도에서 찾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세종특별시와 제주특별자치도를 제외한 나머지 선거구의 유권자는 무려 7장의 투표용지를 받게 된다. 동시선거에서 수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접하게 되는 유권자는 짧은 기간 내에 공약 내용을 전부 파악하기 어렵다. 때문에 후보자는 공약의 구체성이나 실현 가능성으로 유권자를 설득하기보다는 타 후보와의 차별성에만 집중해 부실한 공약을 내놓게 되는 것이다.

윤 교수는 부실 공약의 또 다른 원인으로 하향식 공천 제도를 지목했다. 현재 주요 정당의 공천 방식은 상향식 공천의 외양을 갖추고 있으나 전략 공천과 같이 실질적으로는 하향식 공천의 요소를 갖고 있다. 윤 교수는 “하향식 공천 방식에서 지방선거 후보자는 공천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당 지도부의 선호를 지역 유권자의 선호보다 우선시할 가능성이 크다”며 후보자가 부실 공약을 내놓게 되는 데 있어 정당의 공천 제도 역시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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