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여드름으로 고생하던 관악씨. 지난 주, 붉게 상기된 얼굴로 『대학신문』을 찾아와 제보할 게 있다면서 기자를 붙잡았다.

-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제가 여드름을 치료하러 강남의 유명한 피부과에 갔거든요. 그런데 그곳 원장님이 저는 아직 세금을 내지 않았으니, 즉 납세의 의무를 다 하지 않았으니 3/4만 치료받을 수 있다면서, 여드름 10개를 남겨 놓은 거예요. 아니 제가 왜 세금을 안 냅니까? 물건 살 때, 밥 먹을 때, 술 마실 때 꼬박꼬박 부가가치세 10%씩 떼던데요.”

- 설마 원장님이 그걸 모르셨을려구요. 아마 소득세를 말하는 게 아닐까요?

“그렇죠. 그래도 의대까지 나오신 분인데. 그런데 그 분이 한술 더 떠서 말씀하시기를, 국민의 4대 의무를 다 하지 않으면 투표권이 없어야 한다, 여자는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으니 3/4의 권리만 행사해야 한다, 이러시는 거예요. 그리고 지난 대선에서 성인이 된 자신의 아들 역시 투표를 못하게 막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죠. 아니 그러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취업이 어려운 사람, 가정주부, 또는 퇴직자 등도 투표를 하지 말아야 하나요? 공동체의 공적 사무에 관한 판단, 숙의, 토론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선거권이 부여돼야 한다는 게 근대국가의 이념이잖아요. 미국에서도 세금으로 딴지거는 사람이 있었던지 수정헌법 제24조로 못 박았더군요. 「…미국 시민의 선거권은 인두세나 기타 조세를 납부하지 아니했다는 이유로 미국 또는 주에 의하여 거부되거나 제한되지 아니한다.」”- 여성 문제는 좀 난감하군요. 군 가산점 논란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죠.

“우선 원장님이 약간 혼동하신 것 같더라구요. 국방의 의무는 여성에게도 해당됩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여성들도 국가의 행정명령에 따라 간호, 방첩, 지원 등 각종 의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원장님이 말씀하시고 싶었던 건 하위개념인 병역의 의무였을 거예요. 우리나라 병역정책은 성별에 따른 생리적 차이와 현실적 조건을 고려해 남성에게만 병역을 부과하고 있죠. 그런데 이 정책이 국민을 1등 국민, 2등 국민으로 나누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근거는 될 수 없는 거잖아요. 여러 가지 이유로 군대에 갈 수 없거나 양심에 따라 가지 않으려 하는 사람에게는 명백한 차별에 해당되니까요. 현재 병장 월급이 15만원 정도인데요. 만약 병역을 수행하는 남성에게 최저임금(2014년 현재, 110만원 정도)이라도 보장한다면, 이걸 둘러싼 논란이 좀 잠잠해질 것 같아요. 그 정도면 병역 기간 2년에 대한 보상이라고 여길 만할 텐데.”

- 혹시 그 원장님이 모 공중파 방송 예능프로에 나오신 분 아닌가요?

“맞아요. 그 무슨 ‘백년 전 손님’이래나 뭐래나. 아무튼 유명하신 분인가봐요. 마지막으로 제게 이런 말씀을하시더군요. 더 잘 살 수 있으면 왕정(王政)도 상관없다, 플라톤도 철학자에 의한 독재를 주장하지 않았느냐고 말이죠. 이 부분은 저도 동감하는 바가 있어 다소 기분이 풀렸어요. 빈부격차가 해소되고,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이 지켜지고, 서로에 대한 경쟁보다는 우애와 협력이 넘쳐나고, 공적 업무에 관해 자유롭고 평등한 토의가 이루어지고, 입시에 찌든 교육이 아니라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면, 한 마디로 더 잘 살 수 있다면 그게 왕정이든, 귀족정이든, 파시즘이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원장님이 꽉 막히신 분은 아니더군요.”

장준영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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