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6년 네덜란드에서는 튤립 광풍이 불고 있었다. 터키로부터 관상용으로 수입된 튤립이 투기자산으로 변질해 귀족, 상인, 평민 할 것 없이 사들여 오늘날 가치로 환산하면 한 송이에 5만 달러까지 값이 치솟았다. 하지만 이듬해 거품은 꺼졌고 튤립을 산 사람들은 빈털터리가 됐다. 비트코인(Bitcoin)은 튤립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미래의 화폐가 될 것인가? 지지자들은 비트코인의 높은 유동성, 낮은 거래비용, 익명성 등을 들며 비트코인이 이상적인 화폐를 구현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자들은 비트코인의 제도적, 기술적 불안정성을 지적하며 장기적으로 화폐로써 이용되기 어렵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학신문』은 기존 화폐와 구분되는 비트코인의 특징과 그로부터 야기되는 논쟁점을 짚어본다. 나아가 비트코인이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조명해본다.

 

기존 화폐와 다른 비트코인의 특징

 

비트코인은 국가가 신용을 보증하는 기존 화폐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던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익명의 프로그래머에 의해 탄생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각국의 통화 당국이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들인 은행과 보험사를 화폐를 새로 찍어내는 방식으로 구제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는 전체 화폐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조치이며 금융기관의 책임을 전체 국민들에게 지우는 행위였다. 이런 광경을 목도한 사토시는 “중앙은행이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가 화폐의 역사는 이 믿음을 저버리는 사례들로 충만하다”고 했다.
 

2008년 10월 31일,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그가 내놓은 해답이 바로 비트코인이다. 화폐의 신용은 그 화폐의 물질적 속성이 아니라 사용하는 구성원들이 ‘그 화폐가 가치가 있다’고 믿는 데서 창출된다. 기존 화폐는 국가에 의해 그 신용을 부여받았지만 비트코인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모든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신용을 창출하게끔 고안됐다. 이를 위해 비트코인은 중앙통제기구를 배제하며 P2P(peer to peer) 네트워크 기반의 분산 데이터베이스 구조로 이뤄졌다. 즉, 비트코인 거래는 특정한 중앙 서버의 매개에 의존하지 않으며 예전의 ‘소리바다’나 현재의 ‘비트토렌트’ 등의 서비스처럼 익명의 사용자와 사용자가 직접 주고받을 수 있는 구조다. 기존의 일반적인 금융거래는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의 매개를 통해 이뤄졌으며 그 대가로 사용자는 금융기관에 수수료를 지급했다. 이런 금융거래와 달리 비트코인은 수수료 비용을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다.
 

무엇보다 사토시는 비트코인 시스템에서 화폐를 발행하는 기구를 따로 설치하지 않았으며 각 사용자가 ‘채굴(mining)'이라는 방식을 통해 화폐를 직접 발행하게 했다. 채굴은 사용자 간의 거래를 기록하는 장부를 만드는 데 주어지는 일종의 보상이다. 사용자 간의 거래내역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공개되는데, 해시(hash)라 불리는 암호화 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이 거래내역을 ‘블록(block)’이라고 한다. 하나의 블록은 약 10분 간의 거래내역을 담고 있으며 이전 기록을 담고 있는 이미 형성된 블록들과 모순이 없어야 한다. 블록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연산을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고성능 컴퓨터 여러 대가 필요하며 이 과정에 참여한 개인들은 이 연산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받는다. 이 때문에 블록을 만드는 과정은 채굴이라고 불린다.
 

하나의 블록은 이미 형성돼 있는 또 다른 블록들과 연결돼 ‘블록체인(block chain)’을 이룬다. 말하자면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이 탄생한 이래 모든 거래가 기록돼 있는 장부인 것이다. 따라서 개발자를 포함해서 특정한 어느 누군가가 비트코인을 복제하는 등의 인위적인 조작을 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시점 이래 모든 암호화된 블록체인의 값을 변형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비트코인 시스템은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도 화폐의 조작을 막을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따라서 개인들은 채굴을 통해서 비트코인을 발행하고 있는 동시에 이 시스템 전반을 감시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비트코인은 총 통화량이 2,100만 비트코인(BTC)으로 정해져 있으며, 각 채굴 시 보상으로 지급되는 비트코인도 일정량으로 고정돼 있다. 즉,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에 따라 통화량이 수시로 변하는 기존 화폐와 달리 비트코인은 임의적인 통화량 조절 가능성이 원칙적으로 차단된 것이다. 현재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총 약 1,200만 BTC가 발행됐으며, 채굴 시 보상으로 10분마다 25 BTC가 생성되고 있다. 채굴량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12.5, 6.25, …로 계속 절반씩 줄어서 2145년이 되면 채굴량은 0이 된다.

