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들을 위한 찬가
마오들을 위한 찬가
  • 대학신문
  • 승인 2014.03.23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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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일하 교수
생명과학부

올겨울 소치 동계 올림픽이 준 교훈은 남다르다. 내게 큰 감동을 안겨준 선수는 안현수도 김연아도 아닌 아사다 마오였다. 그녀는 마지막 피겨 스케이팅 프리 종목에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키며 그녀의 파란만장했던 피겨 역사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연기 뒤 눈물을 쏟는 그녀의 모습은 진정 승리자의 모습이었고, 교훈을 얻어 마땅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아사다 마오의 감동적인 이야기 뒤에는 살리에르 증후군이 있다. 이 용어는 모차르트에 대한 영화, 「아마데우스(1985년)」 때문에 만들어졌다. 모차르트 살아생전 최고의 추앙을 받던 궁중음악가 살리에르가 모차르트의 타고난 음악적 재능에 열등감을 느끼고 그를 죽음에 이르게끔 음모를 꾸민다는 영화였다. 타고난 재능을 가진 천재와 그를 어떻게든 넘어보려 애쓰는 2인자가 동 시대를 살 때, 2인자가 겪게 되는 질투와 분노 등의 심리적 갈등을 살리에르 증후군이라 칭하게 된 것이다. 최근 우리는 현대를 살아가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를 목격하였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라이벌전은 2006년쯤부터 시작된다. 당시 마오는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킨 피겨 천재 소녀였으며, 일본 피겨계의 영광을 이어줄 촉망받는 기대주였다. 매스컴에서도 떠들썩하게 띄워주어 마오는 온 국민의 사랑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반면 김연아는 피겨 스케이팅계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천부적 재능을 갈고 닦으며 마오를 추격하고 있었다. 그들은 2005년 세계주니어선수권 대회에서 처음 만나 경쟁을 벌였고 그 결과 마오가 금, 김연아가 은메달을 땄다. 당시 일본 언론에서는 동갑내기 김연아를 아사다 마오라는 주연을 빛내줄 조연 정도로 생각했고, 때문에 김연아라는 라이벌의 등장을 오히려 환호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의 착각은 길게 가지 못했다. 다음 해 2006년 세계주니어선수권 대회에서 김연아가 마오를 제치고 금메달을 수상했고, 그때부터 마오는 살리에르의 길을 걷게 된다. 그녀가 김연아 선수에게 패하고 시상식장 뒤에서 울분을 삼키는 장면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장면이 되어버렸다.

2008년 이후 세계 피겨 스케이팅 무대에서 마오는 더 이상 김연아의 적수가 되지 못하는, 질투와 분노를 곱씹는 살리에르가 되었다. 영원한 살리에르! 마침내 일본 피겨계의 대모이며 아사다 마오의 코치였던 야마다 마치코는 김연아의 천부적 재능을 이겨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기술로 승부하는, 노력으로 완성하는 트리플 악셀밖에 없다고 선언하게 된다. 이후 마오는 트리플 악셀에 올인하게 되었고, 그 결과 피겨 스케이팅의 예술성을 잃고 피땀 흘린 노력의 댓가, 트리플 악셀을 얻게 된다. 두 번의 동계 올림픽을 거친 지난 8년 동안 마오는 살리에르 증후군이라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 그녀의 아픔을 생각하면 내 마음도 짠해진다. 노력으로 재능을 이겨내리라 굳은 다짐을 하였을 것이다. 김연아가 스스로를 적수로 꼽고 있는 동안 마오는 김연아를 반드시 넘어야 할 적수라 생각하며 뛰고 또 뛰었다. 드디어 소치 올림픽! 김연아의 피겨는 아름다웠고 마오의 기술은 완전하였다. 그 기술의 완전성은 천부적인 재능을 뛰어넘진 못했지만, 노력으로 이루어낸 2인자의 성취이다. 어찌 눈물이 나지 않을 리가 있을까!

요즘 서울대학교 입학하기 참 어렵다. 오죽하면 내 주변 교수님들이 ‘다시 입학시험을 치른다면 서울대학교에 못 들어올 것 같다’라고들 하겠는가! 그런데 불행히도 전국의 수재 중 수재들이 모인 이 집단에서도 90%의 학생들은 결국 살리에르가 되고 만다. 늘상 모차르트였던 그들이 살리에르가 되었을 때 느끼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어떠할까? 아마 전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아사다 마오가 2인자로 추락해 버렸을 때 느끼는 그 심정이지 않을까! 살리에르가 되어버린 우리 학생들에게 마오의 마지막 프리 스케이팅 연기는 위안이 되지 않을까! 그녀는 영화 「아마데우스」 속 살리에르와 달리 가슴 속의 질투와 분노를 트리플 악셀의 완성으로 승화시켰다. 아름답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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