 

비트코인을 둘러싼 쟁점

 

비트코인의 지지자와 반대자는 몇 가지 지점에 관해서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다. 우선 비트코인이 해킹 범죄에 취약하다는 우려와 이는 충분히 개선 가능하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의 비트코인 환전 거래소인 마운트곡스는 85만 BTC를 해킹으로 잃어버렸다고 발표했다. 85만 BTC는 전체 비트코인 발행량의 약 7%에 해당하는 양이며 우리 돈으로 약 5,000억 원이다. 블록체인에 대한 조작은 불가능하지만 개별 거래소에 대한 해킹은 가능한 것이다. 이런 사고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비트코인 거래소들이 일반적으로 웹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즉, 일반적인 웹 사이트들이 받는 공격을 거래소들이 똑같이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이런 문제를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의 김진화 이사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온라인 거래소들도 점차 규모가 커지고 보안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히려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비트코인 시스템이 P2P 방식으로 분산돼 있어 해킹을 시도하는 입장에서 어느 한 곳을 공격 지점으로 정하기 어렵다는 이점을 든다. 비트코인 시스템의 특성과 무관하게 기존 몇몇 거래소들에 비트코인이 모인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착안해 환전 거래도 P2P 방식으로 이뤄지는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한다.
 

또 비트코인이 화폐의 기능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도 진행 중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화폐는 교환의 매개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신용이 뒷받침돼야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실질적 가치가 ‘0’인 명목화폐이며 국가가 제도적 장치를 통해 신용을 보증하는 것도 아니다. 이에 대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비트코인을 통화로서 뒷받침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비트코인은 화폐의 본질 가치, 발행 주체의 신용이나 신뢰 등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지불 능력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이전 화폐들과 다르게 사용자의 수, 인프라의 규모가 곧바로 신뢰성과 연결되기 때문에 사용자의 수가 점점 증가함에 따라 신용이 확보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낮은 거래비용, 익명성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온̇오프라인 비트코인 결제상점도 늘어나고 있는 등 비트코인이 사용되는 공간은 점차 확장되는 추세다. 또 지난 2월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는 “비트코인은 지급결제 시스템을 크게 단순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급 수단으로 큰 장점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이 보고서는 “유로존의 위기는 법정화폐 발행의 주체인 국가도 신용이라는 측면에서 절대적인 존재는 아니라는 점을 드러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더불어 비트코인 시스템 내에서는 경기순환에 맞춰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통화 당국은 불황이 도래할 때 통화량을 늘려서 유동성을 증가시키고 이자율을 낮춘다. 이를 통해 돈이 시중에 많이 풀려서 소비가 촉진되고, 금융기관 대출을 통한 기업의 투자가 증가함으로써 국내총생산을 다시 키우는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통화량 조절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비트코인은 디플레이션을 일으키고 불황에 매우 취약한 사이버 시대의 금본위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하이에크 등을 배출한 오스트리아학파처럼 이들과 정반대의 관점을 가진 경제학자들도 있다. 시카고학파와 크루그먼이 속한 케인스학파의 주장과는 달리 오스트리아학파는 화폐 및 금융정책에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역할을 인정하지 않으며 금본위제로 돌아갈 것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이들과 사토시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데에서 공유하는 지점이 있으며 오스트리아학파의 데틀리프 슐리히터는 “비트코인은 개념적인 차원에서 볼 때 천재적인 업적으로 볼 수 있으며, 지난 130년 간 화폐 역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발명”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사토시가 오스트리아학파의 화폐 이론에 착안해 비트코인을 개발했을 것이라는 추정을 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이런 논란들에도 불구하고 현시점에서 비트코인은 화폐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마운트곡스가 파산신청을 한 이후에도 비트코인의 달러 환율은 다시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또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는 “여러 논란과 위기를 겪었음에도 비트코인은 현재까지 기존의 어떠한 디지털 통화보다도 성공적인 결과를 얻음”이라고 밝혔다. 비트코인 이전에도 린든 달러 같은 디지털 통화가 있었지만 이들은 제한된 커뮤니티에서 폐쇄적으로 사용됐을 뿐이다. 현재 각국의 통화 당국들이 비트코인에 대한 제도적 보완을 논의하고 있는 것도 이들이 비트코인을 화폐로서 일부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하지만 지지자와 반대자 모두 비트코인이 차세대 화폐로서 온전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거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비트코인의 명목가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는 투기적 수요에 기인하는 측면이 강하며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급격히 변동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비트코인이 화폐가 아닌 상품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강한 것이다. 실제로 발행된 비트코인의 70%가량은 전혀 유통되고 있지 않으며, 외부 충격에 대한 가격 변동도 화폐보다는 금, 은 같은 실물자산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어느 순간 거품이 꺼져서 비트코인이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처럼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여러 반대자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여러 단점을 극복하지 못해 결국 도태되더라도 기존과 다른 형태의 디지털 화폐가 앞으로 어떻게든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도 “온라인상에서 현금과 유사한 형태의 금융 거래 및 지급 결제를 수행하고자 하는 수요가 존재하는 한 가상 통화는 궁극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정착할 것으로 예상됨”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비트코인이 오픈소스 프로젝트임을 고려할 때 또 다른 형태의 화폐가 등장하는 데 비트코인이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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